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수심의 충격적인 범죄가 연일 꼬리를 물고 있는 가운데 손녀뻘 되는 열두살 중국동포 소녀를 입양해 2년여 동안 140여 차례나 성폭행한 70대 노인이 경찰에 검거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인 편모씨는 “입양한 중국동포 A양을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보살폈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며 범행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편씨와 A양 사이에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사건의 내막을 들여다보았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1월 26일 입양한 딸을 상습 성 폭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편모(7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편씨는 2000년 9월 하순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기 집에서 입양한 중국동포 A(17)양을 성폭행하는 등 2002년 11월까지 모두 140여 차례에 걸쳐 A양을 겁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편씨는 그러나 경찰진술에서 “일체 그런 사실 없다”며 범행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편씨는 진술에서 시종일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며 “따라서 보다 확실한 물증을 잡기 위해 계속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피해자인 A양의 변호를 맡은 강지원 변호사는 “편씨는 어린 아동을 선호하는 성적 취향(아동기호증)을 가진 인물로 애초 A양을 한국으로 데려온 것도 자신의 성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1999년 8월 편씨는 중국 지린(吉林)성 투먼(圖們)시에서 브로커를 통해 당시 12살이던 A양을 소개받았다. 편씨는 A양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브로커에게 2000만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편씨는 또 브로커로부터 중국 산부인과에서 가짜 출산 확인서를 발급 받아 A양을 자신의 딸로 위장했다. 편씨가 어떤 경로로 브로커를 만나게 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다만 편씨가 자신이 한국에서 키울 아이를 찾는다며 브로커를 찾았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A양의 가족들은 브로커로부터 A양을 편씨에게 입양시키면 가족들이 한국으로 들어가 돈도 벌 수 있고, 그것이 A양을 위해서도 좋다는 말을 듣고 고민 끝에 A양을 편씨에게 입양시키기로 결정했다. 편씨는 속내를 감추고 자신에게 아이를 입양시키면 훌륭하게 잘 키우겠다며 A양을 한국으로 데려왔다. A양의 어머니는 70대 노인이 딸에게 설마 무슨 짓을 하겠나하는 생각에 편씨의 말을 그대로 믿고 A양을 편씨에게 맡겼다. 편씨의 손에 이끌려 한국에 들어온 A양은 입국하자마자 곧바로 ‘성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편씨는 처음에 A양을 회유해 겁탈하려했다. 그러나 A양이 반항하자 회유는 끔찍한 협박이 되어 돌아왔다. 편씨에게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갈 곳이 없었던 A양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편씨는 노쇠한 몸으로 가쁜 숨을 헐떡이면서 어린 육체를 짐승처럼 유린했다.

편씨는 2002년 3월 A양을 호적에 친딸로 입적시키고도 계속 성폭행을 자행했다. 사실 A양이 타국서 가족과 홀로 떨어져 이 같은 일은 당한 것은 아니다. A양의 어머니는 A양 보다 앞서 2000년 3월 먼저 한국에 입국했으나 A양과 따로 살면서 나이트클럽 주방 일을 도우며 가끔씩 딸을 바깥에서 따로 만나왔다. 하지만 A양은 이를 어머니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딸이 당하는 수모를 전혀 알지 못한 A양의 어머니는 그저 마음씨 좋은 노인이 자신의 딸을 보살피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편씨는 A양을 겁탈한 뒤 이같은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릴 경우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면서 폭행까지 휘둘러온 것으로 드러났다. 강 변호사는 “편씨는 A양을 겁탈한 뒤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고 A양이 이를 듣지 않으려 하자 말하지 않겠다고 확실하게 다짐할 때까지 때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편씨는 성폭행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A양의 어머니가 한국에서 만나 결혼한 남편이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2002년 11월 딸이 있는 편씨 집으로 들어가 함께 살게 됐기 때문이다. A양이 2년간 겪은 끔찍한 경험이 알려지게 된 것은 A양이 2003년 초 편씨의 허락을 받아 대림동의 한 미용학원에 나가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A양은 미용학원을 다니다 그 해 5월 학원과 관계를 맺고 있던 신길동 마자렐로센터에 나가게 된다. 이후 A양은 송연순 책임수녀의 권유로 집을 떠나 센터에서 생활을 시작했고, 지난해 9월 수녀와 면담에서 2년 전의 끔찍한 사연을 털어놨다.편씨는 “A양 모녀에게 은혜를 베풀었는데 나를 도리어 음해하려 한다”며 범행사실 일체를 부인했다.

경찰은 그러나 “A양은 편씨가 ‘임신하면 (성행위를) 않는다 -편-’이라고 쓴 메모지를 증거로 제출했다”고 밝혔다.강지원 변호사는 “이 메모는 편씨의 성관계 요구에 A양이 임신하면 안된다며 거부하자 이에 편씨가 달력 뒷면에 이 같은 각서 형식의 글을 A양에게 써 준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가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고 편씨의 집에서 해외 포르노비디오 테이프 2개와 자위기구 등 성인용품이 무더기로 나온 점으로 미루어 편씨가 변태적인 성욕을 즐기는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한편 편씨의 집에서는 발기부전치료 주사액도 발견되었는데, A양의 경찰진술에 따르면 편씨는 이를 직접 자신의 성기에 주사한 뒤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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