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자 닷컴] 불륜조장

방통위, “간통은 위법” 애슐리 메디슨 접속 차단
기혼자 닷컴 “채팅과 불륜은 별개, 처벌 못한다”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은밀한 만남을 위한 세계 최고의 기혼자 데이팅(데이트+채팅) 서비스’, ‘100% 비밀 보장’을 약속한 기혼자 데이팅 서비스 ‘애슐리 메디슨’이 한국 상륙 한 달여 만에 문을 닫았다. 당시 애슐리 메디슨 측은 “불륜은 글로벌 트렌드로서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불륜을 조장한다는 논란이 일었고, 결국 방송통신위원회는 해당 사이트의 접속 차단을 의결했다. 법적으로 간통을 범죄에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판 애슐리 메디슨이라고 칭하는 ‘기혼자 닷컴’이 오픈을 앞두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신의 배우자가 채팅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것도 기혼자들만 대상으로 운영되는 웹 사이트에서 이성과 채팅을 하고 있다면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아마도 ‘불륜’이 의심될 것이다. 채팅에서 만난 사람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는 것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서로가 유부남, 유부녀여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그러다보니 기혼자 데이팅 서비스는 불륜 조장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해당 사이트 측에서는 “불륜과 채팅은 별개”라고 주장한다.

인생은 짧습니다 연애하세요

2001년 캐나다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애슐리 메디슨은 현재 전 세계 36개국에 2500만여 명의 회원을 가진 거대 사이트로 성장했다. 지난 4월 한국 진출 당시 애슐리 메디슨의 최고 경영자 노엘 비더만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기혼자 중 70%가 외도를 한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 진출을 결정했다”며 “불륜은 글로벌 트렌드로서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해당 사이트는 싱가포르에서 ‘가족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서비스 기각 처분을 당해 웹사이트를 열지 못했다. 따라서 한국 진출에 대해서 방통위의 결정에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방통위는 지난 4월 15일 통신소위원회를 열어 애슐리 메디슨 사이트 접속 차단을 의결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법적으로 간통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어 이를 차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정은 애슐리 메디슨을 걱정의 눈빛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의 마음을 안심시켰다. 기혼자 데이팅 서비스를 통해 불륜이 확산되는 분위기를 사전에 차단했다는 안도감도 들게 했다. 회사원 윤모(29)씨는 “불륜에 대해 성공 확신이 있다고 말한 인터뷰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며 “방통위의 (접속차단)결정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애슐리 메디슨을 뒤로 하고 한국판 애슐리 메디슨 ‘기혼자 닷컴’이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륜 조장 논란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외로움 달랠 사이버 소통 공간”

기혼자 닷컴은 ‘기혼자도 때론 외롭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기혼자 데이팅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들은 기혼자가 느끼는 외로움을 해결해 주기 위해 해당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현재 외로움을 느끼는 기혼자라면, 사이트를 통해 또 다른 외로운 기혼자를 만나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도록 사이버 상의 소통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것.

기혼자 닷컴의 서비스 형태는 애슐리 메디슨과 다를 바 없다. 사이트 이용자가 자신의 프로필을 올리면 성향에 맞춰 파트너를 추천받을 수 있다. 모든 정보는 철저하게 비밀로 보장되며 계정 삭제 및 탈퇴도 자유롭다. 또 상대방에게 연락 또는 채팅을 시도하는 경우 이용료를 내야한다. 단 여성은 무료다.

그러나 애슐리 메디슨의 한국 상륙이 방통위의 접속차단 조치로 인해 성공하지 못한 상황에서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혼자 닷컴 역시 방통위의 의결을 피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애슐리 메디슨 역시 기혼자들의 채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불륜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애슐리 메디슨은 대표 스스로 “불륜은 글로벌 사업”이라고 말한 반면, 기혼자 닷컴 측은 “불륜과 채팅은 별개”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는 단지 사이버 상에서의 소통공간을 제공할 뿐”이라며 불륜 논란과 선긋기에 나섰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4월 방통위는 애슐리 메디슨에 대해 ‘회원가입 시 개인의 성적 취향, 성관계 의사 등을 표시토록 해 회원 간 만남을 중개한 것’과 ‘다수 회원의 자기소개를 통해 성관계를 포함한 만남을 원하는 내용 등을 게재한 것’을 문제 삼았다. 따라서 기혼자닷컴은 “회원 가입 시 ‘개인의 성적 취향, 성관계 의사’ 등을 표시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며 “자기소개란 원하는 만남의 종류 선택에서, 성관계 포함한 만남을 원하는지 여부에 관련된 내용’을 넣지 않고, 법적 테두리 내에서 허용 가능한 성적 표현을 별도로 기재토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정해체 분위기 조성”

애슐리 메디슨 서비스 오픈으로 한참 시끄러웠던 지난 4월 한국여성변호사회 손정혜 공보이사는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런 사이트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가정이 해체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 변호사는 “사이트 개설자들이 책임이 없다는 것은 책임회피적인 부분”이라며 “사이트의 전체적 취지는 기혼자들을 상대로 만남을 주선하면서 간통행위에 이르기까지 어떤 기회를 실질적으로 제공하냐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이트 자체가 단순히 ‘좋은 사람들끼리 연락하세요’ 정도라고 한다면 법적인 책임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현행법상 명백히 간통은 위법한 행위이고 불법행위로 분류가 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강조하는 사이트라면 법적인 제재가 따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시 손 변호사는 애슐리 메디슨에 대해 설명한 것이지만 기혼자 닷컴 역시 제공하는 서비스가 같다는 점에서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닷컴 측은 “우리는 결코 불륜을 조장하지 않는다”면서 “회원 가입 시 불륜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불륜은 범죄이며, 불륜을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건전한 친목을 목적으로 사용하겠습니다’라는 문구에 읽었다는 확인을 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서약은 실질적으로 아무 소용이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애초에 ‘외로운’ 기혼자들이 만나 그 ‘외로움’을 채운다는 발상부터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손 변호사는 당시 인터뷰에서 마지막으로 “사회가 많이 바뀌고 성 관념도 개방화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중요하게 생각해야 될 것은 가정의 붕괴나 해체를 막아야 된다는 사회적인 공통이슈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이트는 결국 이혼 가정을 늘리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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