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릉역 인근에 밀집해있는 ‘하드코어 룸살롱’들이 대혈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의 혈투란 이른바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업소들 간의 생존경쟁을 의미한다. 선릉역 일대 업소들이 북창동의 하드코어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손님들을 선점하기 위한 업소들간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업소들은 ‘에이스급’ 아가씨들을 스카웃하기 위해 길거리 헌팅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보다 자극적인 서비스의 개발을 위해 머리를 싸매기도 한다. 특히 홍보 수단의 변화는 가장 눈에 띄는 부분중 하나로서,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이메일을 통해 홍보하는 방식 등은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들은 서로 간에 보이지 않는 출혈을 감수하면서라도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전략을 짜면서 군웅할거 시대의 천하통일을 꿈꾸고 있다. 그 치열한 경쟁의 현장을 <일요서울>이 전격 취재했다.




몇년전부터 선릉역 인근에는 기업형 룸살롱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들 업소들은 일반적인 룸살롱과는 규모면에서부터 다르다. 말그대로 하나의 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크기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영업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그중 초원의 집, 굿데이, 방콕, 폭스 등 4개의 업소들은 현재 선릉일대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 타 업소들이 넘보지 못할만큼의 강력한 업소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그간 이들 업소의 틈바구니속에서 나름대로의 생존을 꿈꾸었던 S, K, W, R, Y, S업소 등은 깊은 ‘내상’을 입은 채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상태다.

10층 건물 통째로 사용 >이들의 퇴진(?)으로 ‘1차 혈투’가 일단락되었다면 이제는 살아남은 업소들간에 본격적인 ‘2차 하드코어 대혈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초원의 집, 굿데이, 폭스와 방콕은 각각 약 10여 층이 넘는 큰 건물 자체를 업소로 사용하고 있다. 한 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구좌’ 즉 영업진만 해도 백여명이 훨씬 넘고 거느리고 있는 아가씨 역시 무려 200명에서 300명에 달한다. 인력으로만 따져볼 때 이들 업소는 중소기업 못지않은 규모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영세한 업소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최근에도 이들 업소들은 그야말로 불황을 모른채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업소들은 거의가 북창동식 하드코어를 표방하고 있다. 이들 업소들은 서비스의 질로 승부를 보려는 특징을 지닌다. 따라서 업소측에서는 서비스 자체를 획기적으로 높이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손님들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입맛 까다로운 손님들일수록 기존의 영업방식과는 다른 강렬하면서도 신선한 자극을 선호한다는 점을 이용하는 셈이다. 손님들의 구미에 맞는 서비스를 발굴, 도입하려는 업소측의 노력은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한다. 일명 ‘69자세’나 ‘벌떼쇼’와 같은 색다른 이벤트의 도입도 룸살롱문화에 식상해지기 쉬운 손님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수준급 아가씨 ‘최고 대우’

하지만 문제는 업소측과 아가씨들과의 갈등이다. 새롭고 자극적인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업소측과 아가씨들 사이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갈등이 생기기 마련. 지나치게 자극적인 것을 요구하다보면 이에 응하지 않으려는 아가씨들이 생기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즉 서로간 합의가 안되는 부분으로 인해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다.물론 하드코어 시스템을 표방한 역삼동 인근 일부 업소들은 아가씨들에게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아가씨들을 달래가며 영업을 하는 곳도 있다. 한 업소 관계자는 “아가씨들에 대한 처우도 최고로 해준다. 북창동보다 t/c(봉사료)를 올려주기도 한다. 능력있는 아가씨들이 삐딱선을 타면 여간 곤란한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아가씨들의 요구사항을 잘 조율해가면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방법이 업소측에 있어서는 최대의 관건인 셈이다.

초원의 집 9층에서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는 한지원(가명)씨는 “손님과 가게의 입장에서는 아가씨들이 보다 강한 서비스를 해주면 좋겠지만 실제 필드에서 뛰는 우리로서는 여간 곤욕스러운게 아니다. 하드코어 서비스라는게 아가씨들의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속칭 ‘전투’라는 것도 큰 마음 먹고 하는 건데, 그 이상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우리들은 이 일을 일종의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한다. 돈 때문에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나름의 봉사정신이 없으면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는 것이 한씨의 말이다.

“우리는 밤문화 창조의 주체”

역시 같은 초원의 집 4층에서 일하고 있는 도우미 민지(가명)씨는 “직접 손님들을 룸살롱 안에서 대하는 아가씨들의 고통은 생각보다 크다”며 “아무리 경쟁이 치열하다고는 하지만 아가씨 역시 여자임을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아가씨들을 그저 데리고 노는 장난감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함께 밤문화를 만들어가는 또다른 주체로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하지만 아가씨들의 이러한 토로가 업소의 전체적인 트렌드 자체를 바꾸기는 힘들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드코어 업소 ‘굿데이’에서 한달에 일억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소문난 바다부장은 “어쨌든 각 업소들이 비슷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차별화가 되기가 힘들다”며 “아가씨들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지금의 전투 보다 더욱 강하고 자극적인 서비스가 실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한 업소에서 이색적인 서비스를 하게 되면 너나할 것 없이 다른 업소들에서도 그 서비스를 실시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아가씨들도 업소의 방침에 자연히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억이라는 경이로운 매출기록을 세울 수 있는 이유도 고객이 원하면 무엇이든 해드린다는 자세로 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신촌일대 ‘헌팅 명소’

하지만 강렬한 자극의 하드코어 서비스만 도입한다고 해서 업소들이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하드코어가 비록 서비스로 승부한다고는 하지만 아가씨들의 ‘수질’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다. 아무리 쇼킹한 서비스로 무장하였다 하더라도 몸매와 얼굴 자체가 따라주지 않으면 손님들로서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가씨들의 외모는 업소의 영업을 책임지는 가장 큰 무기라고 할 수 있다. 물좋은 아가씨들을 섭외하기 위한 영업진들의 노력은 그야말로 눈물겹다. 일부는 타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에이스들을 비밀리에 접선, 좀 더 좋은 대우를 약속하며 스카웃 제의를 하기도 한다.

일부 구좌들은 길거리 헌팅도 마다하지 않는다.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은 역시 신촌과 홍대, 그리고 선릉 인근 등이다. 이곳은 모두 젊은이들이 많이 오는 곳으로 ‘물’부터가 다르다는 게 구좌들의 이야기다. 길거리 헌팅을 해봤다는 김모씨는 “룸살롱이다 보니까 일단 상대의 분위기부터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좀 ‘놀 것 같은’ 아가씨에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 두 마디를 해보면 대략 그 아가씨에 대한 파악이 끝나기 때문에 처음에는 모델 캐스팅인 것처럼 이야기하다가 이야기가 잘 되면 룸살롱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꺼낸다는 것. 성공확률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짭짤한 수확’을 거두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한여름 아가씨헌팅을 위해 물좋다는 수영장이나 나이트클럽 등을 매일같이 섭렵한다는 구좌들도 있었다.

입소문 홍보전략 ‘인기’

룸살롱 홍보 방법 역시 보다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룸살롱 방콕의 영업부장 한재덕씨는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대의 홍보 방법이다. 하지만 보다 많은 손님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마케팅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그는 “이제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을 통한 홍보와 관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구좌들도 적극적으로 손님들이 원하는 다양한 욕구들을 채워주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일부 구좌들은 ‘이벤트’를 통해 자신들의 업소를 알리는 경우가 많다.

이벤트란 기존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술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서 입소문을 꾀하는 것이다. 초원의집의 김대호 상무는 “무엇보다 확실하고 신뢰를 주는 것은 바로 입소문”이라며 “이렇게 입소문을 통해서 온 손님들에게 흡족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신뢰가 쌓이게 된다. 이런 손님들과는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선릉역 일대의 ‘2차 하드코어 대혈투’가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또 일부 유흥 관계자들은 “이들 4개의 업소들이 강남 하드코어 수요를 골고루 나눠가지면서 ‘4강(强)’을 유지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 ‘초원의 집’ 황호준 상무 인터뷰“차별화만이 살아남는 길이다”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초원의 집’은 ‘고품격 하드코어’를 추구하고 있다. 황호준 상무는 소위 하드코어업소라 불리는 북창동식 업소에서만 7년을 일해온 베테랑이다, 이 바닥을 훤하게 꿰고 있어 손님들에게 ‘하드코어도우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최근 선릉 인근의 분위기는 어떤가.
▲ 이곳 일대에 본격적으로 기업형 룸살롱이 들어선 이후, 이곳은 늘 ‘전쟁 중’이다. 강남역과 역삼,선릉,삼성 등 오피스가의 사람들을 겨냥해서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다.
- 나름대로의 차별화 전략이 있다면.
▲ 사람들은 여러 가지 홍보 방법을 많이 쓰는데 나같은 경우는 오시는 손님들에게 일단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입으로 홍보하는 것과 손님들이 스스로 입소문을 내주면서 홍보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론 12년산 가격으로 17년산 양주를 제공하는 것과 하루 두차례 원가만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등이 있다. 또 예약이 있을 경우 서울시내의 경우 어디든 모시러 가고 있다.

- 향후 선릉 일대 업소간의 위상은 어떻게 변할 것 같은가.
▲ 아마도 지금 가장 인기가 좋은 3~4개의 업소가 세력균형을 이루지 않을까 예상한다. 업소들마다의 장점들이 다 있어서 쉽사리 한두 업체가 ‘싹쓸이’ 하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상위 한 두개 업소가 그 절반이상의 매출을 가져가긴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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