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술연구원서 10억 뭉칫돈 직접 옮겼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6억 아들집으로…자기앞 수표 3억은 청담동집으로…
봉투에 10만원 수표다발 6묶음, 가방에도 돈뭉치 가득…
답답한 검찰, 청담동 자택 놔두고 왜 아들집 털었나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한국학술연구원에 10억여 원이 있었다. 6억 원은 아들에게, 3억 원은 박상은 의원 청담동 자택으로 옮겨졌다.”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 운전기사였던 김모씨가 충격적인 내용을 폭로했다. 그는 지난달 11일 박 의원의 차량에서 3천만 원이 든 현금과 서류가방을 빼낸 다음날 검찰에 신고한 장본인이다. 이후 언론 인터뷰를 피해왔던 김씨를 지난달 27일과 지난 9일 두 차례 [일요서울]이 만났다. 본지와의 만남에서 그는 한국학술연구원에 보관되어 있던 돈을 옮기던 날, 직접 목격했던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 또 박 의원의 인천집 옷장 속에 숨겨 있던 돈과 구권화폐 돈뭉치 사진 2장을 함께 공개했다.

이 사진이 공개됨에 따라 출처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면서 상당한 파문이 예고된다. 이에 대해 박 의원 측에선 일부 내용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때문에 [일요서울]은 김씨에게 한국학술연구원 10억 원이 옮겨진 과정과 본지에 공개한 수상한 돈뭉치 실체를 집요하게 헤쳐봤다.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의 운전기사로 일했던 김씨는 [일요서울]과의 단독인터뷰에서 “한국학술연구원에서 박 의원 아들집과 청담동 자택으로 돈을 옮긴 날은 3월 24일이다. 정확히 말하면 선주협회에서 주최하는 ‘바다와 경제 포럼’ 해단식이 있었던 날”이라며 “박 의원이 한국학술연구원에서 빼온 3억 원을 차량 트렁크에 넣어두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밀봉되지 않은 봉투에 담긴 10만 원짜리 자기앞수표 6묶음인 6천만 원과 갈색 가죽가방에도 10만 원짜리 자기앞 수표가 가득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씨는 검찰에 제출하지 않은 사진 2장을 본지에 독점 공개하기도 했다. 김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한국학술연구원에서 돈을 옮겼을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해 달라.
-‘바다와 경제 포럼’ 해단식이 있던 3월 24일, 한국학술연구소에 보관돼 있던 10억 원이 넘는 돈을 아들집과 청담동 자택으로 옮겼다. 이날 박 의원이 전화로 청담동 자택에 가서 검은색 가방 2개를 챙겨오라고 했다. 007가방이 아닌 검은색 보따리 천가방 2개를 받아왔다. 쉽게 말하면 보따리상들이 들고 다니는 가방이다. 그리고 오후 3시경 국회에서 한국학술연구원으로 갔다. 박 의원은 청담동 자택에서 가져온 가방 2개와 늘 들고 다니는 갈색 가죽가방을 들고 올라갔다. 대로 앞에서 박 의원을 기다린 지 10분 뒤 아들이 타고 다니는 외제차가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1시간이 지나서 박 의원은 갈색가방과 대봉투를 가지고 나왔다. 대신 검은색 가방은 보이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왜 안 가지고 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해단식 현장에 도착했을 때 한국학술연구원에서 가져온 대봉투와 갈색가방을 트렁크에 넣어두라고 해서 그 때 돈의 실체를 확인했다. 그 가방은 당시 청담동 자택으로 가져갔다.

▲ 청담동집으로 가져간 돈은 대략 얼마나 되는가. 

- 대봉투가 밀봉되지 않아서 돈이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안에는 10만 원짜리 수표다발 여섯묶음인 6천만 원이 있었다. 갈색가방은 돈으로 꽉 차 있었다. 가방 사이에 손이 들어갈 정도의 구멍이 있어, 그 틈을 통해 직접 만지고 눈으로 확인했다. 짐작대로 수표가 가득 있었다. 대봉투 6묶음을 대비해 따져보면 3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 박 의원이 가지고 있던 3억 원의 실체는 직접 목격했지만 아들집에서 발견된 6억 원이 3월 24일 옮겨졌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 청담동집에서 가져온 검은색 가방을 안 가지고 나왔다. 궁금했던 차에 한국학술연구원 A씨가 ‘박 의원이 나가고 아들이 검은색 가방 2개를 엄청 힘들게 들고 나가더라’고 주변 지인에게 얘기해줘서 알게 됐다.

▲ 검찰에 이러한 내용을 진술했는가.
-‘청담동 자택을 무조건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검찰에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비리수사를 하고 있고, 증거를 직접 가져다줬는데 검찰은 청담동집을 압수수색하지 않았다. 여당의원이고, 현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 본지에 박상은 의원 인천집 옷장에서 발견된 1천만 원의 돈 뭉치를 공개했다. 이 돈뭉치는 어떻게 촬영했는가.
- 4월에 촬영했다. 박 의원은 서울집에서 인천으로 옷을 가지고 간다. 그러면 그걸 정리해줘야 한다. 와이셔츠를 걸기 위해 한쪽으로 옷들을 밀었는데 하얀 봉투가 담긴 비닐이 보였다. 그 안에는 구권으로 1천만 원이 들어있었다. 그 돈의 출처는 알 수 없지만 청담동집에서 가지고 나왔다. 그때는 구권을 많이 사용할 때였다. 박 의원은 구권으로 서울 강남 피부과에 가서 모발이식도 하고 각종 세금도 내고 그랬다. 박 의원 아내의 경우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A업체에서 구권으로 명품 식탁의자 등을 구매했다. 또 세월호 침몰 사건 발생 후, 박 의원은 구권으로 항만청과 해양경찰청 상황실에 근무하는 고위급에게 각각 50만 원을 전달했다.

▲ 청담동집에서 가지고 나왔다는 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그리고 항만청과 해양경찰청 상황실에 근무하는 사람에게 50만 원을 전달하는 과정을 목격했는가.
- 박 의원은 금요일에 인천집으로 짐을 옮긴다. 옷가방을 챙겨오기 때문이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가방이 있는데 거기에 담아왔을 것이다. 또 항만청 고위인사에게 50만 원을 전달해주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고, 해양경찰청의 경우 박 의원이 미리 준비해둔 50만 원을 들고 상황실로 올라갔다. 격려금 명목이었다. 그 당시 항만청과 해양경찰청은 부실 대응으로 언론에 뭇매를 맞을 때였다. 돈을 전달하는 과정을 목격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 특이한 점은 박 의원이 구권화폐를 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구권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구권이 너무 많아서 처분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걸로 당협사무실 사람들한테도 활동비로 주고 지역구에서도 구권을 많이 쓴다. 구권을 쓰는 부분에 대해서는 나 역시 의문이다.

▲ 박 의원 측에서는 대검중수부 출신인 이인규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 현직 시절 ‘정의감’으로 일했던 분으로 알고 있다. 정의를 위해 일해오신 분이 이러한 사건을 맡은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 전관예우 차원에서 맡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 사실 박 의원의 비리를 알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도 이대로 두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결심하게 됐다.

▲ 마지막으로 박 의원 측에선 “(김씨는)조카가 아파서 조퇴했고, 다음 날 아침에 출근했을 때 경찰이 체포하려 하자 도망갔다”며 김씨를 절도범이라고 말한다.
- 나쁜 마음이 있었다면 3월 24일 당시에 3억 원이 넘는 돈가방을 가지고 갔을 것이다. 또 조퇴한 당일 독한 약을 먹고 있을 정도로 몸이 안 좋았다. 박 의원의 부적절한 행동에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박 의원의 비리를 알리기 위해 가방을 빼내기로 결심했다. 내가 있는 상황에서는 할 수가 없어 ‘조카가 아프다’고 말했다. 조카는 실제로 중환자실에 있는 상태다. 그리고 가방을 빼냈을 당시 비가 많이 왔고, CCTV가 나를 향하고 있었다. 박 의원 측에서는 ‘얼굴을 가린 것만 놓고 봐도 절도범’이라고 말하는데 비가 많이 와서 우산을 썼을 뿐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곧바로 검찰로 향하려 했으나 시간이 너무 늦었고, 몸도 좋지 않아 집으로 갔다. 그 당시 의원실에서 전화가 계속 왔고, 상황을 물어보기도 했다. 그때는 변명을 했다. 검찰에 간 상황도 아니었고, 의원실을 그만둔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다음날 억지로 국회에 갔다. 차 안에 있는 내 짐을 정리했고, 주차장에서 의원실 관계자를 만나기도 했다. 차 키 등을 다 정리한 뒤 집에 둔 박 의원의 돈 가방과 땅문서가 든 쇼핑백 등을 가지고 검찰로 향했다. 이때 의원실에서 연락이 왔으나 검찰로 향하던 중이라 ‘병원에 간다’라고 거짓말을 했던 것 뿐이다. 그런데 박 의원은 A의원에게 ‘자신이 해외출장을 나가면 내가 세종기업 사람들을 만나 향응과 뒷돈을 받는다’고 하는 등 터무니없는 말들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나는 결백할 뿐 아니라 박 의원에게 아쉬운 소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실제 취재과정에서 김씨를 두고 ‘인천 학익동에 내연녀가 있다’, ‘자식들 유학비용은 뒷돈을 받아 보냈다’, ‘빚이 많아서 돈을 훔쳤다’ 등의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이러한 소문의 정체에 대해 김씨는 “박 의원 측 인사들이 말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 측 한 관계자는 “‘학익동 내연녀’ 소문 등이 나온 것은 위치 추적하던 중에 학익동에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말이 확대된 것 같다”면서 “거기에 대한 근거나 실체는 없다”고 해명했다. 사실상 김씨를 둘러싼 루머들은 그야말로 ‘루머’에 불과했던 셈이다.

한편, 본지는 김씨가 주장하는 사안에 대해 박 의원의 해명을 들으려 했으나 전화연결이 되지 않았다. 문자에 대한 답변도 없었다. 박 의원 측에 의원과의 통화를 요청했으나 “오늘은 힘들다. 일정이 있으시다”, “통화 안 될 것"이라며 밝혀, 박 의원으로부터 직접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 대신 의원실에 이러한 내용에 대해 문의했다.

박 의원 측 한 관계자는 “3억 원이 청담동집으로 옮겨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인천집 옷장 사진과 관련) 돈을 쓰기 위해 가지고 온 것이고, 수행하는 사람들이 오가는데 어디다 돈을 넣어두겠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구권 화폐를 가질 수 있고, 쓸 수 있다. 돈 출처에 대해서는 검찰에 이미 다 밝혔다”고 설명했다. 항만청과 해양경찰청에 돈을 건네줬다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 “현역의원들이 어디를 가면 위로금과 금일봉을 주는 게 관례”라고 석연치 않은 해명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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