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어떤 차를 소유하고 있는가를 보고 ‘부의 정도’를 가늠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이 때문인지 도로에는 고급 수입차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국산차보다 조금 더 비싼 정도의 고급차가 아니라 아파트 한 두 채 값을 호가하는 최고급 수입차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이 명차가 많이 늘었다고는 해도 가격만도 최저 2억여원에서 최고 10억여원에 달하는 명차들은 여전히 ‘진귀한 물건’이다. 그렇다면 이런 차는 어떤 이들이 타고 다는 것일까. 우선 명차를 소유한 오너들끼리 모여 만든 명차 동호회라는 것이 존재하는지를 알아보았다.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서로 통하는 법’ 이라는 말도 있듯 역시 명차 동호회는 존재했다.
현재 양재동에서 중고차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6)씨에 따르면 명차, 특히 스포츠카를 가진 사람들을 위주로 만들어진 동호회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신분은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아 동호회원들끼리만 직업이나 나이 등 서로의 신상을 알고 있다는 것이 김씨의 전언이다. 김씨는 “명차를 가진 사람들은 겉으로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들만의 프라이드’가 있다”며 “명차는 상류층의 신분을 나타내는 일종의 신분증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김씨는 이와 함께 “그들은 동호회 홈페이지도 있다. 그 동호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가입 조건 등을 대충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홈페이지의 주소를 알려주었다. 그러나 알려준 홈페이지는 어쩐 일인지 이미 폐쇄된 상태였다. 하지만 모 포털 사이트의 카페를 통해 또 다른 명차 동호회를 찾을 수 있었다.
이 동호회의 가입조건은 그리 까다롭지 않다. 자기소유의 명차가 있으면 일단 조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하지만, 실명, 나이, 직업, 사는 곳, 보유차종 등을 반드시 밝혀야만 한다.만약 보유차종이 국산이거나 수입차라 하더라도 명차가 아닐 경우 동호회에 가입할 수 없다. 동호회에 가입해 회원으로 등록이 되면 한 달에 한번 있는 정기 모임에 출석해 자신이 전에 기재한 내용들, 특히 명차 소유여부를 증명해야 한다.이 동호회를 운영하는 운영자와 연락을 하려했으나 쉽지 않았다. 몇 번의 접촉을 시도한 끝에 어렵사리 운영자라는 A(29)씨를 만날 수 있었다. A씨는 자신의 익명을 보장한다는 조건으로 기자와의 대화에 응했다.
동호회를 만든 목적에 대해 A씨는 “수입차는 흔한 것이 아니라서 튜닝이나 부품, 수리 등 자동차에 대한 정보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정보도 교환하고 친목을 다지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라고 밝혔다. A씨는 또 “우리가 특별히 하는 활동은 없다. 그렇다고 속도 내기에 열광해 폭주를 일삼거나 하지도 않는다. 이미 말했지만 친목을 다지는 성격이 강하다”며 “차를 몰고 지방으로 가서 골프 등을 같이 즐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이와 함께 A씨는 놀라운 사실을 하나 전했다. A씨는 “우리 동호회의 경우 남자 회원들끼리 비정기적으로 모이는 경우가 많은데, 모임 장소는 대부분 룸살롱이다. 한번 모일 경우 술값은 보통 천만원대를 넘기는데 이는 기본”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놀라는 기색을 보이자 “명차를 몰고 다닐 정도면 엄청난 기름값이나 보험료, 세금 등은 별로 신경 안 쓰는 사람들이다. 여럿이서 모여 노는데 그 정도 술값은 큰 부담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회원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다양하다. 20대 초반의 젊은 사람도 있고 40대 중반의 남녀도 있다. 직업은 나이에 따라 다른 것 같은데, 중견기업인 O사 회장의 손자도 있고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도 있다. 또 룸살롱 등 속칭 ‘화류계’ 여성도 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 명차 마니아는 많지만 명차를 소유한 오너들이 모여 만든 동호회는 몇 개 되지 않는다. 명차 동호회는 두 부류로 나뉘는데, 억대의 초호화 명차 오너들만 모인 동호회와 수 천 만원대에서 억대에 이르는 명차 오너들을 포함한 동호회가 있다.A씨는 “현재 억대 수입차들을 사겠다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수입 딜러들이 오히려 없어서 못 파는 형편”이라며 “때문에 앞으로 명차를 소유한 사람들의 신분층도 점차 넓어질 것이고 명차 동호회도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