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후 청와대에 화해의 메시지 보냈지만…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 “축하해요”

김무성 새누리당 신임대표 : “(웃으며) 형님, 앞으로 제가 직접 통화를 하려면 누구한테 전화하면 됩니까.”

김 실장 : “(김 대표의 손을 꼭 쥐고 미소를 지으며) 나한테 직접 하면 되지”

김무성 대표가 7·14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잡은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 예방을 위해 청와대를 찾았을 때 본관 앞까지 마중 나온 김기춘 실장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누구한테 전화하면 되느냐’는 김 대표의 물음에는 뼈가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 철도노조 파업 당시 박기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제안으로 함께 파업철회를 이끌어낸 적이 있다. 당시 그는 “김 실장과 합의 문구를 상의하기 위해 10번이나 전화를 걸었는데도 받지 않더라”고 말한 바 있다.

7·14 전당대회를 앞두고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김 대표는 “다른 후보(서청원 의원)가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 의중)’을 판다는 소리를 듣고, (대통령 의중이 있는 게) 사실이냐’고 따지려고 전화를 했는데 안 받더라”고 말했다. 김 실장이 취임 후 초선 의원들까지 다 만나면서도 선대위 총괄본부장으로서 대선을 책임졌던 자신에겐 ‘밥 한 끼 먹자’는 연락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그렇게 친한 사이였는데…”라며 서운해 했다.

두 사람은 경남중·고 동문이다. 부산 출신인 김 대표가 경남중학교와 중동고등학교, 경남 거제가 고향인 김

 실장이 마산중학교와 경남고등학교를 나왔다. 경남중·고는 동창회를 같이 한다. 김 대표가 김 실장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건 이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도 인연이 깊다. 물론 뿌리는 다르다. 김 대표가 민주화운동을 하던 김영삼 전 대통령 밑에서 정치를 배운 반면, 김 실장은 공안검사를 거쳐 정치에 입문해 3선 의원을 지냈다. 하지만 둘은 ‘PK(부산·경남)’라는 울타리 속에 함께 있었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호형호제하던 두 사람이 멀어진 건 김 대표가 ‘친박 좌장’에서 ‘비주류 좌장’으로 밀려나고 김 실장이 박 대통령의 최고위 참모로 등극하면서부터다. 청와대 핵심 세력이 김 대표를 견제하는 분위기 때문에 김 실장도 전화 받기를 꺼려할 정도로 거리를 뒀다. 김 대표 역시 안대희·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연달아 낙마했을 때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 실장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악감정을 드러냈다. 김 실장이 너무 독주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후 일단 김 실장에게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의 안정감도 중요하고 대통령께서 김 실장과 같이 일하시기를 원하는 것으로 결정난 상황에서 김 실장이 지금까지와 다른 스타일로 변하고 잘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김 실장도 억울한 점이 많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런 말은 여당 신임 대표로서의 립 서비스라고 봐야 한다. 앞으로 ‘김기춘의 청와대’와 ‘김무성의 여당’이 크게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가 당을 장악한 뒤 ‘여당 속의 야당’ 역할을 할 경우 김 실장이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도다. 여권에선 당청 갈등이 언제 폭발할지 노심초사하며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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