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헬기추락사고 순직 소방대원들의 영결식장에서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웃는 얼굴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지면서 네티즌들의 욕설과 질타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보도 첫날에만 1만7000여건의 댓글을 기록했다. 비통해 하는 유족들의 오열로 가득했던 영결식이 끝나고 순직한 소방대원들을 태운 운구차량이 순천외곽의 화장장으로 이동하는 사이 김 최고위원의 만면엔 벌써 활짝 미소가 피어난 촬영모습이 공개됐다.

이에 김 의원은 SNS 문자 등을 통해 “영결식이 끝난 뒤 지인으로부터 사진을 촬영하자는 요청을 거부하지 못하고 사진을 찍은 것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잘못된 행동이었다”며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을 사과드린다고 사태진화에 나섰으나 비난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날 소방홍보대사 자격으로 같이 참석했던 김장훈 씨가 한 중년 여성의 기념사진 요청에(사람이냐며) 발끈하며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지자 이와 대비해 김 의원에 대한 비난이 더 거셌다.

앞서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에서 송영철 안전행정부 국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해 전 국민적인 비난을 사고 직위 해제 당했다가 바로 다음날 사표를 냈고 즉각 수리된바 있다. 그러면 이번 김태호 의원의 비상식적 행동으로 공분을 일으킨데 대한 공적 책임은 어떻게 물어야 하는 건지 궁금해진다. 형평의 문제로 따지자면 그는 새누리당 최고위원 자리를 해제 당하고 국회의원직에 대해서도 어떤 제재를 받아야 마땅한 것 아닌가.

김 의원이 표정관리가 안 되는 국회의원이라면 정치인으로서의 소양이 부족한 것이고, 국가적 참사에 정치적인 행동만을 드러낼 뿐 마음속 국민과의 슬픔을 함께 할 수 없는 정치인이면 심한 자질부족이다. 다른 임명직 공직자들과는 달리 국회의원은 도덕적 사안에 관해 소속당이나 국회의 자체적 징계절차 말고는 그 책임을 강제할 방도가 없다. 이마저 국회의원의 특권에 속한 것이었나 싶을 노릇이다.

특히 그는 최연소 군수, 도지사에 당선된 경력을 지니고 있고 이명박 정권에서 국무총리 지명까지 받고 낙마했었다. 그런 점에서 실망이 더 큰 것이다. 그에게 열광했던 눈 시퍼렇게 뜬 사방 유권자들 혀 차는 소리가 쟁쟁했다. 새누리당 7.14 전당대회 때 그의 지지세를 모아준 부산경남권은 시끄러운 열기가 배는 찼을 것이다. 최소한의 애도조차 없이 남의 죽음이고, 남의 불행일 뿐 국회의원과 사진 찍는 즐거움을 가지려는 비 국민적 사고에 부화뇌동 한 김 의원의 처신은 두고두고 그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

굳이 화려한 경력을 꼬집지 않더라도 명색이 집권당을 이끄는 당 최고위원 정도면 정해진 공식행사만이 아니라 사적 행보에 이르기까지 상식이하의 실수는 정권의 부담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 우리 ‘세월호’ 참사 앞에 손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허망한 ‘구조’구호만 외치다가 미래의 꿈과 희망인 3백명 가까운 꽃다운 어린 목숨들을 눈앞에서 수장시키고 주검만 수습하고 있던 무능한 국가였다.

그 주검 수습을 돕던 소방헬기가 추락해 5명의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영결식장을 찾은 여당 최고위원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를만했고 온 가슴이 죄의식으로 타들어가야 정상이었다. 그런 자리에서 함박 미소가 나온다는 건 극중 연기로나 가능한 일이다.

실수라는 건 상식으로 이해될 수 있는 범위라야 하는 것이다. 진정성 없는 프로 정치인의 보여주기식 정치로는 우리 갈길이 멀고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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