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전당대회 내홍 이후] 서청원 ‘병상정치’ 속내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대통령에 대한 섭섭함 드러내려다 김무성에 ‘한방’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새누리당이 지난 7·14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대표 체제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그 후폭풍은 컸다. 이번 전당대회는 비박-친박의 대리전 양상으로 비화되면서 선거 운동 기간 막판 양측의 샅바 싸움이 도를 넘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여론조사 조작 의혹 등 양측의 감정싸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후유증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친박-비박 간의 화합이 이뤄질 수 있느냐는 데 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모든 당무를 보이콧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오찬회동도 불참했다. 일부에서는 사퇴설까지 나왔지만 서 의원 측에선 “사퇴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건강상의 이유를 들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2위 득표자로 최고위원에 선출된 서청원 최고위원이 임기 첫날인 지난 15일 당무를 모두 ‘보이콧’했다. 서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신임 지도부의 국립현충원 참배와 경기도당 현장 최고위원회에 불참했다. 새 지도부의 일원으로 공식 당무를 시작하는 날 ‘결근’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패배의 충격’에 빠진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서 최고위원 측 한 관계자는 “당대표가 되실 줄 알고 강행군을 했다. 이로 인해 심신이 지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근혜-서청원 갈등설

그러나 서 최고위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오찬에 불참하면서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당대회 과정에서 서 최고위원에 대한 청와대의 지원이 없었던 데 대한 불만과 서운함을 표출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것. 서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과의 협력자를 강조했지만 청와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오히려 청와대에서는 서 최고위원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가 낙마하기 전 서 최고위원은 ‘사퇴론’을 주장하면서 청와대와 이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에선 문 내정자가 중도하차할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여론의 추이를 지켜봤다. 그러나 서 최고위원이 ‘문창극 사퇴’에 불을 지피면서 숨죽이고 있던 의원들까지도 ‘사퇴’에 동참했고 결국 낙마했다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다.

이를 지켜본 친박계 한 당직자는 “김무성 대세론이 형성된 가운데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던 서 최고위원으로서는 ‘사퇴’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를 뒤집어 보면 전당대회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어떠한 오더가 없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당대회가 시작되기 전 박 대통령이 서 최고위원과 독대했고, 김무성 대표와도 독대를 했다. 이는 박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일 뿐 아니라 서 최고위원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은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고 귀띔했다. 이로 인해 당내 인사들이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고, 관망하고 있던 일부 인사들이 “‘박심’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김 대표에게서 돌아섰다는 후문이다. 서 최고위원이 청와대 오찬에 불참한 것 역시 이 연장선상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서, 병문안 보도 ‘불쾌’ 왜?

여기에 전당대회 후폭풍으로 예상됐던 지도부 간 갈등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당대회에서 1, 2위 격차가 예상보다 벌어지면서 서 최고위원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고위원 사퇴설’이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서 최고위원 측은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게다가 서 최고위원이 사퇴를 하고 싶어도 쉽게 그럴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명분이 없기 때문. 지난 2006년 전당대회에서 이재오 의원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색깔론 공격 등에 반발해 일주일간 당무를 거부한 전례가 있다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서 최고위원은 화합을 하는 차원에서 당무에 복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서 최고위원의 향후 행보는 어떠할까.

이에 대해 서 의원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우선 화합 차원에서 당무에 복귀하겠지만 김 대표가 청와대나 정부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내비칠 때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 간의 앙금이 해소될 것으로 보이느냐”는 질문에 대해 “노코멘트”라고 답해, 갈등이 봉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서 최고위원 주변에서는 김 대표가 서 최고위원을 견제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 대표가 서 최고위원의 병문안을 다녀온 것이 발단이 됐다.

실제 김 대표가 입원중인 서 최고위원을 지난 15일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병문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서 최고위원의 몸 상태를 각별히 챙기며 “선배님으로 깍듯이 모시겠다”고 자세를 한껏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서 최고위원 측 일부 인사들은 “김 대표가 서 최고위원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서 의원 측 한 관계자는 “조용히 병문안을 갔다 온다고 한 만큼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것이 맞다”며 “이러한 내용이 보도된 것은 다분히 김 대표 측에서 흘린 것”이라고 불쾌해했다.

이어 “김 대표의 정치적 행보로 인해 서 최고위원이 병상에 누워 있다는 사실이 ‘쇼’로 비춰질까 우려된다”며 “양측의 앙금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인사는 “서 최고위원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이번 전당대회가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활동했던 중앙대 이상돈 명예교수는 “이번 당 대표 선거는 박 대통령 레임덕 탓”이라며 “레임덕이 오더라도 2016 총선 이후에 맞는 것이 정상적인데 이 정부는 조기에 위기를 맞았다. 초반에 이렇게 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이 상실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김무성 대망론’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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