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40대 남성이 미성년자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해 온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도 P제조업체 사장 최모(42)씨가 그 장본인. 피해자는 최씨의 부하직원의 딸 고모(17)양이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지난 2004년 5월 부하직원인 고양의 아버지(48)가 일을 나간 틈을 타 집에 혼자 머물고 있는 딸을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최씨를 8일 구속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더욱 충격적인 사실들이 속속 드러났다.

사춘기 어린 여학생을 성적 욕구 대상으로 삼았던 최씨의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던 것. 게다가 그 당시 고양의 아버지는 최씨에게 돈을 받고 합의를 해줬던 것으로 알려져 고양이 받았을 고통과 충격을 짐작케 하고 있다. “짐승 같은 그를 죽이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육체적 고통에 시달렸을 뿐 아니라 적잖은 가슴앓이를 해왔다는 고양. 경찰에 따르면 얼굴 한 구석에 우울함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고 한다. 고양은 자신의 얘기도 애써 감추려는 듯했다. 그런 고양이 경찰에게 어렵게 털어놓은 얘기는 이러했다.

“아버지 친구”라며 접근

고양의 비극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4년 3월. 당시 고양은 혼자 집을 지키고 있었다.이때 갑자기 찾아온 최씨. “나는 네 아버지의 회사친구”라며 친근하게 다가오는 최씨를 고양은 아무런 의심없이 문을 벌컥 열어줬다. 하지만 이것이 화근이었다. 최씨는 어린 소녀만 보면 흥분하는 ‘소아성애증’ 환자였던 것. 이내 최씨의 눈에 다소곳하게 인사하는 고양이 포착됐다. 최씨는 짐짓 근엄한 체하며 고양을 불러 세운 뒤 와락 끌어안았다. 아직 남자의 손길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고양이었지만 최씨가 노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잔뜩 겁먹은 고양은 자신의 가슴과 엉덩이를 거칠게 만지는 최씨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힘에 밀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몸을 내맡길 수밖에 없었다. 최씨는 강제로 고양의 옷을 벗긴 후 ‘몹쓸 짓’을 저질렀다. 고양은 “아프다”며 비명을 질렀지만 이미 최씨는 이성을 잃은 뒤였다. 고양은 이때부터 자신의 집에 예고 없이 찾아오는 ‘낮 손님’ 최씨에게 당하는 신세가 됐다.
이틀 만에 풀려나기도

최씨에게 세 차례 성폭행을 당한 후 심리적으로 크게 충격 받은 고양은 가출하기에 이른다.드디어 최씨의 손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 고양은 부산으로 가 여기저기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떠돌이 생활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고양은 경찰에 발견됐고, 자신이 최씨에게 당했던 사실을 털어놨다. 최씨는 바로 입건됐다. 하지만 최씨는 붙잡힌 지 이틀 만에 풀려났다. 회사 부하직원인 고양의 아버지와 단 돈 400만원에 합의해 고소를 취하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국내법상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행은 친고죄여서 합의만 하면 죄를 물을 수 없는 것으로 돼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고양의 아버지는 회사를 그만뒀고,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10만원인 빈민촌으로 거처를 옮겼다. 딸의 고백대로 자신이 집을 비울 때면 어김없이 들락거리는 최씨 때문이었다. 사장과 부하직원 관계임에도 불구, 실제로는 ‘야’라고 호칭하는 친구사이였던 이들은 딸 성폭행 사건 이후로 사이가 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둘은 계속해서 연락을 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쪽에서 먼저 연락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최씨는 애주가인 고양의 아버지에게 술로 현혹, 어디로 이사 갔는지 등의 여부를 캐묻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과 빙자해 또다시 성폭행

이렇게 교묘한 방법을 써가며 알아낸 고양의 거처. 최씨는 2005년 3월 오후 혼자 있는 고양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최씨의 1년여만의 등장에 ‘악몽’이 되살아난 고양은 처음에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최씨는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러 왔다. 다신 성폭행하지 않겠다”며 갖은 말로 고양을 안심시켜 이내 집안에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최씨는 들어오자 다시 마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고양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고양의 몸을 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최씨는 고양을 같은 해 6월까지 석달간 12차례나 성폭행하며 자신의 ‘욕심’을 채웠다. 이때의 충격으로 나름대로 비장한 결심을 한 고양은 학교를 자퇴하고 다시 집을 뛰쳐나갔다.

그는 아버지에게 전화해 “최씨에게 또 성폭행을 당했다. 다신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 나를 찾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뒤 전화를 끊었다. 이후 고양은 PC방, 찜질방등을 전전하면서 하루하루를 지냈다. 이 과정에서 고양은 남자친구(30)를 만나게 된다. 고양은 마음 둘 곳이 없어 그에게 쉽게 정을 줬고 사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겪었던 모든 사실을 털어놨다. 고양의 충격적인 사연에 오열한 남자친구는 경찰에 최씨를 신고했다. 이로써 사건은 마무리됐다. 성폭행 혐의로 입건됐다 풀려나와 또다시 상습 성폭행해 한 소녀의 인생을 망쳐 놓은 최씨. 그는 경찰에서 “어린 소녀만 보면 나도 모르게 흥분이 돼서 그랬다”며 “욕정을 이기지 못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땅을 치고 후회했으나 이미 고양의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돼버린 상태. 결국 그의 파렴치한 행각으로 인해 고양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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