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춘 대원군도 위험하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친박 비주류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진격의 거인’처럼 당 대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당 대표로 당선된 후 조사된 차기 여권주자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도 김문수, 정몽준 잠룡을 제치고 1위로 등극, 전대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정치권 관심은 향후 그가 집권 여당 당 대표로서 당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와 당청 관계를 어떻게 수평적 관계로 만들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한때 ‘원조 친박’에 ‘친박 좌장’이라고 불렸던 김 대표지만 이후 ‘친박 비주류’로 전락했고 이정현 전 홍보수석이 ‘박의 남자’로 ‘친박 좌장’ 자리를 꿰차면서 설움을 받기도 했다. 바야흐로 ‘친박 비주류’에 비박으로 알려진 김무성 대표의 친박 주류세력에 대한 ‘거인의 반격’이 시작됐다.

- 당·청 친박 주류 제끼고 비주류 ‘인적쇄신’ 조짐
- ‘차기 주자’ 없는 청와대, 김무성과 ‘전략적 연대설’

친박 비주류에 비박(비판적 박근혜)계로 살아온 김무성 의원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박 주류의 지원을 받은 서청원 의원을 상대해 큰 격차로 승리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원조 친박’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로 비주류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던 김 대표는 명실상부한 집권 여당 대표로서 우뚝 섰고 차기 대권을 위한 발판까지 마련했다.

친박 주류 2선 후퇴, 비주류 ‘비상’

이미 전당대회 전부터 김 대표 진영에서는 ‘당 대표가 될 경우 김무성 당으로 변모 시킬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올 정도로 설움을 받고 있었다. 김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이후 “당직 인선은 7.30 재보궐 선거 이후 할 것”이라며 탕평인사 의지를 밝히면서도“그동안 소외됐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인선하겠다”고 친박 주류를 배제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자칫 재보궐 선거 이전에 할 경우 친박 비박 다툼이 선거에 악영향을 줄 것을 염려한 김 대표의 배려다.

현재 여권 안팎에서 보는 핵심적인 김무성 사람들로는 15명 정도가 꼽히고 있다. 주로 김 대표가 과거 친박계 좌장 시절 인연을 맺었던 인사들과 2010년 원내대표 시절 부대표로 인연을 맺었던 인사,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지만 이렇다할 ‘공직’을 맡지 못한 친박 비주류, 친이계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의원 면면을 보면 이군현, 한선교, 김을동, 장윤석, 김성태, 김학용, 이진복, 이한성, 권성동, 강석호, 홍문표, 박민식, 서용교, 이헌승, 조해진 의원 등이 최측근 그룹으로 분류되고 있다.

또한 김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적극 도운 원외 인사로는 비박계 인사들이 두루 포진해 있다. 전대 캠프 선대본부장으로 활약한 권오을 전 국회 사무총장, 후보 비서실장으로 활동한 안형환 전 의원, 김성수, 조전혁, 김성회 전 의원도 원내대표단 시절 이후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캠프 공보단장이었던 배용수 전 국회도서관장, 공동대변인이었던 허숭 전 경기도 대변인, 문혜정 전 김황식 캠프 대변인도 김 대표 당선을 도왔다.

또한 부친인 김용주 전 의원이 설립한 포항 영흥초교 출신인 이병석 전 국회부의장 역시 든든한 우군이다.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캠프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게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성근 전 MBN 앵커 역시 김 대표를 당선시키는 데 일조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 대표 고유권한인 지명직 최고 위원 2명과 당직 인선에 김무성 사람들의 대거 기용이 벌써부터 예상되고 있다. 통상 지명직 최고위원은 홀대 지역인 호남, 강원 지역 인사들이 주로 임명됐지만 최근 김 대표 진영에서는 소외 지역 1명과 2040 세대를 대표하는 인사 1명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전당대회에 참석해 고배를 마신 40대 김영우, 김상민 의원 중 한 명이 될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청와대 ‘기춘대원군’ 나간다?

또한 고위 당직 인선에 있어서 우선 친박 주류가 차지했던 사무총장 자리에는 김태환, 한선교, 장윤석, 강석호 , 김학용 의원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또한 비서실장으로는 조해진 의원과 안형환 전 의원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여의도연구소 소장으로는 3선의 권오을 전 의원이 단수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구체적인 윤곽은 8월초에 나올 예정으로 김 대표가 누구를 중용하느냐에 따라 ‘화합형’인지 ‘친박 주류 물갈이’인지 알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김 대표가 ‘소외된 인사’ 중심으로 인사를 하겠다고 밝힌 이상 친박 주류의 쇠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당을 명실상부한 김무성당으로의 변모와 함께 청와대와 수평적 관계 역시 김 대표로서 풀어야 할 난제다. 김 대표는 청와대에게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고 당 대표 취임 직후에도 청와대를 겨냥해 “소수 중간권력자들의 권력 독점에 비분강개를 느낀다”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 관련해선 잔뜩 몸을 낮추고 있는 형편이다. 일단 당부터 추스르고 청와대와 관계 설정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여당내에서는 청와대와 김 대표 간 갈등 폭발은 시간상의 문제라는 게 중론이다. 김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춘대원군’으로 불리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날을 세워왔다. 지난 6월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김 대표는 “김 실장이 당청관계를 수직관계로 만든 것은 잘못”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비서실장에 대한 불만은 6월18일 한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고조를 이뤘다. 이날 김 대표는 “김 실장과 손에 꼽히는 몇몇 핵심 친박들이 자기들끼리만 (인사를) 독점하려고 하고 있다”며 “나를 모함해서 내가 당 대표가 되면 대통령에게 각을 세울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정권이 시작된 후 김 실장과 손에 꼽히는 몇 몇 친박 핵심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내 사이를 갈라놨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와대내 분위기도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김 실장은 올해초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지만 청와대에 머물면서 대통령 곁을 지켜 주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사의설’까지 돌았지만 김 실장은 사석에서 ‘비서실장을 맡은 지 1년도 안 된 상황에서 나갈 수 없다’고 심경의 일단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8월에 임명된 김 실장은 공교롭게도 김 대표가 당직 인선을 하는 8월 1년을 채우게 된다. 그래서 여권 일각에서는 ‘김 신임 대표에 힘을 실어주고 박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그만둘 수 있다’는 소문이 재차 돌고 있다.

문고리 3인방 운신의 폭 상당히 축소

뿐만 아니라 문고리 3인방에게도 ‘무대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당장 문고리 3인방(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의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고리 3인방과 친분이 있는 대표적인 인사인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보좌관 출신인 L 행정관이 전대 전후로 ‘대기발령’이 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J 선임 행정관과 K 행정관은 청와대를 나와 보직이동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3인 모두 문고리 권력 3인방과의 관계로 청와대 참모진에 들어온 인사들로 알려진 인사다.

또한 이번 전당대회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것과 관련해 개입한 청와대 인사들 역시 좌불안석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대표 측은 박 대통령의 전대 참석을 불편하게 바라본 게 사실이다. 청와대는 당을 탈당하지 않은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것은 관행이라는 설명이지만 이번 전대가 ‘친박’, ‘비박’ 당권 다툼이 심했던 만큼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청와대 작품이라는 것은 정설처럼 여겨졌다. 특히 김 대표 진영에서는 대통령 전대 참석을 기획한 인사로 청와대 정무파트에 근무하는 S 비서관과 C 청와대 고위 인사를 지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김 대표의 ‘상생정치’와 ‘탕평인사’를 하겠다는 공언과는 무관하게 당과 청은 급속도로 김 대표를 중심으로 인적 재편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여권에 정통한 한 인사는 “김문수, 정몽준, 홍준표, 남경필, 원희룡 등 친박계를 대표하는 이렇다할 대표주자가 없는 게 현실이다”며 “그나마 청와대 입장에선 한때 친박 좌장 역할을 했고 원조 친박인 김 대표와 전략적 연대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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