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정지, 커져만 가는 주민 불안

시민단체 “정상 가동 중에도 방사능 방출” 주장
사고 때 비상진료 인력·방호약품 등 턱없이 부족해

▲ <뉴시스>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예상하지 못했던 대형 사고들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사회적으로 안전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원전을 둘러싼 안전 문제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때 보다 더욱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시민단체들은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을 불허하고, 폐쇄를 당장 결정하라”, “미흡하기 짝이 없는 원전 사고 대비책을 강화하라”는 등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조석)은 “충분히 안전하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핵발전소 가운데서도 쟁점이 되는 곳은 어디인지, 참사를 막을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는지를 살펴봤다.

원전의 결함을 나타내는 징후들이 자꾸만 나타나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는 월성원전 4호기(가압중수로형·70만KW급)에 대한 계획예방정비를 실시하던 중 미세한 결함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결함은 가압기 증기배출밸브 연결 배관의 용접부에서 발견됐다. 가압기 증기배출밸브는 원전을 운전할 때 가압기 안에 있는 상부 증기기체 압력을 자동 배출하도록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이번 달 들어서만 두 번째다. 지난 9일에는 한울 1호기가 가동 중단되기도 했다.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는 한울 1호기가 정상 운전 중 9일 오후 12시 50분경 제어봉 이용가능성 시험 중 제어봉 1개가 낙하돼 원자로를 수동 정지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양 본부 측은 “이번 발전정지는 방사능 누출과 전혀 관계가 없으며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만 반복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발간하는 연차보고서와 시민단체 등이 내놓은 자료들을 살펴보면 마냥 안전해보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월성 1호기 폐쇄에 앞장서고 있는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월성 1호기는 결코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 사용연료가 천연우라늄이기 때문에 핵폐기물이 다량 발생하게 되며 냉각재 중수는 방사성 삼중수소(트리튬)를 유출하게 만든다. 캐나다형 중수로 역시 국제 안전기준에 미달된다.

더욱이 이들은 원전이 정상 가동할 때도 독성 방사능을 방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수로인 월성 1호기가 경수로에 비해 30배의 삼중수소를 발생시키며 핵연료의 양은 5배, 인근의 소변 1리터당 검출된 방사능 삼중수소의 최고 농도는 31.4베크렐(Bq)가량이 된다는 말이다.

사고 발생 때 입는 피해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정보공개센터가 원자력안전위원회 연차보고서를 바탕으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핵발전소 주변 인구는 420만 명(시민사회계 추산)에 이르는데, 사고 시 비상 진료기관 응급구조사는 57명에 불과했다.

연도별 비상진료요원의 총 현황은 의사·간호사·의료기사 등 전국을 다 더해도 506명이다. 방사능에 피폭됐을 때 가용할 수 있는 요오드 방호약품도 지자체와 발전소, 방사선진료기관을 모두 합쳐도 39만 명 정도만 가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만약 후쿠시마 사고 수준의 사고가 발생한다고 가정했을때 비상진료를 담당할 인력과 약품들이 전부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수치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역시 ‘사고 발생 시 시민 1명 당 원전운영사로부터 받은 수 있는 배상액 1만 원, 경제적 피해 362조 원, 장기 암 사망자 수 70만 명’ 등의 내용이 들어있는 사고 피해 모의실험 자료를 근거로 힘을 보탠다.

원전을 둘러싼 불안감이 당연히 증폭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전 주변 지역에 거주 중인 한 여성은 “요즘처럼 말도 안 되는 사고들이 빈번할 때는 시도 때도 없이 불안감이 엄습한다”고 하소연한다.

또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종 시민 단체와 주민들부터 정치 인사들까지 나서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예방도 수습도 안 되는 현실

정치권에서는 장하나 의원과 탈핵에너지전환을 위한 국회의원모임(대표 유인태 의원, 책임연구위원 우원식 의원)이 지난 18일 원전의 수명연장 금지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주요내용은 원자로시설의 최초 설계수명기간이 만료된 후에는 계속운전을 위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허가를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로시설의 최초 설계수명기간이 만료된 후에 그 시설을 계속해 운전하고 있는 발전용원자로운영자의 운영허가를 취소해야 하며 허가 취소의 경우 즉시 그 운영의 정지를 명하도록 돼 있다.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원식 의원은 “작은 사고가 대형 사고를 부른다”며 “원전이 많은 러시아와 미국 그리고 일본에서 원전대형사고가 났는데 다음은 한국일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원전 수명연장 금지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장하나 의원 역시 “박영선 원내대표, 문재인 대선후보, 우원식 최고위원 등 33명의 의원이 함께 공동발의에 동참했다”라며 “19일은 37년 전 고리1호기가 가동한 날이고 탈핵에 대한 대정부질문을 할 것이며 정부가 어떠한 답변을 하는지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도 목소리를 모으기는 마찬가지다. 환경운동연합은 장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꼭 통과되어야 하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전문가 검증단의 월성원전 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중간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의 부정적인 정보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는 입장이다. 즉,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전 안전관련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기본부터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문제가 없다는 의견으로 반박한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많은 테스트를 받아 안정성을 입증받은 상태라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고 때 원전 주변 주민들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의견에 대해선 “방호약품의 경우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며 응급구조사라든가 의료기관의 경우엔 해당 관할 지자체나 단체와 협의를 통해 진행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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