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밀어내고 또 너무 사랑해서 고통 받은 히어로들~

▲ 플라토노프

[일요서울|이창환 기자]  뛰어난 연극을 수시로 제작·주최하고 공연에 올리는 국립극단명동예술극장7월 비극적인 감성이 깃든 연극으로 관객들을 찾는다. 국립극단에서 76일까지 공연되는 <플라토노프>와 명동예술극장에서 713일까지 공연되는 <길 떠나는 가족>이다. 두 개의 작품 모두 7월 꼭 관람해야할 연극에 꼽힐 만하다.  두 편 주인공 모두 순수하고 자의식이 강하고, 앞서나가고, 사람들을 너무 사랑하거나 사랑받기 때문에 비극을 맞는다. 연극 플로토노프, 길 떠나는 가족에는 이들의 외로움과 철학, 혹은 괴짜스러움이 흥미롭게 담겨있다.

 
<플라토노프>는 희곡의 대가 안톤 체호프가 청년시절 쓴 작품으로 젊은 작가의 고뇌와 과감함이 가득하다. 내용 전개가 자극적이기 때문에, 관객에 따라서는 안톤 체호프 하면 떠오르는 대표작 이상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플라토노프는 국내에서 거의 공연되지 않은 작품으로 차세대연극인스튜디오를 통해 국립극단 무대에 올랐다. 차세대연극인스튜디오는 국립극단의 젊은 연극인 육성 프로그램. 이병훈 연출가는 플라토노프의 대담한 열정이 젊은 배우들의 에너지와 어울렸다는 극 선택 이유를 밝혔다.
플라토노프는 5시간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원작이 특징이다. 체호프 ‘4대 희곡과 달리 낭만적 요소가 많고, 멜로드라마에 가까울 정도로 극의 흐름이 시종일관 엎치락뒤치락 한다. 코믹적 요소도 많다. 정서는 체홉 특유의 정적인 분위기 보다는 여러 사건이 오해로 인해 빚어진다. 그러나 원형은 인간 본성 탐구, 철학적인 것들이다. 자신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에 절망하는 것이나 목적 없는 삶에 대한 공허함을 느끼는 모습은 현대인과 전혀 다르지 않다.
 
▲ 플라토노프
 
줄거리-
젊고 매력적인 미망인 안나 페토로부나 보이니체프의 거실. 손님들은 체스를 두거나 술을 마시며 자신들의 삶에 대해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고 있다. 그러던 중 사람들에게 불확실함의 상징, 학교 교사 플라토노프가 등장한다. 그는 자신의 실패한 결혼과 모두의 기대를 져 버린 현재의 자신에 대해 거리낌 없이 얘기한다. 한심하지만 매력적인 영웅 플라토노프의 등장은 보이니체프가에 모인 지루하던 이들의 일상에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플라토노프는 아내 사샤가 있음에도 미망인 안나, 플라토노프의 옛 연인 소피아, 마을 지주의 어린 딸 그레고와에게 본능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그녀들 사이에서 욕망과 죄책감을 오간다.
 
▲ 플라토노프
 
<길 떠나는 가족>은 황소로 유명한 화가 이중섭의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그린 작품이다. 배우 지현준의 열연이 돋보이며 무대 미술과 연출, 음악이 매우 창의적이다. 뮤지컬을 보는 것 같은 풍부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1991년 처음 공연 됐는데, 당시 서울연극제 작품상 희곡상 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연극의 제목은 이중섭의 유화 길 떠나는 가족에서 따왔다. 그림의 풍경은 무대에서 입체감 있게 재현된다. 그림의 재현은 예술적 고뇌와 시대 아픔에 방황한 불운한 예술가의 마지막을 전달하기 위한 장치로서 쓰이는 듯하다.
이번에 공연되는 길 떠나는 가족은 초연 보다 시청각적 이미지와 청각적 리듬, 짜임새에 있어서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특히 음악 또한 월드뮤직그룹 반이 맡아, 한국적이고도 유려한 정서로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차후 해외진출까지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 길 떠나는 가족
 
줄거리-
중섭은 조선의 황소를 민족의 혼으로 여기며 소 그림을 위시한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물을 그림에 담는데 심취한다. 스승의 권유로 동경 유학길에 오른 그는 곧 일본미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만 조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한국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사랑하는 연인 마사꼬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혈혈단신 조선으로 건너오자 주위의 반대에서 불구하고 결혼식을 올린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것도 잠시, 중섭은 6·25 전쟁으로 어머니와 헤어져 가족들을 데리고 피난길에 오른다. 궁핍한 생활에도 예술 정신을 고집하는 중섭으로 인해 가족들은 심한 생활고를 겪게 된다.
 
 
▲ 길 떠나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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