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 후폭풍

김무성 “지명직 최고위원 나눠먹기 안 돼” vs 친박주류 “안 줄 명분 없다”
이정현 역할론 대두 “팔 안으로 굽는다…박근혜 때리면 ‘으르렁’ 댈 것”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박근혜의 남자’로 불리는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돌아왔다. 이정현 당선인은 7월 30일 치러진 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며 여의도에 입성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입’으로 불렸던 이 당선인이 원내에 진입함에 따라 당·청 관계의 가교 및 중재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7·14 전당대회에서 친박 주류인 홍문종 의원이 고배를 마셨고, 서청원 최고위원이 2위를 차지하면서 ‘친박주류 몰락’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이 당선인의 여의도 입성으로 친박계가 재결집하는 계기가 됐다. 재보궐 선거에서 김무성 대표보다 몸값을 올린 이 당선인은 지역구도 타파를 실현하며 이미 여권 중심에 서 있다. 이 때문에 이 당선인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게 여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김 대표 진영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물밑 신경전이 한창이다. 그 이면에는 이 당선인이 향후 김 대표를 견제할 것이라는 심리가 일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김무성-이정현 ‘朴의 남자들’이 충돌할 수 있다는 얘기다.

“팔은 안으로 굽게 되어 있다.”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거친 뒤 국회에 입성한 새누리당 이정현 당선인을 두고 친박 주류 측 핵심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김무성 대표가 당 대표 출마 때부터 수직적, 일방적 당·청 관계를 바로 잡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박의 남자’인 이 당선인이 여의도에 입성함에 따라 당·청 관계에서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7·14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현장을 방문해 서청원 최고위원을 측면 지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최고위원은 비주류 수장인 김무성 대표에게 패배했다. 항간에는 ‘친박주류 2선 후퇴론’까지 거론됐다. 더 나아가 당-청 관계에 있어, 김 대표가 박 대통령와 대립각을 세우며 대권행보를 취할 태세였다.
그러나 이 당선인이 금의환향하면서 박 대통령은 든든한 우군을 얻게 됐다. 벌써부터 여의도 주변에선 박 대통령이 서 최고위원과 이 당선인을 통해 당내 영향력을 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이 당선인의 여의도 귀환은 정치적 의미가 남다르다.

김무성 대표의 딜레마
이정현 임명 놓고 고심

이 당선인이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될 것이라는 추측성 언론보도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김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이후 “당직 인선은 7.30 재보궐 선거 이후에 할 것”이라며 탕평인사 의지를 밝히면서도 “그동안 소외됐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인선하겠다”고 밝혔다. 정권 초 당을 좌지우지했던 친박 주류를 배제하고 비주류, 비박계 의원들을 대거 등용한다는 게 김 대표의 구상이다.

실제 당 대표 고유권한인 지명직 최고위원 2석에 홀대 지역인 호남, 강원 지역 인사들이 주로 임명됐다. 그러나 최근 김 대표 측에서는 소외 지역 1명과 2040세대를 대표하는 인사 1명으로 구성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전당대회에 참석해 고배를 마신 김상민 의원과 김 대표와 가까운 호남 또는 강원도 출신의 원외인사가 임명될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당선인이 원내로 진입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18년 만에 호남의 선택을 얻어낸 데 대해 당 차원에서 ‘공로패를 줘야 한다’는 여론이 친박주류를 중심으로 강하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 진영에선 불편할 수밖에 없다. 김 대표 측 한 관계자는 이정현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여부에 대해 사견을 전제로 “호남지역에서 당선된 만큼 전국정당화를 시킬 수 있는 자리를 주는 것이 맞다”며 “과거에 최고위원을 했을 뿐 아니라 개혁과 변화를 위해선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를 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어 “그 동안 지역 안배론 차원에서 나눠먹기를 했으나 이는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원내 인사보다는 원외 인사에 무게를 두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이에 친박 주류에선 이 당선인이 지명직 최고위원에서 배제될 명분이 없다며 발끈하고 있다.

친박 주류 측 한 인사는 “지역구도 타파, 소외지역 호남에서의 당선 등 호남 배려 차원에서 이 당선인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하는 게 맞다”며 “김 대표가 대권 꿈을 꾸는 사람으로서 이 당선인을 ‘포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박근혜 정권이 성공해야 김 대표도 차기를 노려볼 수 있다. 만약 이 당선인이 최고위원으로 지명되지 않는다면 친박을 배제할 뿐 아니라 친박 대 비박간의 계파갈등으로 번지는 시초가 될 수 있다”며 “이 당선인이 지명직 최고위원이 된다면 당내 ‘분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반문했다. 실제 친박주류에서는 당직인선 과정에 친박주류들이 배제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눈치다.

이처럼 김 대표 진영과 친박 주류 측이 이 당선인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여부를 놓고 미묘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마지못해 이 당선인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이 당선인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한다면 김 대표의 몸값이 올라간다”면서도 “이 당선인이 청와대와의 소통을 담당하면서 당·청관계를 이끌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이 당선인의 발언권 파급력은 상당하다. ‘박근혜의 남자’ 윤상현 전 사무총장이 그간 당에서 해 온 몫 이상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김 대표로서는 이것이 딜레마고, 양날의 칼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당선인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하는 등 김 대표의 리더십이 자리잡으면 청와대와 정부에서 당의 무게감을 많이 느끼게 된다. 김 대표의 존재 자체가 청와대에 대한 무언의 견제효과가 있다”며 “지금 당장은 자기색깔을 내기보다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일부에선 당 사무처 출신인 이 당선인과 김 대표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 공개적인 파열음은 없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김 대표 진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만큼 이 당선인도 20대 공천 및 예산 등을 챙기기 위해 자기 정치에 시동을 걸고 때에 따라서는 박 대통령의 곁을 떠나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게다가 김 대표는 계파를 초월한 당·청 공조 체제 속에서 혁신과 경제 살리기에 박차를 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정현, 김무성 견제 카드
靑, 차기대권 金 없다?

김 대표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보수혁신, 새누리당 혁신, 국가대혁신을 통해 안전하고 공정한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고 민생경제 살리기에 온몸 던질 것을 약속드리며, 당 혁신에도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청 공조 체제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당선인이 서 최고위원과 함께 김 대표를 견제할 것이란 기류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 주류 내에서도 청와대와 김 대표 간 갈등은 시간문제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 대표는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 대표 취임 직후에도 청와대를 겨냥, “소수 중간권력자들의 권력 독점에 비분강개를 느낀다”고 말해왔다. 이 때문에 인사 실패 등 청와대발 악재가 터질 경우에는 김 대표가 청와대에 ‘쓴소리’를 할 것이고, 이 당선인은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 역할을 통해 김 대표를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친박주류 한 재선 의원은 “이 당선인은 박 대통령에게 충성심이 아주 강하다. 이 당선인 스스로가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을 마냥 듣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를 대변할 것”이라며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따라서 서청원 최고위원과 이 당선인이 협력해 김 대표를 견제할 것이란 시각이 늘고 있다.

20대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친박주류-비주류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201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김 대표는 측근들을 대거 기용, ‘김무성당’으로 변모시키려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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