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내연녀에게 함부로 위자료 청구소송 하지 말라?

2년 전 한 가정법원에서 남편 내연녀의 직장 홈페이지에 ‘승무원이 유부남과 사적인 관계를 맺어 가정이 파탄났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여자에 대해 “내연녀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기에 위자료 700만원을 줘야 한다”고 판결한 사건이 있었다. 다만 재판부는 남편과 부적절한 관계를 지속한 내연녀도 여자에게 위자료 200만월을 지급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주부 A씨는 2008년 6월 남편 컴퓨터에서 남편이 스튜어디스 B씨와 찍은 사진을 봤다. A씨는 남편을 추궁해 B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낸 다음 전화를 걸어 남편과의 관계를 추궁했다. 또 B씨가 근무하는 항공사 홈페이지에 “승무원이 목적지에서 손님과 사진을 찍고 연락처를 주고받고 문란하다. 한 가정이 깨지게 됐다”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 이 사건으로 B씨는 기존 항공사를 나와 다른 항공사로 옮겼다.

2009년 3월 B씨가 실수로 A씨의 휴대전화에 “시계 선물 고맙다”는 문자를 보내자 A씨는 B씨가 옮겨 근무하고 있는 항공사 홈페이지에 “C 항공사에서 퇴사한 B씨가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는 글을 올렸다. 또 B씨가 있는 항공사 비행기를 탄 뒤 기내 주방에 다른 승무원들이 보도록 “B 승무원이 유부남과 눈 맞아 C 항공사에서 잘렸다”라는 메모지도 남겼다.

A씨가 이러는 동안 남편은 B씨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 A씨는 결국 B씨를 상대로 위자료 5,00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B씨도 A씨를 상대로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는 반소를 제기했다.

법적으로 B씨는 A씨와 그 남편의 혼인파탄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하여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위자료)도 해야 한다. 하지만 A씨 또한 B씨에게 명예훼손을 하는 등 불법행위를 하였기 때문에 역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위자료) 책임이 있다.

이 사건에서 또다른 쟁점은 가정법원에서 재판을 할 수 있는 사건인지 여부다.

부부가 이혼을 하면서 상대방에게 혼인파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은 가정법원의 전속관할이다. 또한, 시부모나 장인 장모 또는 배우자와 외도를 한 상대방 등 혼인파탄에 책임있는 제3자를 상대로 제기하는 손해배상(위자료) 청구 사건도 가정법원의 전속관할이다.

하지만 부부 중 일방이 배우자와 외도를 한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혼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가정법원 관할이 아니라 지방법원(민사법원)의 관할이다.

부부가 이혼을 하더라도 앞서 본 시부모나 장인 장모 또는 배우자와 외도를 한 상대방이 원고가 되어 부부 일방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경우에도 가정법원의 관할이 아니라 지방법원의 관할이다.

위 사례에서 A씨와 남편이 이혼을 했거나 이혼소송이 진행 중이라면 A씨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청구소송(본소)이 가정법원 관할이 되겠지만, A씨와 남편이 이혼을 하지 않았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상태라면 가정법원 관할이 아니라 지방법원 관할이 된다. 또 B씨가 A씨를 상대로 제기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반소)은 어느 경우에든 가정법원에는 관할이 없고 지방법원에 관할이 있다.

섹스리스는 이혼 조짐, 외도는 혼인파탄의 결과

“아내가 갑자기 이혼소송을 제기했어요. 제가 외도를 한 것도 아니고 폭행이나 폭언을 한 것도 아니고 생활비도 충분히 주었는데 이혼을 요구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이혼상담을 하다보면 이혼소장을 들고 온 남편이 이와 같은 하소연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사례에서 마지막으로 부부관계를 한 것이 언제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상당히 오랫동안 부부관계를 갖지 않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섹스리스 부부는 단순히 부부의 성욕문제가 아니다. 부부 사이의 섹스는 단순히 성욕을 충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화단절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부부에게 섹스는 의사소통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고부갈등, 장서갈등, 경제적인 문제, 자녀 양육문제,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등 결혼생활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문제가 부부가 섹스를 하면서 하는 정서적인 교류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부부사이 또는 부부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과 관련된 부부의 갈등은 이성적인 토론을 통하여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많은 부분 부부간 섹스를 통하여 굳이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해결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부부는 기본적으로 가장 긴밀한 생활공동체라는 가족을 떠받치고 있고, 가족이란 기본적으로 이해가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다. 사랑과 신뢰를 기초로 하고 여기에 희생과 배려가 더해진다면 가족이란 그야말로 안식처인 것이다.

이런 부부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거래 상대방과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이나 이해대립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것이 부부 사이의 많은 문제가 이성적인 토론이 아니라 감성적인 교류를 통하여 해결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섹스리스에 이르기 전에 내 인생에 대하여 치열하게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섹스리스는 이혼의 조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섹스리스 부부인데 상대방인 남편이나 아내가 휴대전화에 잠금장치까지 해 두었다면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해 보아야 하고, 상당수는 이런 의심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혼소송을 하다보면 배우자의 외도가 혼인파탄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많고 법원에서도 배우자의 외도를 혼인파탄의 결정적인 이유로 보아 위자료 지급을 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부부 사이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외도가 ‘혼인파탄의 원인’이 아니라 ‘혼인파탄의 결과’인 경우가 매우 많다. 외도가 혼인파탄의 결과라면 법원에서 위자료 지급을 명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

정상적인 사람 가운데 ‘이혼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혼은 혼인파탄에 이른 부부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혼인파탄이라는 실질에 대하여 이혼이라는 형식을 더하여 부부라는 법적인 결합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혼은 인생에서 ‘손절매’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혼절차가 너무 힘들고 부부의 자녀를 비롯한 소중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고통을 줄 수 있다.

혼인파탄에 이르러 대부분의 부부는 그 모든 책임을 상대방 배우자에게 떠넘기기 급급하다. 변호사 가운데에는 이혼 당사자 사이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사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의뢰인이 “상대방 변호사님은 소송대리인이 아니라 마치 장모님 같아요”라고 말할 때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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