경북문경시의 직영 온천을 폐쇄하고 그 자리에 노인요양병원을 짓지 못하도록 하는 지역주민 1만2,000여명의 공사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 법원이 이례적으로 당분간 공사를 중지하라고 문경시에 요청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대구지법 상주지원(지원장 김태천) 민사합의부는 지난 7일 오후 4시에 열린 가처분재판 2차 심리에서 “법률적 판단에 따른 시간이 필요하다”며 오는 20일까지 노인요양병원 건축공사를 중지할 것을 요청했다. 따라서 이번 가처분 신청이 주민들이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최초의 피 보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법률적 판단의 핵심이 되고 있다.피보전권 행사는 공공시설인 문경시 직영 온천을 폐쇄하고 그 자리에 노인요양병원을 건축할 경우, 지역민들이 직영온천을 이용할 권리를 박탈당하는데 따른 유무형의 손해를 보전 받자는 요구다.

따라서 재판부는 주민 공공시설인 시 직영온천을 시민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지방자치법 제13조)등이 피 보전 권리로 유권 해석을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또한 문경시장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받는 문경시가 문경시장 소유의 민간온천의 독점을 위해 주민과의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시민의 재산인 시 직영온천을 폐쇄하는 조치의 타당성 여부도 법률적 판단의 난제가 되고 있다.현재 국내에서는 이 같은 가처분신청이 인용된 사례는 없지만 법원이 새로운 법 이론을 구성 민사를 통한 피 보전권 행사를 인용한다면 국내 재판부 판례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역 5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문경온천살리기공동대책위원회와 주민 1만여명은 지난해 12월 8일 문경시를 상대로 문경온천 폐쇄를 금지하는 건축공사금지 가처분신청을 김병두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대구지법 상주지원에 제출했다.

온천폐쇄 파문 쟁점사항 10

법원이 문경온천폐쇄와 관련한 공사금지 가처분신청 재판에서 법률적 판단을 유보하고 공사중지를 요청한 것은 최근 드러난 다음과 같은 쟁점사항들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되며 그 중 10가지를 나열해 본다.

1 문경지역에서 유일한 시 직영온천인 문경온천부지는 온천원 보호지구에 포함된 온천이용시설로 당연히 온천법상(일부개정 2002.12.30) 온천개발계획지구에 포함시켜 경북도지사의 승인을 얻어 온천이용시설을 위한 토지용도변경을 완료해야된다.하지만 문경시는 문경온천(이하 시욕장)을 온천개발계획지구에서 제외시키고 주거지역으로 방치한 것은 부작위에 의한 온천법(법 제7조 1항,2항)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논란.

2 온천이용시설이 돼야할 시욕장을 노인치매요양병원의 외래진료실로 리모델링하고 시욕장과 같은 번지 내 주차장과 인근 도로공원시설 및 도로부지를 온천이용시설과 관계 없는 타 용도로 변경하는 것은 온천에 대한 적절한 보호와 온천의 효율적인 개발이용으로 공공의 복지에 이바지한다는 온천법의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

3 문경시가 시민의 재산인 시욕장의 용도변경을 하는 데 있어서 절차상 위법행위가 드러난 것이다. 먼저 시정조정위원회를 통해 시욕장의 용도변경을 의결한 후에 도시계획위원회를 거쳐 도시계획변경 공고를 해야 했는데 시는 도시계획변경을 먼저 공고한 후 부시장 이하 간부들로만 구성된 시정조정위원회를 통해 사후 보완형태의 약식 회의록과 서명만 남기고 용도변경을 결정했다.

4 김학문 전문경시장이 최근 본지(지난해 9월8일자 보도) 및 M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시욕장은 한시적 시설이 아닌 공사비 30억원이 든 반영구적인 시설로 ‘문경온천장 설치 및 위탁관리운영조례’를 통해 그 설치와 운영을 해야한다”고 밝힌 점이다.이미 수억원의 광고비를 지출, 영업권과 저렴한 시영온천이용권을 포함한 유,무형의 총체적 시민재산으로 자리잡고 있어 영업을 폐쇄할 때는 조례의 근거가 있어야 함에도 달랑 공지 하나만으로 영업을 폐쇄했다.

5 지난해 11월 24일 시욕장 자리에 노인치매요양병원을 증축하기 위한 공유재산변경취득에 관한 관리계획 변경안을 시의회에서 찬반 토론 없이 정원 13명중 시의회의장 포함 7명의 의원이 순식간에 모든 원안을 통과시켰다.시의회의장 외 6명이 찬성하더라도 과반수가 되지 않을 땐 시의회의장이 입장표명을 하고 과반 찬성이 됨을 알려야 하는 절차가 있어야 함에도 이를 생략했으며 이렇게 해서 졸속 통과시킨 안을 가지고 집행행위를 한 시 당국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다.

6 문경시장은 자기 소유 온천에 독점적 특혜를 주기위해 시욕장을 폐쇄한다는 주장에 대해 자신의 민간온천을 최근 설립중인 노인복지재단에 기부한다고 MBC와의 인터뷰에서 밝혔지만 부채정리 등을 떠나 이를 불특정다수에게 공표함으로써 공명선거법에 정면으로 위배돼 불법원인급여의 원리에 입각해 무효라는 논란.

7 문경시는 폐쇄된 시욕장 건물은 리모델링해 노인병원 외래진료실로 하고 그 옆에 증축하는 병원 지하실 160평에 16가지 기능성 온천욕조를 넣어 웰빙기능성온천으로 거듭나서 환자들과의 겸용 대중탕으로 운영된다고 밝히고 있다.하지만 이는 당초에 계획된 치매환자 수치료실이 들끓는 시욕장 폐쇄 반대여론을 의식, 사실상 이름만 기능성온천탕으로 바뀐 것뿐이다.병동 지하 160평에 탈의실, 화장실, 샤워실을 빼면 실제 평수는 60~70평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 여기에 16가지 기능성 온천탕이 설치되는 것이다. 남녀 혼탕이며 수영복을 입고 치매환자와 겸용함은 수치료실로서는 몰라도 미풍양속의 지역정서에 맞지 않고 관광객을 위한 대중탕으로서도 문제가 있으며 저렴한 시영온천이용권에도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8 지난달 21일 시욕장 폐쇄에 항의하는 노인 공모(70·문경시 마성면 오천리)씨가 노인치매요양병원의 설립 책임자이자 문경시보건소장인 안모(50)씨의 행패에 의해 전치5주(초진3주, 추가2주)의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인 점. 현재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

9 시욕장 폐쇄반대운동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주민이 추대하고 임기가 아직 1년이나 남은 일선 이장을 함모(52)문경읍장이 일방적으로 해촉해 이의 신청중에 있다는 점.

10 최대의 온천 성수기인 구랍 31일 시욕장의 폐쇄로 인해 문경시장소유 온천에는 1일 입욕객이 6,000여명을 넘어 발 디딜 틈이 없었으며 돌아가는 관광객마저 속출했고 인근 수안보와 예천 용궁온천도 입욕객이 늘어나고 있어 지역주민들의 저렴한 시영온천이용권이 침해당하고 있는 점 등이다. 재판부는 일단 상당한 고민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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