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 토지면적 3년 만에 60배…휴양체류시설 폭증
큰손은 겜블링 허가, 투자자는 거주자격·영주권 노려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제주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별장용 땅은 이미 다 팔렸다고 보면 됩니다.”
한 제주도 부동산업자의 말이다. 그간 넘쳐나던 제주 해안가의 땅은 모두 임자를 찾아 개발대기 상태로 전환됐다. 서귀포는 지난 1분기 토지가격이 세종시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제주 동부 해안가의 경우 3.3㎡당 10만 원 미만이던 땅이 이제는 10배가 넘게 올라 섣불리 투자하지 못할 정도가 돼 버렸다. 여기에는 중국투자자들의 크고 작은 ‘차이나 머니’가 스며들어 있다.

현재 중국인이 소유한 제주 토지면적은 지난해 기준 301만5000㎡다. 작년 한 해 동안만 52만6000㎡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취득한 제주 토지면적 116만6000㎡ 중 절반이 중국인 차지인 셈이다.

앞서 2010년만 해도 중국인이 가진 제주 토지면적은 4만9000㎡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해 301만5000㎡과 비교하면 무려 3년 만에 60배 이상이 불어난 것이다. “독도는 우리땅, 제주도는 중국땅”이라는 풍자 섞인 자조가 뜨끔할 만하다.

2010년과 2013년의 차이는 부동산투자이민제 시행에 있다. 정부가 2010년 도입한 부동산투자이민제는 외국인이 국내 부동산 투자 시 거주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일정금액 이상(5억~7억 원)을 투자하면 국내 거주자격(F-2)을 주고, 이후 5년이 지나면 영주권(F-5)을 허용한다.

다만 투자대상과 지역이 한정돼 있다. 투자 대상은 호텔, 펜션 등 휴양을 목적으로 한 체류시설로 구분지었다. 투자 지역은 제주도, 부산 해운대·동부산, 강원 평창, 전남 여수, 인천경제자유구역 등 6곳이다. 시행 첫 해인 2010년에는 제주도만 해당됐으며 이후 2011년 인천, 2013년 부산 등으로 확대됐다.

이중 가장 먼저 제도가 시행된 제주도에 중국자본이 대거 몰렸다. 그간 투자자를 찾지 못하던 제주국제자유도시 핵심프로젝트는 중국계 자금이 들어오며 숨을 돌렸다. 이들 중국자본이 제주도 유원지 개발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3조5849억 원이다.

주목할 점은 중국 큰손들이 제주에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를 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복합리조트는 호텔, 카지노, 쇼핑몰, 테마파크, 컨벤션센터 등이 하나로 합쳐진 종합관광시설이다. 일례로 홍콩 란딩그룹은 제주신화역사공원 내에 짓는 대규모 복합리조트에 카지노를 포함시킬 예정이다.

또 중국 일반투자자들은 제주 부동산 구매로 거주자격 및 영주권 획득에 열을 올렸다. 중국의 부동산은 국가 소유로 개인이 사들일 경우 완전한 점유가 아닌 임대권을 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을 개인이 매입하면 주택 70년, 상업용지 50년 임대권을 획득하게 된다. 반면 국내 부동산은 완전한 소유는 물론 상속까지 가능해 중국인들의 제주 부동산 구매심리에 불을 지폈다.

한 박자 늦게 시작한 부산·인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부산 해운대에는 단일 건축물로 국내 최대 수준인 101층 규모의 해운대관광리조트 엘시티 사업이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중국계 자금 3조 원이 투입됐고 시공사도 중국건축이 선정됐다. 또 해운대 주상복합 및 오피스텔에도 중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 역시 경제자유구역인 영종도 및 송도를 중심으로 계획개발이 한창이다. 영종도에는 카지노를 포함한 2조3000억원 규모의 복합리조트가 들어선다. 투자 주체인 리포&시저스(LOCZ)는 중국계 리포그룹과 미국 시저스엔터테인먼트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이들은 국내 카지노 시장에 외국기업 진출이 허용된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더불어 중국 랑룬그룹도 대형 쇼핑몰과 중국식 리조트를 건설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특히 지역자치단체 등을 중심으로 이들 중국자본의 ‘먹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계 자본이 갑자기 투자자금을 회수하거나 부동산을 매각하면 그 타격은 고스란히 국내 부동산으로 돌아오게 된다. 중국투자자들이 세제혜택과 거주자격만 챙긴 후 호텔 등을 짓고 다시 팔아버리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제주도는 지난해 말 부동산투자이민 자격이 주어지는 투자금액을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상향조정하는 안을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섣부른 투자금액 상향은 투자심리를 축소시켜 자본유치 자체가 무산될 개연성도 농후하다. 정도숙 코트라 박사는 “제도변경과 금액상향은 기존 5억 원으로 투자를 검토하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투자유치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는 선에서 제도개선의 완급조절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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