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들이 왜 성추행?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최근 교황청이 성추문을 일으킨 성직자 3400여 명에 대해 성직 자격을 박탈하거나 속죄 및 공직취임 금지령을 발표했다. 이들은 모두 지난 200년 이후 현재까지 아동 성폭행에 연루된 사람들이다. 지난 10년간 매년 340건의 성추행이 발생했고 이는 매일 1건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치이다. 문제는 다른 곳도 아닌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워야할 공간에서, 또한 세상에서 가장 보호받아야할 아이들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은 경악을 금할 수 없는 사건이다. 교황청은 사람들에게 ‘천국’을 설파하지만, 아이들에게 교황청은 ‘지옥’인 셈이다. 그런데 이것이 꼭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국내의 성직자들도 끊임없이 성추문에 연루되고 있다. 하나님이 결코 하지 말라는 짓을 이들이 앞장서서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도대체 왜 그토록 많은 종교인들이 성추문에 연루되는 것일까?

국내에서도 성직자들의 성추행, 성폭행 사건들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한 교회에서는 음악담당 목사가 약 3년간이나 미성년자, 여대생, 주부 등 6명과 강제로 성관계를 가지기도 했고 또 다른 한 목사는 성도를 스토킹한 죄로 징역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충남의 한 목사 역시 헤어질 것을 요구하는 여신도를 협박해 무려 6년간이나 상습 성폭행을 하기도 했다. 불교계도 마찬가지이다. 충북의 한 사찰 승려는 신도인 여교수와 성관계를 맺고 섹스 동영상으로 협박, 사찰 부지를 가로채려다가 구속되기도 했다.

천국을 설파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지옥

성추행, 혹은 성폭력은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범죄 중의 하나다. 특히 이런 일을 당한 사람들은 치욕감을 느끼게 된다는 점에서 인간성을 파괴하는 범죄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바로 종교인, 성직자들이라는 점이다. 성추행과 성폭력을 막는데 가장 앞장서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정반대의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도대체 그들이 ‘왜’ 그러한 일을 하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들이 분분한 것이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종교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여자들이 많고, 그들이 종교인들에 대해서는 매우 순종적이다’라는 이유를 드는 경우도 있다. 여자들이 늘 순종적으로 굴다보니 종교인들로서는 일종의 심리적인 우월감을 가지게 되고 그것이 성추행과 성폭행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취재진은 한 현직 목사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었다.

“한국의 경우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이 훨씬 많이 종교 활동에 참여한다. 그리고 그녀들은 자신들을 이끄는 ‘목자’라고 할 수 있는 성직자들에게 상당한 충성심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자신들을 영원한 천국으로 이끌어줄 사람들이니 너무도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다 보니 성직자들은 그녀들에 대해 우월감을 가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우월감이 자칫하면 ‘남자로서의 우월감’으로 잘못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성직자들은 자신을 추종하는 여성들을 성적인 대상으로 생각하게 되고 그때부터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정상적이고 건강한 성직자라면 이러한 내밀한 우월감과 남자로서의 우월감을 구분하고 서로 섞이지 않도록 만들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성직을 이용해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잘못된 심리가 범죄를 유발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도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종교 활동은 주말에만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열정적인 종교인의 경우에는 주중에도 상당수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함께 있는 시간들이 많아지고 또한 이런 것들이 누적되기 시작하면 서로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

때로는 종교 집단 내의 불륜으로 이어지기도

뿐만 아니라 종교인들이 딱히 큰 성취감을 느끼거나 삶의 보람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정상적인 경우라면 종교 활동 그 자체가 인생의 큰 행복이자 보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일부 성직자들의 경우에는 성직을 그저 하나의 ‘직업’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고 종교 활동 자체에서는 삶의 보람을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딴 생각’이 들게 되고 이것이 성적인 쾌락 추구로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오랜 동안 종교활동을 해왔다는 조모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직장에 다니는 것을 그저 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하는 경우라면 직장이 재미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곳에서 대단한 성취감을 찾기도 힘들 것이고 그러다 보면 직장생활은 직장생활대로 하되, 자신이 의미를 찾을 수 있고 또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찾는 경우가 많다. 종교활동도 마찬가지다. 그냥 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 성직을 수행하다보면 큰 즐거움을 얻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곳에 눈을 돌리게 되고 그것이 바로 ‘여자’가 될 때 성직자들의 성추행과 성폭행으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때로는 잘못된 생각을 가진 성도들이 오히려 성직자를 유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자신을 이끄는 성직자를 순수하게 성직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남자’로 보게 되면 그때부터는 종교를 떠나 쾌락을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경우에는 성추행이나 성폭행이 아닌 ‘불륜’이 되겠지만, 문제는 종교집단 내에서의 불륜도 가끔씩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 취재진은 실제 성도가 성직자를 유혹하는 경우를 봤다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전직 전도사로 생활했으며 그 와중에 자신이 모셨던 종교인이 불륜에 빠지는 모습을 보고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그 후 그는 종교생활을 포기했다는 것. 그 사건은 그만큼 그에게 큰 충격적인 사건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그 분은 정말로 내가 믿고 따르는 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성도의 유혹에 넘어가서 불륜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 분의 아내 역시 젊은 시절부터 헌신적으로 남편을 도왔고 나 역시 그런 희생정신에 감복해서 그 분을 믿고 따랐다. 하지만 어느새 부터인지 그 성직자는 초심을 잃게 되고 한 성도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그리고 가정불화까지 생기게 되고 결국에는 더 이상 성직자를 할 수 없는 위기에까지 가고 말았다. 그런 모습을 보고서는 나도 많은 실망을 했고 더 이상 종교생활을 지속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성도들이 성직자들을 유혹하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가끔씩은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생기게 되면 그서 한 성직자의 문제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소문이 나게 되면 하나의 소단위 종교 집단 전체에 영향이 미치게 된다. 성도들은 반목과 갈등을 시작하게 되고 성직자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게 되며, 결국에는 파국을 맞게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에 지나치게 성직자들이 많고 자격증을 남발하는 것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기도 한다. 한 종교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종교는 종교일 뿐이다. 그러니까 신이 여러 명일 수는 없다는 이야기인데, 지금 우리나라에는 너무 많은 종파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이 자신들의 종파가 가진 힘을 확장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자격증을 남발하다 보니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성직자의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문제가 있는 인물들이 성직자를 하게 되니 성추행, 성폭행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자격증 남발이 문제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교황청의 경우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교황청에서는 전 세계의 신부들을 엄격하게 뽑고 관리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1건의 아동 성추행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인들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인물이다. 그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사회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또 많은 개인들의 인생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종교인들이야 말로 말과 행동 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각별히 조심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성추행과 성폭력은 심각한 문제이며 우리의 종교문화에서 반드시 추방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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