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문체부 차관 핵심 의혹 밝힌다

▲ <뉴시스>

지원 예산 안 주며 펜싱협회 압박…김 차관 지시 정황
문체부 관계자들 조직적 모르쇠에 진실 은폐 의심 증폭

[일요서울 | 김재현 프리랜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체육계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명분으로 대한펜싱협회에 지원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등 압박강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펜싱감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 체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와 관련, 문체부와 펜싱협회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진실게임 양상으로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펜싱협회는 문체부의 근거 없는 무리한 조사가 화근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문체부는 합당한 이유에서 비롯된 조사이며 펜싱협회의 주장은 억지라는 입장이다.
문체부의 펜싱협회 조사를 놓고 펜싱협회 안팎에서는 여러 추측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 “김종 문체부 차관의 펜싱협회 특정 세력 편들기가 도를 넘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또 김 차관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펜싱협회 압박을 지시했으며, 특히 김 차관이 스포츠 4대악 척결을 내세워 펜싱협회 인사문제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사실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펜싱팀의 서모(53) 감독이 지난 12일 선수단 숙소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일단 경찰은 서 감독이 문체부 조사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팀은 지난해까지 7년간 전국체전에 전북 대표로 출전했는데, 전북체육회로부터 받은 관리지원비 2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 문체부 스포츠 4대악 합동수사반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서 감독 자살사건이 발생하자 펜싱협회는 즉각 문체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동시에 펜싱협회는 “김 차관이 비극의 핵심”이라고 주장해 그 내막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동옥 전 전북펜싱협회 전무이사, 이정복 호원대 교수, 김영호 로러스 펜싱팀 감독 등 펜싱인 50여명은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역도경기장 앞에 모여 기자회견 및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역도경기장 안에 있는 문체부 스포츠 4대악 합동수사반을 겨냥해 “서 감독은 잘못이 없음에도 합동수사반의 무리한 수사에 시달려 심적 고통을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감독은 지난 4월 경기지방경찰청으로부터 ‘혐의를 발견할 수 없어 내사를 종결한다’는 공문을 받았지만, 합동수사반이 재차 같은 내용으로 다시 수사를 이어가자 심적 부담과 자괴감을 느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문체부는 지난 2월 스포츠계에 널리 퍼진 입시비리, 편파판정 및 승부조작, 폭력과 성폭력, 조직 사유화 등을 뿌리 뽑기 위해 상시 제보접수기관인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를 설치했다. 체육계 비리 척결을 위해 관련 수사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합동 수사반은 문체부 직원 6명 등과 함께 조사를 담당하고 있다.

앞뒤 안 맞는 문체부 설명

이날 현장에 나온 우상일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은 “경찰이 내사했다는 사실은 몰랐고, 독자적인 제보를 받아 조사한 것이며 경찰의 내사와는 내용도 달랐다”며 “지난 9일 서 감독을 처음 불러 제보 내용에 대해 질문했을 뿐 그전에 접촉하거나 압력을 가한 적은 없어 무리한 수사를 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우 국장은 또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감독을 통해 지급된 훈련비와 지원비 2억여 원에 대한 영수증과 정산 내역이 전북체육회에 없다는 점을 확인했고 전북체육회도 혐의를 인정했다”며 “전북체육회의 관리감독 의무 태만에 대한 부분은 따로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북체육회는 즉각 “문체부의 이 같은 설명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동희 전북체육회 운영과장은 “전북도펜싱협회를 통해 예산을 지원하고 영수증을 받았다. 관련 서류가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관련 서류는 모두 4대악 합동수사반에 넘겼다”고 주장했다.

펜싱협회 압박 의혹에 대해 문체부는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펜싱협회에 대해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김 차관 측도 침묵으로 일관할 뿐 아직까지 어떠한 입장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펜싱협회 관계자들은 “문체부가 펜싱협회에 대해 정기감사, 체육회 특별감사, 문체부 합동감사 등을 잇달아 벌이는 등 협회 구성원들을 솎아내려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서 감독이 희생됐다”며 김 차관을 비난하고 있다.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서 감독 사망 직후 기자회견을 연 ‘대한민국 펜싱을 사랑하는 펜싱인 일동’은 배포한 호소문에서 서 감독이 억울하게 생을 마감했다고 주장했다. 호소문에 따르면 문체부는 지난 4월 경찰 조사 이후에도 4대악 센터에 민원이 접수되었다는 합동수사본부에서 내사를 시작했다. 문제는 이 투서가 그 실체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투서 내용도 이미 수사가 종결된 사안이어서 문체부의 재조사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펜싱인’들은 또 7월12일 오전 스포츠 4대악 합동수사본부 수사관들이 전라북도 펜싱협회를 방문, 서 감독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현 집행부 및 서 감독을 비난하는 펜싱 인사 두 사람의 안내와 조력을 받았다며 문체부가 무리한 수사의 배후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차관 = 체육 마피아” 비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문체부가 펜싱협회에 부당 개입을 했다는 주장이다. ‘펜싱인’에 따르면 문체부가 아무런 명분 없이 런던 올림픽의 기적(금메달 2, 은메달 1, 동메달 3개)을 만든 현 집행부의 교체를 요구했다. 또 펜싱협회 운영에 지나칠 정도로 개입했으며 특정 세력에 힘을 실어 내부 파벌싸움을 조장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같은 문제를 야기한 핵심 인물이 바로 김 차관이라는 것이다.

펜싱협회의 한 관계자는 “김 차관이 펜싱협회 내부 호남인맥과 가깝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김 차관은 이들이 형성한 특정 세력에 노골적으로 편들기를 했다. 펜싱협회 특정 인사들을 내몰고 자신이 원하는 사람으로 교체할 것을 협회에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펜싱협회 지원예산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김 차관 측에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인지 문의했으나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또 펜싱협회에 대한 지원예산 9억 원을 집행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김 차관 측은 “펜싱협회에 문제가 있어서 예산 지원을 보류한 것으로 안다. 그 부분은 해당부서에서 별도로 결정한 일이고 차관은 그 같은 결정에 결재만 했다. 자세한 것은 해당부서에 문의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부서 관계자는 “예산 문제는 지시에 따라 그렇게 처리한 것이지 우리가 집행을 하겠다 안 하겠다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펜싱협회 조사와 관련해 문체부 내부에서조차 말이 서로 달라 의문은 더 커지고 있다. 김 차관을 비롯해 펜싱협회를 담당하는 체육국, 국제체육과, 체육정책과가 서로 펜싱협회 조사에 대해 “모르는 일” 또는 “다른 부서에서 한 일”이라며 핑퐁게임을 하는 모양새다. 사건을 있지만 원인은 모른다는 식이다.

이에 ‘펜싱인’은 호소문을 통해 “펜싱협회는 지난 해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정기검사, 체육회특별감사, 문체부 합동감사 등 1년 내내 감사를 받아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것인지, 적법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파벌싸움과 온갖 중상모략이 더 커가는 형국”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복수의 펜싱협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체부의 타깃은 이모 상임고문이다. 그는 2009년 실무 부회장이 된 뒤 한국체육대학교 출신이 주축이던 이사회를 지방대 출신의 젊은 이사들로 대폭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펜싱계 원로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펜싱계 인사는 “김 차관은 이 고문을 펜싱협회에서 축출하고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을 앉히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펜싱협회를 전방위로 압박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펜싱협회 측에 분명히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김 차관이 특정파벌의 민원을 받아 펜싱협회 인사 문제에 개입했으며,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펜싱협회 예산을 인질로 삼고 펜싱협회 조사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김 차관이 이 같은 일부의 주장에 이렇다할 해명이나 반박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의혹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 차관 측은 특정파벌에 편들기를 하고 펜싱협회 특정 인사의 퇴진을 요구한 적이 있는지 거듭된 해명요청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연락주겠다”고 했을 뿐 답이 없었다.

한편 협회 이사인 서 감독에 대한 조사는 지난 3월 중순 문화체육관광부의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에 접수된 한통의 탄원서로 시작됐다. 탄원서에는 대한펜싱협회의 비리를 수사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서 감독이 받았던 공금 횡령 의혹과 국가대표 선발 특혜, 심판 배정 문제 등 7개 비리 의혹이 적시돼 있었다.

이 밖에 문체부에 탄원을 주도한 인물은 한모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펜싱협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씨는 임원 자질이 없는 인사라는 것이다. 한씨는 불투명한 일처리로 전무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한다. 특히 김 차관이 한씨를 협회의 임원으로 추천한 적 있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다. 하지만 문체부는 한씨가 펜싱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김 차관이 펜싱 후원사인 에스케이와 협회에 한씨를 추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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