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선거를 통해 정치의 잘못을 심판하고 국가를 업그레이드(상승)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에 반해 독재체제 선거는 우익이건 좌익이건 선거가 집권세력에 의해 조작돼 독재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통과의례로 이용된다.

대한민국은 지난날 우익 독재를 거쳐 이젠 아시아에서 가장 앞선 자유민주체제로 발전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 선거는 집권세력을 교체할 수는 있었지만, 국민을 위해 보다 나은 미래를 열어주지 못했다.

6.4 지방선거 결과는 여야 무승부로 끝났다. 여야 모두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 표출이었다. 시·도지사를 뽑는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8, 새정치민주연합 9로 나뉘었다. 시장·군수·구청장을 선출하는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117, 새정치연합 80, 무소속 29로 드러났다. 광역의원 선거(비례대표 포함) 결과는 새누리당 416, 새정치연합 349, 무소속 20, 통진당 3, 노동당 1로 분포되었다. 기초의원 선거(비례대표 포함)에서는 새누리당 1413, 새정치연합 1157, 무소속 277, 통진당 34, 정의당 11, 노동당 6 이었다. 다만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는 17개자리 중 진보측이 12개를 차지했다. 12명 중 7명은 해직교사 출신이다.

6.4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심의 무서움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박영선 원내대표는 “국민의 소중한 선택을 무겁고 겸허하게 받들겠다.”고 하였다. 충남지사에 재선된 새정치연합의 안희정 지사는 “서로 헐뜯고 싸우지 말고 이제 단결해서 한 단계 진전하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민심의 무서움을 절감했다”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서로 싸우지 말고 단결하자” 등의 겸손한 수사는 선거가 끝날 때마다 정치인들이 토해내는 진부한 상투어에 불과하다. 대부분 정치인들은 정치 현장으로 돌아가면 다시 서로 싸우며 유권자들을 우습게 여기고 오만하게 군림한다. 국회를 “깡패 국회” 아니면 “식물 국회“로 전락시킨다. 한국의 자유민주체제 선거는 선진국과는 달리 국격을 높이지 못한다. 지난날엔 ”깡패 국회“로 머리가 터지도록 싸움질 하더니 ”선진화 국회법“을 채택한 후엔 ”식물 국회“로 주저앉았다.
1995년 4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한국 정치를 ”4류 정치“ 라고 꼬집었다. 그 후 20년이 다 돼가는 데도 아직도 한국정치는 ”4류 정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기업을 옥죄는 행정규제 조차 제때에 풀지 못한다. 선거가 국격을 업그레이드 하지 못했음을 반영한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정치인들이 당선된 뒤에는 당리당략과 사리사욕만 쫓는 데 기인한다. 또 다른 대목으로는 유권자들의 후진적인 투표행태를 빼놓을 수 없다. 유권자들은 선거 때 후보자의 자질이나 의정활동을 눈여겨보지 않는다. 그 대신 유권자들은 개인 적인친소관계나 지역감정에 이끌려 후보를 찍는다. “4류 유권자” 수준을 넘지 못했다.

개인친소 관계나 지역감정 덕으로 당선된 의원들은 의정활동에서도 국익을 팽개치고 개인관계나 지역감정만을 위해 뛴다. 그렇게 해야 다음 선거에서 또 재선된다고 자신한다. 그들에게는 친소관계·당리당략·지역감정만 보일 뿐, “민심의 무서움”은 안중에 없다.

“4류 정치”속에서 선거는 밝은 미래를 열수 없다. “4류 유권자”들이 뽑아 준 “4류 정치”의 독(毒) 탓이다. 우리 정치가 “한 단계 진전” 하려면 “4류 정치” “4류 유권자”를 청산해야 한다. 그것들이 근절되지 않는 한 선거는 백번 치러야 국격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집권세력만 바꿀 뿐이다. 후진적 한국 선거문화의 부끄러운 치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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