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7월30일 실시될 광주 광산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공천되었다. 권 전 과장이 공천되자, 새누리당은 “정치적 사후 뇌물죄”에 해당한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권 씨 공천 반발은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시끄럽다.

권 씨는 2012년 12월 대선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으로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에 관한 현장 수사 책임자였다. 그러나 권 씨는 현직 경찰 간부 신분으로 상관인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자기에게 축소·은폐 수사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몸담은 경찰조직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활화산처럼 폭발시켰다. 그러나 당시 새누리당과 경찰 안팎에서는 권 씨의 폭로가 정치계 진출을 위한 돌출 행동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김 청장의 축소·은폐 지시 혐의는 1·2심 재판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결되었다. 김 청장의 혐의가 무죄로 드러나자, 권 씨는 사직했고 광주을 국회 보궐선거 후보로 공천되었다. 아직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려야 하지만, 1·2심 무죄 판결로 권 씨의 거짓 폭로는 정계진출을 노린 ‘조직 배신행위’로 간주되기에 족하다. 새정치연합도 권 씨에게 “정치적 사후 뇌물”을 공여했다는 죄목을 벗어날 수 없다. 호남지역의 새정치연합 지지율도 떨어졌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이 권 씨를 공천함으로써 “조직 내의 조그만 허물도 과장해서 출세하려는 공직자가 야당 문전에 줄을 설 것”이라고 개탄했다. 새누리당은 “근거없는 사실을 폭로해 자기가 몸담은 조직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린 사람”에게 공천을 줘서는 안 된다고 힐난했다. 결국 새정치연합은 “새 정치”한다며 헌 정치로 퇴화했음을 드러냈다.

그런데 권은희 씨와는 달리 경찰의 추악한 사실을 사실대로 폭로하고서도 정치계를 기웃거리지 않고 조용히 살아온 깨끗한 사례도 있다. 이른바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 권인숙 씨가 그 주인공이다.

1986년 권 씨는 서울대 의류학과 재학시절 노동자들의 어려운 근로 환경에 좌절, 노동운동 차원에서 위장 취업했다. 그러나 권 씨는 주민등록증 변조 혐의로 부천 경찰서에 연행돼 취조를 받았다. 권 씨는 한 형사로부터 형언할 수 없는 성고문을 당했다. 권 씨는 너무 수치스러워 공개하기조차 부끄러웠지만, 다른 여성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해당 경찰관을 성추행혐의로 고소했다. 권 씨의 고소로 추악한 경찰 성고문은 만천하에 폭로되었고 성고문 경찰관은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사회로부터 격리되었다.

부천의 권 씨는 성고문 폭로로 유명세를 탔지만 한 자리 따내려 야당에 끈을 대지 않았다. 위자료 4000만 원도 노동인권회관 건립을 위해 희사했다. 권 씨는 얼마 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박사학위를 받은 뒤 귀국, 대학교수로 학문연구에 열중하고 있다.

권은희와 권인숙 두 여인은 너무 대조적이다. 수서의 권 여인은 “근거 없는 사실” 또는 “허위 사실”을 폭로해 야당의 공천을 따냈다. 자기가 소속한 조직에 흠집을 낸 대가로 “정치적 사후 뇌물”을 받은 셈이다. 그에 반해 부천의 권 여인은 다른 여성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가해자를 고소, 사회로부터 격리시켰다. 위자료로 받은 돈도 출세를 위한 정치자금으로 뿌리지 않았고 노동인권회관 건립을 위해 내놨다. 깨끗하고 정의로웠으며 순수했다.

두 여인들의 대조적인 행태는 우리 사회의 상반된 두 모습을 반영한다. 출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날뛰는 일그러진 모습과 정의구현을 위해 몸을 던졌으면서도 감투나 보상을 바라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는 순수하고 해맑은 얼굴이다. 우리 주변엔 그런 정의롭고 해맑은 얼굴이 있기에 희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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