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기기 등의 임대사업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로 투자자들에게 접근해 사기를 편 다단계판매 일당이 있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피해인원만 4천여명이 넘는가하면 5백억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은 2004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뚜렷한 직업이 없는 주부와 노약자를 상대로 다단계판매 사기를 펼친 송모(55)씨를 출국금지 시키고 그의 행방을 쫓고 있다. 검찰이 말하는 황당한 다단계판매 사기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임대사업이라 속여 ‘현혹’

검찰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난 2004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혐의를 받고 있는 송모(55)씨는 “임대사업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뚜렷한 일자리가 없는 주부와 노약자들이 주요 범행 대상이었다. 물품도 디지털전화기, 몇분안에 검사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소변검사기, 디지털사진인화기, 진동침대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7가지 품목에 이른다. 송씨 등은 “제품 구입 후 모텔 등에 임대하면 하루수익이 3만원 정도 되고, 일주일에 13만원의 수익금을 얻을 수 있다”는 말로 투자자들을 꾀어 100만원짜리 진동침대 한 세트를 385만원에 팔아 부당이득을 챙기는 수법을 사용했다.

한 피해자는 “송씨 등이 진동침대 구입 후 모텔 등에 임대하면 7달이 지나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고, 2년이면 투자금의 두배 이상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았다”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또한 “마음 놓고 투자해도 좋다. 공증을 해주고 2년 후에 장비가 귀속되면, 회사는 재벌이 되니까…”, “장비에 대한 소유권은 투자자에게 있다”는 등의 말을 하며 공증서를 써 주고 두세달 동안 일정금액의 수익금을 주는 방법으로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알려진다.이외에도 송씨는 편의점 등에 설치되는 200만원짜리 디지털 사진 인화기를 770만원에 팔기도 했다. 무려 570만원의 차액을 챙긴 셈이다. 하지만 장비를 설치하지 않은 곳도 있고, 고장이 잦아 반품된 경우도 적지 않다.장비를 설치했던 피해자들은 “송씨가 장비 한대에 두 사람 이상의 공증을 받은 경우도 있고, 장비가 자주 고장이 나 수익이 낮은데도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로 속여왔다고 한다.

2백만원 투자에 2천원 수익

송씨에게 투자해 기기를 사용했다는 또 다른 편의점 업주 역시도 “툭하면 기기가 고장이 나 제대로 사용해 본적이 없다. 수익금은 고작 2천원뿐이었다. 그것도 기계가 고장 나서 찢어진 지폐가 나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렇게 송씨 등에게 당한 피해자가 무려 4천명이 넘는다. 피해액수도 5백억 원에 이른다. 대부분의 피해자들 모두 분개했다. 한 피해자는 “다리도 못 쓰고 말도 잘 못하고 겨우 리어카만 끌고 다닐 정도다. (아들이) 벌어온 돈을 내가 가지고 있다가 사기에 속아 지금은 하나도 없다”며 하소연 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허망하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던 중 송씨를 만났고, 물건을 구입한다는 생각보단 투자한다는 생각에 많은 돈을 지급했는데, 그 돈을 떼어먹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한편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주범인 55살 송모씨를 출국 금지하고, 송씨와 함께 법인을 만들어 운영한 이모(65) 씨외 12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현재 조사중이다. 또한 송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 사건은 지난 13일자로 중앙지검으로 이송돼 수사가 진행중이다


# ‘성보조기구’ 다단계 사기

“성생활 보조기구 등을 러브호텔에 설치해 운영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믿고 찾아온 투자자들로부터 1,700억여원을 챙긴 불법 다단계판매업체가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해 4월 ㅈ그룹 다단계업체 대표 조모(46)씨 등 12명을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차려놓은 이들은 “성생활 보조기구와 라면, 자동판매기 등을 판매하면 단계별로 4.0~16.5%의 고수익을 챙길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모은 것으로 알려진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고수익 보장’이란 말만 믿고 이 업체를 찾았다.조씨와 일당은 투자자 5,700명으로부터 1,735억원을 끌어들여 가로채는 수법으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또한 판매원들이 물품을 구입하면 확정배당금을 받아주겠다고 다시 속여 778억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이들은 또 호기심을 자극해 투자자를 끌어 모을 속셈으로 성생활 보조기구인 `러브체어’ ‘인간세탁기 매직스파’ 등을 러브호텔에 설치해 임대사업을 벌인다고 선전한 뒤 물품을 구입하면 러브호텔에 설치, 임대운영토록 하겠다고 속여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하지만 실제 설치율은 매우 낮았으며 투자금 대부분이 상위단계 판매원들의 수당 지급 등 다른 용도에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한 피해자는 “회사관계자들의 이야기는 정말인 줄 알았다. 속일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 다단계업체라는 건 나와는 별개라고 생각했다”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혀 억울하단 생각도 들지만 나 자신이 한심하다”고 말했다.경찰 조사결과 피해자들 가운데 40대가 28%, 50대가 48%를 차지하는 등 대부분이 유사 다단계판매 사기사례와 비슷하게 뚜렷한 직업이 없거나 주부, 노약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경찰관계자는 대부분은 ‘혹’해 다단계사업에 발을 들이지만, 해도 너무할 정도로 당한다 ”며 “퇴직 후 다시 한번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이 같은 일을 당해 두 번 죽는 느낌이 들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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