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원도 산골지역에 빈번히 정체불명의 큰 짐승을 봤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호랑이의 생존여부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야생호랑이·표범 보호보존연구소 임순남 소장은 “한국에는 10여 마리의 호랑이가 생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국내에 ‘호랑이는 없다’고 밝혀왔다. 이에 대해 임소장은 “고정관념으로 인해 고려범(호랑이)을 외국종으로 내 몰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고려범(호랑이)을 외국종으로 만들고 있어 답답하다.” 임순남(50·한국야생호랑이·표범보호보존연구소) 소장은 “분명히 국내에 호랑이가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부에서는 별다른 실태 파악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지난 97년 화천에서 호랑이로 보이는 발자국이 발견됐던 일을 상기시켰다.

당시 러시아 극동지리학 연구소장 피크노프 박사 등 해외 호랑이 전문가들이 직접 방문하여 분명하다고 판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이를 오판으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임소장은 또한 “외국의 전문가들은 모두 산에 들어가 호랑이 실태를 파악하는데 우리나라의 공직자들은 모두 책상에 앉아 ‘호랑이는 멸종됐다’고만 할 뿐”이라며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임 소장은 88올림픽의 호돌이, 축구대표팀 선수들 가슴에 호랑이 그림을 붙이고 나가는 것을 예로 들었다. 국가의 상징이라고 말하면서 존재하고 있는 호랑이를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정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항변이다. 그는 “우리 고려범(호랑이)을 시베리아 호랑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10여 마리 생존 가능성 대두

최근 강원도 홍천 인근 두메산골에서는 호랑이를 봤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적이 뜸한 두메산골 국도변을 승용차를 타고 지나가던 일가족 앞에 갑자기 호랑이로 추정되는 커다란 동물이 나타났다는 것. 동물을 목격한 일가족 모두는 “분명히 호랑이였다”고 입을 모았다. 임 소장은 목격자 A(45·남)씨의 증언을 토대로 “앞쪽 양다리와 가슴부분, 목밑 등에 호랑이 얼룩무늬가 선명했다”고 전했다. 승용차에 동승해 목격했던 A씨의 가족들 역시 호랑이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임 소장은 “목격자들이 4명이나 되는데다가 1m도 채 안 되는 거리에서 승용차 상향등을 켜고 정면으로 맞닥뜨린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른 동물을 호랑이로 잘못 보았을 리가 없다”면서 “호랑이가 목격된 곳은 호랑이 목격담이 계속되는 곳인데다가 발자국이 발견된 곳과도 멀지 않은 곳이어서 분명히 호랑이가 맞다”고 주장했다. 그날 밤 인근 마을에서는 강아지 1마리가 감쪽같이 사라졌고, 다른 1마리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죽은 채 발견됐다. 강원도 홍천의 호랑이 목격담 외에도 이 지역 인근을 비롯해 전국에서 호랑이 목격담은 끊이질 않고 있다. 강원도 화천과 홍천, 인제, 원주, 부산 기장 등 지역에서 꾸준하게 호랑이 목격담이 나오고 있는 것. 이들 지역에 호랑이가 서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첩첩 산중인 탓에 인적이 거의 없고, 멧돼지나 노루 등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전문가도 ‘확인’

실제로 호랑이를 대면했다는 증언은 계속 나오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 호저파출소에 근무하는 김인수 부소장 외 3명은 사냥을 하다 70m전방에서 호랑이를 발견, 위협사격을 해 화를 모면하기도 했다. 이들은 호랑이가 지나간 발자국을 사진과 석고로 떠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989년 DMZ 내에 근무하던 미군들의 레이더 촬영 시스템에 의해 거대한 야생 호랑이가 촬영되기도 했다.

이에따라 당시 주한 미군은 이 지역 근무자들에게 야생 호랑이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2000년 9월에는 경상북도 김천에서 이국영씨가 송이버섯을 따러 산에 갔다가 산등성이를 넘어서 내려가던 호랑이를 보고 기겁했다고 제보했다. 이후 20일이 지나 임 소장이 현장을 찾았을 때도 발자국이 그대로 있었다한다.이밖에도 2000년 러시아 호랑이 생포전문가 크로글러브씨와 표본조사를 다니던 중 강원도 화천과 구룡령 계곡에서 호랑이 서식을 확인했다. 그해 5월 러시아 신문과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소개되기도 했다.

호랑이는 사람 피해다녀

원래 임소장의 직업은 다큐멘터리 제작가이다. 임 소장은 지난 94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시베리아 호랑이’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간 것이 계기가 돼 호랑이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호랑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런저런 자료를 수집하던 중 국내에서 호랑이 목격담이 끊이질 않는다는 사실을 접하고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호랑이 추적에 나섰다. 이후 그는 개인 돈을 털어 ‘고난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도 커다란 트럭을 타고 전국 곳곳을 돌아다닌다. 트럭 안에는 매트리스, 비상식량, 비상 발전기 등 몇 개월을 야영할 수 있는 장비들이 갖춰져 있다. 임 소장이 소장하고 찾는 사람에게 공개하는 동영상에는 호랑이가 눈길을 지나간 발자국이 선명했다. 발자국의 크기는 9.5cm 길이로 담뱃갑보다도 훨씬 컸다. 특히 호랑이의 발자국이 틀림없다는 사실은 시베리아에서 발견한 호랑이의 발자국과 이동하는 보폭이 일치하는 데서 찾을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임 소장은 인근에서 호랑이 발자국을 추가로 발견했고, 어지간한 힘으로는 껍질조차 벗기기 힘들다는 참나무를 깊이 3cm 정도로 할퀴어 놓은 호랑이 특유의 영역 표시도 곳곳에서 찾아냈다. 한편 임 소장은 “야생 호랑이가 사람을 공격한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라면서 “먹이가 부족해 간혹 공격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 이상 아직까지 사람을 공격했다는 얘기는 없으며, 오히려 사람을 피해 다니는 것이 호랑이의 습성”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