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것 없다는 정유업계 현황 뜯어보기

 대부분 영업손실 기록…그나마 이익 본 곳도 91% 급감
이제는 비정유가 희망…잇단 통폐합에 인원 수 줄이기도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정유업계가 최근 실적 급감과 신용등급 하향으로 울상짓고 있다. 이미 정제마진의 시대가 끝난 상황에서 향후 공급은 늘고 수요는 한정되는 사면초가에 처한 것이다. 아예 정유부문보다는 비정유부문에서 돌파구를 찾는 정유사들도 속속 나오고 있는 현황을 들여다봤다.

정유사들의 정유부문 실적이 급감하고 있다. 정유업계 빅3 중 1위인 SK이노베이션의 지난 1분기 정유부문 영업이익은 35억 원이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91%나 줄어든 것이다. 또 GS칼텍스는 같은 기간 636억 원, 에쓰오일은 52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분기 실적도 그리 좋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다소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동양증권은 SK이노베이션이 이번 분기에 이익에서 손실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황규원 동양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손실은 609억 원으로 추정되며 특히 정유부문의 영업손실은 263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평균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재고 손실과 설비의 정기 보수 등에 비용이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이트레이드증권도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목표가를 13만 원으로 하향했다. 한승재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같은 날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실적은 562억 원으로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글로벌 에너지 소비 중 가스 비중 증가, 신재생 발전의 증가는 석유제품의 구조적인 약세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뚜렷한 반등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고 짚었다.

실적 기대치 하회에 냉정한 증권가

GS칼텍스에 대한 의견도 보수적이었다. 앞서 신한금융투자는 GS의 1분기 실적이 GS칼텍스 때문에 부진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당시 GS의 1분기 영업이익은 689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평균 예상치인 1305억 원의 반토막에 지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GS칼텍스가 정유 부문에서 흑자 전환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적자폭을 축소하는 데 그쳤고, 주력 제품인 폴리에스터 원료(PX) 마진이 급락하면서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이익도 반토막났다”면서 “때문에 GS의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GS칼텍스로부터의 지분법 이익이 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에쓰오일도 한진 보유지분 매각 이슈를 제외하면 부정적인 모습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에쓰오일의 예상보다 낮은 정제마진을 이유로 이익 추정치를 내리고 목표가도 떨어뜨렸다. 하나대투증권도 에쓰오일 정유부문이 2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권영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에쓰오일의 2분기 평균 정제마진이 배럴당 5.8달러로 예상보다 낮았던 만큼 내년과 내후년 정제마진 추정치를 배럴당 6.3달러로 낮췄다”면서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7520억 원에서 3360억 원으로, 내년 추정치는 1조4830억 원에서 9530억 원으로 각각 내렸다”고 지난 2일 진단했다.

또한 이한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등경유 중심의 정제마진 약세, 원화강세 영향으로 1069억 원 수준의 영업적자가 날 것”이라며 “다만 아람코의 한진 보유지분 전량 인수는 청신호”이라고 지난 3일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이 연구원은 “과거 에쓰오일의 고도화설비와 PX설비 등 선제적 투자를 이끌었던 경험은 대주주인 아람코의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에 기인한 것”이라며 “업황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져 있는 상황에서 금번 인수는 긍정적인 이슈”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사업 정리에 조직개편으로 중심 이동

이처럼 증권가의 시각이 냉철하게 유지되는 것은 현재 정유업계의 정제마진이 마이너스에 가깝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정유사업으로 잃는 돈을 비정유사업으로 채우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정유사들은 정유부문을 축소하고 비정유부문에 무게를 싣는 등 사업방향을 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들어 윤활유 사업을 맡은 SK루브리컨츠의 중국사업을 정리했다. 또 관련 사업본부도 4개에서 3개로 축소했다.

GS칼텍스는 지난달 기존 석유화학사업본부와 윤활유사업본부를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끝냈다. 이로써 7개의 사업본부는 5개로 줄어들었고 단위조직 및 임원 수도 15%가량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도 2분기에 사업부서 통폐합 및 임원 재배치 작업에 열을 올렸다. 생산기획본부와 기술본부는 통합하고 고객지원부문은 영업전략부문으로 합쳤다. 현대오일뱅크는 아예 비정유부문의 신사업 확대를 통해 2020년 매출 50조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 지속적인 공급 확대에 비해 기존 수요는 감소하면서 업황이 어두운 상황”이라며 “환율이나 유가보다는 근본적인 수익성 개선에 향후 사활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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