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인 부자관계 인정돼야 가족법상 권리·의무 발생한다

우리나라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소재가 ‘출생의 비밀’이다. ‘출생의 비밀’을 다룬 드라마는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고 시청률이 ‘불륜드라마’도 양산한다. ‘신들의 만찬’, ‘넝쿨째 굴러온 당신’, ‘해를 품은 달’, ‘오늘만 같아라’, ‘내딸 꽃님이’, ‘당신뿐이야’, ‘위험한 여자’ 등 귀에 익은 드라마는 대부분 출생의 비밀이 등장한다.

오래전에 종영한 ‘신사의 품격’에서 주인공들의 첫사랑과 그 아들이 등장하고 친부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만약에 친부 자신이 모르는 아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DNA 검사 같은 과정을 통해서 양쪽이 같은 혈육임이 증명될 때 그 아들이 상속권을 주장하거나 부양료나 양육비 등 부자관계에서 발생하는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어머니와 자녀는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에 의하여 친자관계가 인정되지만, 아버지와 자녀가 법률상 친자관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비록 생물학적으로 부자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법적인 부자관계가 되지 못하면 가족법상 부자관계를 전제로 하는 권리와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법적으로 ‘모자관계’는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에 의하여 인정되고, 그렇기 때문에 가족법(민법)에는 굳이 모자관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에 의하여 모자관계가 인정되면, 어머니의 ‘법률상 남편’이 아버지로 추정된다.

민법 제844조는 “처가 혼인 중에 포태한 자는 부의 자로 추정한다.(제1항), 혼인성립의 날로부터 2백일 후 또는 혼인관계 종료의 날로부터 3백일 내에 출생한 자(子)는 혼인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한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즉, 사람의 임신기간이 보통 10개월이고 일찍 출산하는 경우(예컨대 칠삭둥이)를 포함하기 위하여 산모가 ‘혼인한 후 200일 후에 출생한 자녀’나 ‘혼인관계종료(이혼이나 사별) 후 300일 내에 출생한 자녀’는 산모가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하고, 산모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산모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게 된다.

과거 남편의 간통은 처벌하지 않고 처의 간통만 처벌한 것도 아버지가 누구인지 불분명해지는 것을 막고자 하는 가부장적 입장에서 입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머니가 자녀를 출산할 당시 ‘혼인’ 관계에 있지 않은 경우, ‘생물학적인 아버지’가 ‘법적인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는 ‘인지’라는 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아버지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가족관계 등록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인지신고’를 하거나(민법 제855조), 자녀나 자녀와 일정한 친족 관계가 있는 사람이 생물학적인 아버지를 상대로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해야 한다(민법 제863조). ‘인지청구의 소’를 흔히 ‘강제인지’라고도 한다.

법적인 부자관계가 형성되어야만 비로소 상속인이 될 수 있고 그 밖에 가족법상 부자관계로서 권리의무를 갖게 된다. 비록 DNA검사를 통하여 생물학적인 부자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법적인 부자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면 상속권 등 부자관계에서 발생하는 가족법상 권리나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 ‘친권자’ ‘양육자’ 의미 제대로 알아야

이혼이 증가하면서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혼소송에서도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이 중요한 쟁점이 되기도 한다.

종래 대법원 판결례에 의하면, ‘친권‘이란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하는 권리의무를 말하고, 친권을 행사하는 사람이 ’친권자‘가 된다. 친권자는 ’법정대리인‘의 일종이다. ’친권‘과 ’친권자‘는 법적인 개념으로서 혼인 중에는 부모가 공동으로 친권을 행사하게 된다. 부모가 이혼을 하는 경우에는 친권자를 정하게 되고, 협의 또는 가정법원에서 정한 친권자는 미성년 자녀의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가 되고 자녀의 ’기본증명서'를 발급받아 보면 친권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부모가 혼인 중에는 ‘양육자’라는 개념이 거의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부모가 이혼을 하는 경우에는 자녀를 누가 키울 것인지를 정해야 하는데 이것이 ‘양육자 지정’의 문제이다.

‘양육자’란 현실적으로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사람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육자를 친권자로 지정한다. 남편이 행방불명 상태이고 미성년 자녀를 그 조부모가 양육하는 경우 법원은 이혼판결을 하면서 아이 엄마를 친권자로 정하면서 양육자는 조부모로 정한 사례가 있다. 양육자와 친권자를 달리 정하는 특별한 경우에 해당되는 사례이다.

부모가 이혼을 하면서 부모 일방을 친권자 및 양육자로 정하는 경우 그 상대방은 자녀와 정기적으로 만나 교류할 수 있는데 이것을 ‘면접교섭권’이라고 한다.

부모가 이혼을 하면서 그 일방을 친권자 및 양육자로 정한다고 하더라도 양육에 관한 사항 이외에는 부모의 권리의무에 변경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아이 입장에서 법적으로 보면 이혼은 부모의 사생활일 뿐이고, 아버지와 어머니로서 권리의무는 변하지 않는다. 친권자가 누구인지와 관계없이 부모가 사망하게 되면 상속을 받을 수 있고, 만 18세 또는 만 19세의 미성년자가 혼인을 할 때에는 친권자인 부모 일방의 동의 이외에 친권자가 아닌 부모의 동의도 있어야 한다. 자녀 양육과 관련된 오해가 풀리면 이혼과정에서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데 오해 때문에 갈등이 커지기도 한다.

이혼을 할 때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문제로 부부가 치열하게 다투고 아이를 빼앗아 오고 되찾아오는 경우도 간혹 있다. 나쁜 남편 또는 나쁜 아내로 그쳐야지 나쁜 부모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혼 그 자체는 슬픈 일이다. 그래서 이혼은 최후의 수단이고 궁여지책이어야 한다. 이혼은 부부(자녀의 부모)가 혼인관계를 해소하는 것이지 가족을 해체하는 데까지 이르지 않도록 서로 배려해야 한다.


<엄경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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