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참모들과 토론” YS “직관과 결단型”

박근혜 대통령의 회의 주재 스타일은 그동안 여론의 빈축을 샀다. 국무위원이나 수석비서관들이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를 받아쓰기만 하는 것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반론도 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보통 TV 화면에 잡히는 장면은 회의를 시작하면서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하고, 그 내용을 참석자들이 메모하는 대목이다. 이후 카메라가 철수하고 비공개 회의를 할 때는 활발한 토론이 이뤄진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에도 스스로 회의를 주도하고 참석자들은 주로 지시를 듣도록 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당시 당직자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대표의 카리스마에 눌려 다른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지금 청와대 회의도 마찬가지인 걸로 안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 박 대통령의 그런 스타일이 변하고 자유토론이 가능해졌다는 건 국정운영에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각종 회의 주재다. 정례화 된 공식회의나 참모들과의 구수회의, 비밀 전략회의 등을 통해 국정운영의 밑그림이 그려진다.

전임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건설 CEO 출신답게 현장에서 일하는 참모들의 의견을 듣고 참고하는 스타일이었다.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도 그 때 그 때 발생한 현안의 속사정에 정통한 비서관이나 행정관급까지 참석시키곤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회의 분위기를 자유롭게 이끌었다. 야당 정치인 시절부터 몸에 밴 습관이다. 회의 도중에 문제가 잘 풀리지 않으면 참모들과 맞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하지만 참모들의 보고가 성에 차지 않으면 특유의 성격대로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다.

지식이 풍부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참모들과도 토론을 즐겼다. 어떤 사안이든지 해당 수석비서관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걸 질문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피력해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분위기가 너무 굳어졌다 싶으면 한두 마디 농담으로 긴장을 풀게 했다.

‘직관과 결단’으로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공식회의보다 핵심참모들과의 구수회의를 통해 국정방향을 결정하곤 했다. 특히 아들 현철씨와 이원종 정무수석 등 극히 일부와 상의를 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해당 수석비서관들조차 발표 직전까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같은 군 출신이지만 회의 주재 방식은 서로 달랐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달변으로 회의 분위기를 장악했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말하기 보다는 참모들의 말을 경청하는 스타일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참석자들을 독려해 각자 의견을 제시하게 한 뒤 마지막에 직접 정리를 하는데, 누구나 수긍할 만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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