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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 무소속 시의원 때문에 정치권이 시끄럽다. 정치권은 국회의원도 아닌 일개 야당 시의원이 재력가로부터 5억 원 상당의 돈을 받았고 수천만 원대의 술값을 접대받은 데다 돈을 돌려달라는 재력가를 ‘살인교사를 했다’는 점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김 의원은 ‘채권과 채무자’라기보다 ‘시의원과 스폰’의 관계라고 경찰조사에서 밝히면서 정치인과 스폰의 관계가 재차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김 의원의 동료 의원들은 ‘시의원이 룸살롱을 가고 수천억 원대 재력가로부터 후원을 받을 정도로 잘 나가는 시의원은 드물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과 숨진 재력가 사이에 드러난 스폰의 검은 공생 관계를 알아봤다.

- ‘살인교사혐의’ 김형식 시의원 토착 비리 ‘전형’
- ‘후원금 모집’ 안되는 기초의원 ‘유혹’ 사각지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무소속 김형식 시의원이 살인교사 혐의로 경찰로부터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단순히 채권 채무관계에 의한 살인교사 혐의에서 경찰은 정치인과 스폰서 간 벌어지는 지역내 구조적인 토착비리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통상 정치인과 스폰서 관계의 시작은 돈에 목마른 정치인들이 찾는다. 국회의원들의 경우 입법무기를 통해 기업들로부터 스폰을 공식 비공식적으로 받는다. 검찰은 조폭기업, 국세청은 세무사, 경찰은 업주에게 스폰을 받고 뒤를 봐주고 공생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개인 차와 자신의 아들집에서 거액의 돈이 발견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의 경우 스폰서는 해운업체였다. 과거 민종기 충남 당진군수는 친분이 있는 건설업자에게 수백억 원의 공사를 특정업체에 넘기면서 대신 ‘별장’을 뇌물로 받아 화제가 됐다.

3천억 자산가 금뱃지 구청장 제끼고 시의원 스폰?

하지만 100명이 넘는 서울시 광역의원 중 한명인 김 의원에게 수천억대의 재산가가 5억 원이 넘는 돈을 빌려주고 7천 만원 상당의 유흥비까지 대신 내줄 정도면 군수나 시장, 국회의원보다 잘 나간 시의원인 셈이다. 현재까지 경찰 조사로 알려진 바는 김 의원이 숨진 송모씨에게 ‘빌딩 용도’를 변경해주는 대신 돈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송씨는 강서구에 소재한 자신 명의의 건물 4채를 일반지구에서 상업지구로 변경해주기로 약속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업지구로 바뀌면 고층빌딩 신축이 가능해져 수억원을 스폰한 대가로 수십억 원의 막대한 차익이 생기는 장사를 한 셈이다.

김 의원은 2010년부터 4년간 시의회 도시계획위와는 별도로 서울시 산하 도시계획위에서 활동했다. 서울시 도계위는 도로와 공원 건설, 재개발이나 재건축, 토지 용도변경 등 부동산과 관련한 주요 사항들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핵심 위원회다. 서울시 행정2부시장과 주택실장 등 공무원들과 시의원, 대학교수 등 27명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부동산 이권과 관련한 사항들을 다뤄 서울시의원들 간에 ‘알짜배기’ 자리로 통해 경쟁률이 치열하다. 그래서 2년 임기로 돌아가면서 맡는 게 관행이다.

이런 자리에 있는 김 의원에게 송씨는 5억원 넘는 돈을 후원하고 2010년부터 수천만 원대의 룸살롱 비용뿐만 아니라 각종 유흥비를 대납해 준 것이 아니냐는 게 경찰의 시각이다. 하지만 김 의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2년말 용도변경이 무산되면서 송씨는 돌변해 ‘폭로하겠다’고 김 의원을 협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김 의원이 동갑내기 친구인 팽모씨를 통해 청부살해했다는 게 경찰의 시각이다.

경찰에서 보는 의혹은 통상 정치인에 대한 스폰 특히 김 의원에게 막대한 돈을 빌려주고 유흥비까지 대줄 정도로 ‘ 대단한 인물이었느냐’는 점이다. 주로 기업인들이 스폰을 할 경우 지역 국회의원, 기초단체장이 주 대상이다. 18대 강서구 국회의원은 한나라당 구상찬, 김성태 의원이었고 19대에 들어서 민주당 신기남,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현직 국회의원이 됐다. 강서구청장은 새정치연합 노현송 전 의원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동료의원, “평소 씀씀이가 컸는데…” 씁쓸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을 송씨가 스폰을 한 점이 미스터리라는 지적이다. 송씨가 김 의원을 스폰하게 된 배경으로 특이한 이력을 동료 의원들은 꼽고 있다. 통상 광역 의원은 지역내 토착 인물이 당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김 의원의 경우 현직 새정치연합 신기남 의원의 보좌관을 10년 가까이 지냈다. 또한 민주당 노무현 대선후보 캠프 기획의원, 최연소 열린우리당 상근 부대변인, 박원순 캠프 정책 자문단에 합류할 정도로 이력이 남다르다.

이런 점 때문에 재력가 송씨가 김 의원에게 접근한 게 아니냐는 게 전현직 동료의원들이 보는 시각이다. 실제로 이런 이력 때문에 새누리당에서는 ‘김형식 게이트’로 규정하며 공세를 높여가고 있다.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1일 “유력정치인에게 이 돈이 흘러갔다는 설과 인허가 관련 공무원들에게 제공되었다는 설이 있다”며 “단순 청부 살인 사건이 아니고 김형식 게이트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후원금 모집’을 할 수밖에 없는 광역·기초 의원들의 한계가 검은 스폰 관계를 형성하는 원인 중의 하나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직 기초의원 A씨는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시의원이나 구의원 역시 여비서에 사무실을 내고 지역내 애경사를 찾아다니려면 연봉 6천만 원가지고 활동하기가 버겁다”며 “특히 ‘씀씀이’가 남다른 김 의원 평소 행실을 볼 때 물주를 찾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구속된 상황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김 의원은 ‘살인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반면에 송씨와는 ‘스폰 관계’라고 스스로 폭로한 것에 대해서 정치권에서는 이런 저런 추측이 나돌고 있다. 단순히 ‘채권-채무관계’로 돈을 빌린 게 아닌 정치인과 기업인 간에 이뤄지는 ‘공생 관계’라면 ‘대가성 여부’에 따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걸릴 수 있는 사안이다. 김 의원과 송씨 사이에 차용증도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스폰 관계’라면 형식적으로 차용증을 주고받은 셈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김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받을 경우 의원직 박탈과 벌금을 내야 한다”면서 “대가성 여부는 확실하게 드러나기 힘들고 실패한 로비로 처벌을 약하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 하지만 김 의원이 ‘채권-채무’에 의한 ‘살인교사 혐의’ 즉 돈을 갚으라는 협박에 못이겨 친구 팽씨를 통해 살인을 교사했을 경우 정치 인생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삶도 끝”이라며 “결국 사건이 확산되는 것도 막고 송씨와 원한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7천만 원 탕감받고 살인까지? 미스터리

한편 경찰은 친구 팽씨가 단순히 7천만 원의 빚을 탕감받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점에 대해서 의문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0억도 아니고 1억원도 안 되는 돈에 본인 인생을 망칠 수 있는 살인을 저지를 정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경찰에서는 시의원 김씨와 재력가이자 스폰서 역할을 한 송씨, 그리고 팽씨 3인 간 드러나지 않은 ‘모종의 딜’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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