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에서는 한 동안 ‘밤새 안녕하셨어요’가 인사였다. 하지만 ‘제2의 화성’이 될지도 몰랐던 ‘천안여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가 사건 발생 95일 만에 붙잡히면서 연쇄살인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충남천안경찰서는 17일 기자브리핑을 통해 인천에서 붙잡힌 명모(34·무직)씨의 DNA검사결과와 대포폰 한대의 통화기록이 천안사건발생 당시 수집한 것과 일치한 점, 범행수법이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혐의를 조사 중이다. 95일간의 수사과정과 함께 사건의 전말을 알아봤다. 경찰은 피해여성 두 명이 사건발생 며칠 전 생활정보지에 나온 구인광고를 보고 집을 나섰다는 가족들의 말에 착안하여 수사를 펼쳤다. 두 여성 모두 ‘취업하러 간다’고 말한 뒤 같은 장소에서 시체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에 충남경찰청광역수사대 소속 60여명의 경찰이 현지에 급파돼 관할경찰서와 사건을 분담하는 등 95일간 범인의 행적을 쫓아 검거에 성공했다. 사건초기에는 용의자 확보나 피해자 신원확인 등 초동수사를 통한 사건해결의 기회를 놓쳐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듯했다. 하지만 집에도 못 들어가는 끈질긴 수사 끝에 목격자를 확보하고 그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수사망을 좁혀갔다. 그러나 범행에 사용됐던 대포폰의 이동경로가 수원과 시흥, 구로, 천안 등 광범위해 이 지역을 거쳐 간 인물과 실제 범인의 행적을 비교하는 작업에 애를 먹기도 했다.

경찰은 유사수법 전과자와 새로운 수사기법(통신, 성문수사)등을 토대로 범인 검거에 열을 올렸고 마침내 용의자가 경기도 시흥의 한 고시텔에 거주하는 사실을 알아내 잠복근무에 들어갔다. 경찰관계자는 “경기 시흥의 한 고시텔 주변에서 잠복하던 중 명씨가 며칠째 나타나지도 않고 주민들도 그가 한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해 범죄분석시스템을 이용, 인천에서 이미 구속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수사진이 인천으로 급파돼 용의자를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수사진은 용의자의 DNA와 소지하고 있던 핸드폰(대포폰) 중 한대의 위치추적결과 사건당일 현장에서 수집한 것과 일치함을 들어 범인임을 확신하고 혐의를 집중 추궁했다.

여성만 골라 유인 ‘성폭행’

경기도 시흥에 사는 명모씨는 천안지역 한 정보지에 ‘컴퓨터를 다루는 20대 여직원 구함’이란 구직광고를 내고 지난 1월 12일 찾아온 여성 두 명을 유인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명씨는 천안의 E-마트 앞 노상에서 아산시 배방면에 사는 표(27·무직)씨를 만나 사전에 답사한 풍세면 가송리 범행 장소로 데리고 가 칼로 위협해 성폭행을 했다. 이어 같은 날 16시경 목천휴게소에서 송씨를 태워 가송리 범행 장소로 다시 데리고 와 칼로 위협하고 비닐테이프로 손을 묶고 소지품을 강취했다. 또 명씨는 송씨에게 카드대출 한도를 문의하게 했으나 대출이 불가능하다고하자 송씨의 얼굴부위를 테이프로 마구 감아 질식시켜 살해했다.

그후 사체를 인근 공사장에 있던 부직포(보온덮개)로 덮어 유기했다. 이에 놀란 표씨가 살려달라며 저항하자 흉기로 우측복부를 2번 찔러 잔인하게 살해했다. 또 성폭행한 사실이 차후 유전자 감식수사에 걸릴 것을 우려, 미리 준비한 등유에 불을 붙여 사체를 태우는 잔인함도 보였다.경찰에 따르면 “명씨는 강도강간 등 전과 4범으로 1999년 유흥업소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6년 복역한 뒤 지난해 출소했으며 그 이전에도 대출 관련 동종전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또 “경기 시흥의 한 고시원에 살며 일정한 수입이 없던 명씨는 생활광고를 이용, 구직 여성을 유인하여 강취한 카드로 대출받아 손쉽게 돈을 벌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엽기적인’ 살해방법 ‘경악’

명씨의 범행수법의 특징은 노련했으며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고 치밀하게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 명씨는 신용카드를 빼앗아 대출을 받을 생각으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처음부터 살해할 목적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줬다.경찰조사 결과 명씨는 ‘컴퓨터를 다루는 20대 여직원 구함’이란 구인광고를 ‘하나상사’명의로 등록했다. 이 때 생활정보지측이 ‘광고주의 유선전화번호를 기입해 달라’고 요청하자 천안지역의 전화번호를 허위로 기재하는 노련함도 보였다. 이 전화번호는 천안시청의 한 구내번호와 일치해 한때 경찰이 혼선을 빚기도 했다.

또 명씨는 1월 9일 수원의 E-마트 부근 공중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대포폰을 택배로 전달받았다. 대포폰을 구입한 명씨는 구로와 수원, 시흥 등을 이동하며 전화통화를 했고, 렌터카 역시도 부평 등지에서 빌리는 수법으로 경찰의 수사망을 흔들었다. 범행 장소도 천안으로 정한건 주거지와 멀리 떨어졌고 지역교통이 용이한 점을 이용한 것이다. 또 명씨는 11일 인천지역에서 임차한 렌터카를 타고 천안지역으로 이동하여 외진곳을 찾다가 풍세면 가송리를 범행 장소로 잡았다. 그 후 범행에 사용할 흉기와 휘발유 등을 미리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피해여성 표씨를 성폭행하고 그 흔적이 차후 유전자 감식수사에 걸릴 것을 우려해 사체를 불에 태우는 잔인함도 보였다.경찰관계자는 “명씨는 대포폰을 다른 공범 C씨에게 전했을 뿐 피해여성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부인했으나 조사결과 공범으로 지목된 C씨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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