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월드컵, 뇌물, 인권, 날씨 등 악재로 무산 위기
FIFA 회장선거 앞두고 세력싸움 음모론 고개 들어

▲<뉴시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2022년 카타르월드컵이 유치과정에서 뇌물 스캔들 의혹이 제기되면서 개최지 재선정까지 거론되고 있다. 더욱이 카타르가 우여곡절 끝에 월드컵 개최권을 확보했지만 중동의 혹독한 여름 기후로 논란이 일고 있고 관련 시설 공사로 현재까지 1200여 명의 인도와 네팔 등에서 온 인부들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돼 심각한 인권침해 논란도 거세게 불고 있다. 뇌물 월드컵으로 전락한 국제스포츠대회 유치전의 속내를 들여다본다.

지난 3일(한국시간) 로이터, AP, AFP 등 외신들에 따르면 국제축구연맹(FIFA)은 2022 카타르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불거진 뇌물 스캔들에 대한 조사 결과를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뉴욕에 연고를 둔 변호사이자 FIFA 수석조사관인 마이클 가르시아는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 대한 조사를 오는 10일까지 마무리하고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라며 “수집한 모든 증거들을 보고서에 담겠다. 개최국 선정 과정의 투명성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FIFA는 가르시아가 제출할 보고서를 윤리심판관실에서 검토한 뒤 늦어도 오는 7월 26일까지 결론지어야 한다.

이번 조사에는 2018 러시아월드컵 유치 과정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계 축구계의 시선은 2022년 카타르대회를 놓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무함마드 빈 함만 전 카타르 축구협회장이 아프리카 및 카리브 지역 축구 관계자들을 상대로 500만 달러(약 51억 원)의 금품을 살포했다는 의혹이 확인될지 주요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카타르 뇌물제공 폭로 일파만파

이는 앞서 지난 1일 영국 ‘선데이 타임스’가 함만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이 뇌물을 건넸다고 폭로하면서 촉발됐다. 선데이 타임스는 뇌물 제공을 입증할 수 있는 이메일과 편지, 은행 거래 명세서 등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또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지난 4일 프랑스 축구의 전설인 미셀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과 함만 전 회장이 개최지 선정 투표 직전에 몰래 만났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함만 전 회장이 플라티니 회장을 만나 카타르의 월드컵 유치에 힘을 써달라고 로비했다며 이에 플라티니 회장이 카타르의 본선 개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등 과거 행동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텔레그래프는 지난 3월 17일 잭 워너 전 FIFA 부회장 일가가 2010년 함만 전 회장이 소유한 회사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이 적힌 문서가 있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었다. 해당 문서에는 워너 전 부회장이 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된 직후 120만 달러(약 13억 원)의 돈을 받은 내용이 적혀있다.

또 그의 아들과 지인의 명의로도 각각 75만 달러(약 8억 원)와 40만 달러(약 4억 원) 가량의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235만 달러(약 25억 원) 규모다.

현재 워너 전 부회장은 미연방수사국(FBI)로부터 뇌물수수 혐의 피고인으로, 워너의 아들을 증인으로 조사 중이다.

앞서 워너 전 부회장은 지난 2011년 5월에도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한 함만 전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가 포착돼 FIFA 윤리위원회로부터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고 같은 해 FIFA 부회장직에서 사임한 바 있다.

FIFA회장 카타르 부적합 인정

이처럼 유치과정에서 금품을 건넨 정황이 속속 밝혀지면서 카타르는 궁지에 몰리고 있다. 더욱이 카타르가 위치한 중동 지방의 6~7월 기온이 낮에는 50도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월드컵을 치르는 것이 선수단을 비롯해 관중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카타르월드컵 개최 시기를 겨울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유럽 각국 리그 일정에 차질이 예상되면서 개최 시기조차 난항을 겪고 있다.

제프 블래터 FIFA회장조차 지난달 16일 스위스 TV 채널인 RTS와 가진 인터뷰에서 카타르에서 월드컵을 개최하는 것에 대해 “물론 실수였다. 누구나 인생에서 많은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고 밝혀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기술적 보고서에 따르면 카타르의 여름은 너무나 뜨겁다고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실행위원회는 ‘카타르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것이 큰 이점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해 카타르가 월드컵 개최하기에 부적합한 곳이라는 점을 시인한 셈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래터 회장은 카타르월드컵에 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제롬 발케 사무총장 역시 이와 관련해 언급하고 있지 않다.

반면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된 이사 하야투(카메론 축구협회장) 아프리카축구연맹(CAF) 회장 겸 FIFA 부회장은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자신에 대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이런 얼토당토 않은 의혹 제기에 답변할 필요는 없지만 나는 결백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카타르 조직위 측도 “변호사를 선임해 이 문제를 검토 중이며 우리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 카타르가 월드컵 개최권을 따냈던 것은 후보국 가운데 자격을 가장 잘 갖췄기 때문이고 중동에서 월드컵이 열릴 시점이 됐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1200여 명 사망 인권문제 도마

이뿐만 아니라 카타르가 월드컵 기반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주변 빈국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혹사시킨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권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3월 국제노동조합연맹(ITUC)은 카타르가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된 이후 1200여 명에 달하는 이주 노동자가 숨졌으며 2022년 개막전까지 4000여 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카타르 고용주들은 이주 노동자들의 본국 귀환을 막기 위해 일부러 임금을 체불하거나 여권을 몰수 하는 일이 빈번하며 카타르 정부가 이를 알고도 눈감아줬다고 주장했다.

국제 앰네스티도 카타르에서 일하는 다수의 외국인 노동자가 고용주의 신체적, 성적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1월 카타르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2012년 이후 500명 이상 사망했고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 쓰일 시설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지난해에만 최소 185명의 네팔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앰네스티 인도지부 역시 최근 2년간 450여 명의 인도인이 숨졌다고 밝힌 인도 정부에 구체적인 사망경위를 제시하라고 요구했고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카타르 정부에 대해 이 문제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재투표 가능성 이면에 음모론

이처럼 인권·노동단체들이 카타르 정부와 마찰을 빚으면서 카타르월드컵 개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카타르월드컵이 뇌물 스캔들로 번지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2022년 개최지를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짐 보이스 FIFA 부회장은 “비리를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가 집행위원회에 전달된다면 나는 집행위원으로서 재투표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해 가능성을 높였다.

여기에 2015년 5월 예정된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제롬 상파뉴 전 FIFA 국제부장은 개최지 재투표를 지지하는 의사를 밝혀 거센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유치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호주와 일본도 재도전 의사를 내비치면서 개최지 변경에 힘을 싣고 있다. 호주 축구협회는 비리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2022 월드컵 유치전에 다시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되자 영국의 스포츠 베팅 업처인 코랄은 카타르의 개최 자격 상실을 ‘기정사실’로 예상하며 카타르를 대신할 국가를 예측하기도 했다. 이들은 미국을 배당률 1대 1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았고 한국이 9대 4, 일본 4대 1, 호주 8대 1 순으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카타르월드컵 논란의 이면에 새 음모론이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 카타르는 월드컵 준비과정에서 겨울 개최 논란, 건설 인부 사망, 인권 문제 등 많은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FIFA 내부에서는 월드컵 파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하면서 비리 스캔들을 빌미로 개최지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여기에는 FIFA내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리고 있다. 현재 카타르 측이 건넨 금품이 비교적 낮은 액수인 데다 회장 선거를 앞두고 일부 FIFA 관계자들이 세 확장에 나서고 있는 점이 음모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상파뉴가 FIFA 회장 선거를 앞두고 세력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블래터 현 회장과 비리 스캔들에 연루된 블래터의 지지 세력을 상대로 선제공격에 성공했다고 보고 있다. 결국 카타르월드컵 개최지 변경에 따라 FIFA내부의 명암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재투표가 확정될 경우 한국 축구의 행보도 관심사다. 한국은 2022년 월드컵 개최에 도전해 3차 투표에서 탈락했다. 카타르가 미국과 경쟁한 4차에서 이기면서 개최권을 확보했지만 당시 한국은 2002년 대회 유치경험과 확실한 인프라를 앞세워 2022년 대회 유치전에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한축구협회가 여자월드컵 등 국제대회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어 2022년 재투표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todida@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