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물려받은 상속인, 한정승인 후 은행채무 갚기가 더 어려워

성남에 사는 김씨(42세, 여)는 전 남편 박씨(사망 당시 47세, 남)가 사망한 후 딸이 상속포기를 하지 않고 한정승인을 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돈이 있어도 개인 채무보다 은행이나 신용카드사 등 금융기관의 채무를 갚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김씨는 박씨와 사이에 딸(4세)을 하나 두고 있었는데 3년 전에 남편과 이혼했다. 그러다가 최근 전 남편이 돌연 사망했고, 딸이 유일한 상속인이 됐다. 상속재산으로는 부동산이나 금융재산이 있었지만 대출금이 있었기 때문에 실제 재산가치는 거의 없었다.

다만, 퇴직금을 비롯하여 회사에서 받는 돈이 있었는데 상속포기를 할 경우 받지 못할 성격의 돈이었기 때문에 채무가 적지 않았지만 상속포기 대신 상속한정승인을 하기로 했다. 상속재산과는 별도로 보험금이 있어서 양육비를 받는 정도는 되었다.

김씨는 최근 상속한정승인 심판을 받고 공고절차를 거쳐 상속채무를 갚기 위하여 청산절차에 들어갔다. 상속채무자들이 대부분 은행과 신용카드사 등 큰 금융기관이어서 채무 독촉을 받을 가능성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다. 김씨가 상속채무를 변제하려고 은행과 신용카드사에 전화로 확인을 했지만 어떻게 갚아야 할지 알지 못했다. 제대로 된 담당자를 찾지 못한 채 하루 종일 전화만 돌리고, 어느 계좌로 안분(按分)배당한 돈을 송금해야 하는지 답변을 듣지 못했다. 심지어 어떤 금융기관에서는 채무가 없다고 하면서도 채무가 없다는 확인서를 달라고 했지만 그것은 못해주겠다고 한다.

상속포기와 상속한정승인은 모두 상속채무가 많을 경우로서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가 많다. 상속 한정승인을 할 경우 상속인은 상속받은 재산 범위 내에서 상속채무를 변제해야 하는데, 채무액에 비례하여 안분(按分)배당을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상속채무를 안분배당하려고 하더라도 금융기관에서는 배당절차에 협조하지 않아 변제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채권을 관리하는 담당자가 상속법(한정승인 절차)에 대한 지식이 없을 경우 담당자를 바꿔준다고 하면서 전화를 돌리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런 경우 상속인이 상속채무를 변제하지 못하는 것을 금융기관의 탓으로 돌렸다가는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채무 변제를 하지 않고 있다가 금융기관에서 내부 감사에서 지적을 받거나 담당자가 바뀐 경우 민사소송으로 상속채무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마침 상속인이 제대로 대응하여 상속 한정승인을 받을 사실을 주장하면 한정승인에 따라 원래 갚아야 할 채무만 갚으면 되지만, 재판절차에 대응하지 못하거나 한정승인을 받은 사실을 주장하지 않을 경우에는 피상속인의 채무 전부를 변제해야 한다.

상속 한정승인을 할 경우 단순히 한정승인 심판을 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상속채무자들에 대한 안분배당 절차를 반드시 거치고 관련 서류를 10년 정도 보관하는 것이 좋다.

 

아이 데리고 가출한 아내, 남편에게 양육비 받을 수 있다

혼인이 파탄 난 가정에서 가장 골치 아픈 일은 양육 문제일 것이다. 양육은 부부 당사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양육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마치 소유자처럼 아이들을 두고 극렬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해결이 만만치 않다.

아내는 남편 몰래 아이를 데리고 가출한 후 남편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고, 남편은 그런 아내를 수소문하여 또다시 아이들을 되찾아오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그 과정에 폭력, 유괴 등 무수한 문제가 파생되고, 정작 문제의 핵심인 아이들은 부모의 아귀다툼에 만신창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악순환을 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법원은 “일단 동의 없이 아이를 데려간 부모 일방이라도 상대방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원칙이다. 즉, 대법원 판례는 “아이를 데려간 일방이 이기적인 동기나 목적으로 아이를 데려갔거나,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등의 특별한 상황이라면 양육비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단순히 동의 없이 아이를 데려갔다는 사정만으로는 대법원 판례가 말하는 ‘아이를 데려간 일방이 이기적인 동기나 목적으로 아이를 데려갔거나,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등의 특별한 상황’으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위에서 본 사례는 이혼소송 진행중인 부부로서 아직 협의나 심판으로 양육자가 지정되지 않은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협의나 심판으로 양육자가 지정된 경우, 즉 비양육자가 협의 등을 어기고 아이들을 양육한다면, 상대방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을까.

협의나 심판으로 양육자가 지정된 경우에는 임의로 아이를 데리고 간 부모 일방은 상대방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다. 부모 일방이 이미 양육자로 지정이 되었는데, 비양육자가 임의로 아이를 데려가 놓고 돈(양육비)를 달라는 것에는 법원이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양육자가 아닌 부모가 아이를 양육하고 양육비도 받고 싶다면, 아이를 약탈할 것이 아니라 법원에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변경 청구’를 해 양육자로 지정받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엄경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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