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회사원이 빌려준 돈을 갚지 않는다며 회사 본부장과 사장을 연쇄 살해한 사건이 최근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의 장본인은 컴퓨터 부품 인터넷 쇼핑몰 업체 직원인 정모(31)씨. 정씨는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돈 받을 생각을 하지 말라”는 본부장 이모(41)씨의 말에 격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그는 본부장을 잔악무도하게 토막을 내 살해한 후 범행은폐를 위해 동료를 불러 사체를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그는 토막낸 사체를 옆에 둔 채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등 태연하고 담담하게 행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동료와 공모해 또 다른 범행을 자행했다. 산 채로 사장의 얼굴에 테이프를 감아놓고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경찰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살인은 우발적이었지만 은폐극은 치밀했던 이번 사건의 처음과 끝을 따라가 봤다.

죽어가는 모습 지켜 보기도

사건을 담당한 경찰에 따르면 정씨와 사장 전모(35)씨의 ‘악연’은 지난 2004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씨는 “지난 2004년에 구치소에서 사장을 알게 돼 출소 후 같이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하기로 했었다”면서 “사장과는 둘도 없이 각별한 사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찰 조사결과 회사 관련 컴퓨터, 인터넷, 전화기, 사무실 임대 등의 명의가 모두 정씨 이름으로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정씨는 사장에게 투자금을 빌려주기 위해 부모님 신용카드를 이용해 2,000만원을 현금서비스 받고, 중고차 2대를 사채사무실에 싸게 팔아 900만원을 마련하는 등 5,000만원을 힘겹게 끌어 모으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씨는 사장이 매달 월급을 주지 않는데 대해 ‘이용당했다’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앙심을 품기 시작했다. 이에 삐뚤어진 행동을 일삼던 정씨는 결국 사장의 눈 밖에 나게 됐고, 때마침 회사 사정도 극도로 어려워져 퇴출 위기에 놓이고 만다. 그러던 지난 5일 새벽 5시께. 정씨와 본부장이 사무실에서 술을 마시다가 회사 업무 이야기로 논쟁을 벌이면서 ‘비극’은 시작됐다. 본부장은 “회사 사정이 어려워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다. 현재 벌금 300여만원 낼 돈도 없다”며 먼저 신세를 한탄했다. 이에 정씨는 “본부장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면서 “나는 사장이 5,000만원을 갚지 않아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본부장이 자신의 말에 동조하고 자신을 가엾어 하리라 생각했던 정씨. 하지만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정씨를 위로해주기는커녕 사장 편을 들기 시작한 것.

빚내서 투자했다가 살인으로 끝나

본부장은 “그건 네가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돈 받을 생각을 하지 말라”며 “사장이 곧 부도처리한다고 하면서 너도 곧 방출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여기서 힘들게 일하지 말고 고향에 내려가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라”고 말했다.“이달 말 회사를 정리하고 나오는 돈으로 내 벌금을 납부할 것이다”라는 이씨의 말에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정씨는 돌이킬 수 없는 범행을 저지르기에 이른다.물론 정씨가 처음부터 이씨를 살해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얘기.

하지만 주먹다툼을 하며 서로 독기가 오를 대로 오른 상태에서 만약 지금 자신이 그를 죽이지 않으면 상황이 역전될 기세였다. 이에 정씨는 양손으로 목을 심하게 눌러 질식사 시킨 후 부엌에 있던 칼로 이씨의 목을 찔러 살해까지 하게 된 것이다. 그는 우선 사체를 화장실로 끌고 가 온몸을 씻긴 뒤 손발을 케이블전선으로 묶고 식칼(총길이 30cm, 칼날 18cm)과 주방용가위로 토막을 냈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그는 신원이 드러날 것을 염려해 손가락 일부를 절단하는 등 나름대로의 치밀함도 잊지 않았다.

지문없애려 손가락도 절단

‘광란의 살인극’이 끝나고 이내 제정신을 차린 탓일까. 당황한 정씨는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대다가 이윽고 직장동료 강모(32)씨를 불러 범행은폐에 나섰다. 이때가 오전 7시. 두 사람은 날이 밝아오자 사장이 사무실에 출근할 것을 우려, 흰 봉투와 100리터 짜리 쓰레기봉투에 사체를 담아 노란색테이프로 붙여 놓고 미리 준비한 여행용 가방에 담아 옷장 옆에 이불로 덮어 유기했다. 일이 극도로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범행에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예 사장도 살해하기로 공모한 것. 그들은 사장을 결박할 수 있는 컴퓨터 케이블 선과 이삿짐용 박스테이프를 비롯, 반항할 경우 위협할 수 있는 전기충격기와 흉기까지 미리 준비해뒀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바로 옆에 본부장의 사체를 두고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고 잠을 자며 사체를 확인하는 등 극도로 ‘대담한’ 행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퇴근 후 이들은 “사무실에서 술 한잔 하자”고 사장에게 제안, 단도직입적으로 빌려준 돈 5,000만원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에 “너한테 줄 돈 없다”며 딱 잘라 거절하는 사장에 격분한 이들은 ‘또 다른 비극’을 만들어 냈다. 먼저 정씨는 그의 얼굴에 유한락스를 뿌리고 수차례 가격, 전기충격기로 충격을 가했다. 기절하리라 예상했던 그가 꿋꿋이 반항하며 소리지르자 이들은 그를 방바닥에 넘어뜨려 양손으로 발목을 잡아 항거 불능한 상태로 만들었다. 사장은 필사적으로 밖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몸은 만신창이가 된 상태. 이들의 힘을 당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들은 소리 지르며 심하게 항거하는 사장의 얼굴 전체에 그대로 테이프를 칭칭 감았다. 이후 컴퓨터용 줄을 이용해 목을 졸라 그는 결국 질식으로 숨지고 말았다.

옆건물 주인 신고 ‘덜미’

“사장마저 숨졌으니 조용히 처리하자”며 정씨가 강씨에게 사체유기를 제안할 즈음 경찰이 들이닥쳤다. 옆 건물에 거주하는 이웃이 “남자들끼리 폭력을 행사하며 심하게 싸운다”며 신고한 것. 이들을 검거한 서울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 김명호 경장은 처음에는 남자들끼리 흔한 싸움인줄 알고 출동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 출동한 바, 방안은 불이 켜져 있으나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자 심상치 않음을 직감, 결국 건물주에게 비상열쇠를 받아 범행 장소 안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고. 경찰에 따르면 그들은 이미 사체를 침대 밑에 은폐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대화하고 행동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집안에서 독한 락스 냄새가 나고 집안이 흐트러져 있으며 피의자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진땀을 흘리는 것 등을 보고 이를 수상히 여겨 집안을 수색했다고 한다. 이에 방안 침대 밑에 엎드려진 채 은폐된 피해자의 사체를 찾아냈다. 경찰은 이들을 긴급체포, 연행 조사 중 그들에게서 범행 일체를 자백 받을 수 있었다. 이어 발견된 사체 외에 다른 사체 하나가 집안에 유기돼 있다는 진술도 받아냈다. 이들의 범행이 밝혀지자 본부장과 사장의 유족들은 더 큰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다. 유족들은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그래도 가족처럼 지내왔던 정씨와 강씨가 설마 그들을 살해했을까”라며 믿기지 않는 듯한 반응을 보였지만 이들의 범행이 낱낱이 드러나자 잔악무도한 이들의 소행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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