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총학생회장’으로 각종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황라열(29·종교학과4)씨가 ‘이력 부풀리기’ 논란으로 탄핵, 서울대 총학생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4월 45.75%의 지지율로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지 2개월여 만의 일이다. 황씨는 “당선부터 탄핵까지 숨 가쁘게 진행된 두달여 간은 내 생애 가장 치열했고, 힘들었던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그동안 적잖은 심적 고통을 겪었음을 시사했다.

탄핵 이후 모 온라인게임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황씨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자질과 능력을 충전하고 있다”며 “오는 11월 런칭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15일 오후, 서울 구로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근황 및 현재 심정을 들어봤다.


“부당한 청문회였고, 성급한 탄핵이었다.”지난 12일 서울대 총학생회장직에서 물러난 황씨는 탄핵안 가결에 대한 감정이 ‘분노’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다만 청문회를 준비할 수 있는 기한이 너무 짧았다며 항변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청문회 통보에 나름대로 백방으로 뛰었지만 단 ‘이틀’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 기한을 더 달라는 말에 ‘시간끌기 작전’이라는 언론의 억측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악성루머와 난무하는 의혹들에 대한 해명에 급한 사람은 그 누구보다 바로 자신이라는 것이다. 황씨는 또 몇몇 기자들의 ‘어이없는’ 행동에 대해 황당함도 드러냈다. 그는 “탄핵 이후 나를 헐뜯고 욕하는 기자들의 문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는 개인의 인신공격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자신이 하지도 않은 말에 대해 아무런 증거 없이 ‘OOO 기자가 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을 구렁텅이로 몰아가는 일부 언론을 이해할 수 없다고도 밝혔다. 또 억울하지만 당장 해명할 방법이 없는 현실에 대해 더없이 깊은 좌절감을 느껴야 했다고 털어놨다.

깊은 좌절감 맛봐

황씨는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보며 자신의 마음대로 살아온 것과 사람들을 너무 쉽게 믿었던 것에 대해 뼈저리게 후회하는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허위이력’ 의혹에 대해 “개인미니홈피 프로필에 조금 과장되게 써 놓은 것은 사실”이지만 “포스터 등 ‘공식이력’에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며 떳떳함을 강조했다. 다만 황씨는 선거본부 홈페이지에 이력을 기재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실수에 대해서는 솔직히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총학생회장이 이렇게 큰 자리인 줄 몰랐다”며 “책임감이 부족했고, 이에 대해 깊은 반성과 참회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여전히 나 자신과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로, 이번 사건의 풍파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했음을 짐작케 했다. 재충전 위해 일에 몰입
그렇다면 현재 황씨의 심정 및 상태는 어떨까. 탄핵 직후와 비교해볼 때 지금은 한층 여유로워 보인다. 황씨는 “당선부터 탄핵까지, 내 생애 절대 잊지 못할 두 달”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서울대 총학생회장직은 나의 길이 아니었던 것 같다”며 “내게 맞는 직업을 위해 재기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충전하게 하려는 일종의 ‘신의 계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걷잡을 수 없이 험난한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탓일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그동안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혔던 언론과 인간적인 고뇌를 털어내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황씨는 현 자신의 상황을 극복, “괜한 욕심 부리지 않고 원래 내가 살아온 스타일대로 살겠다”며 “음악과 게임 쪽으로 타고난 재능을 다시 발휘,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잃은 것도 많지만 얻은 것도 적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지도’. 달갑지 않은 일로 세간에 알려지긴 했지만, 어찌 됐건 이제 ‘황라열 이름 석자를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그가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파란만장한 인생 경험

그와 가깝게 지냈다는 서울대 동료들에 따르면 황씨는 못하는 것 없고, 안 해 본 것 없는, 말 그대로 ‘만능플레이어’이다. 또 그때그때의 삶에 충실한 사람으로 매사에 열심인 청년이라는 전언. 서울대 총학생회장직을 맡은 후, 독특한 성향과 두각을 나타내며 명성을 떨치는 그에게 ‘낙오’, ‘실패’란 단어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는 게 주위의 설명이기도 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황씨의 지난 30년간의 삶은 지하철 노상부터 인디밴드 가수, 백댄서, 무에타이 프로선수를 거쳐 학생회장까지 가히 파란만장했다. 비록 현재의 상황이 자의적인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재도약의 발판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측면으로 볼 때 이번 ‘탄핵’은 어쩌면 ‘플러스알파’가 될지도 모른다.

주위에선 “황씨는 사람을 쉽게 믿고 정이 많다. 언론플레이에 능하고 정치적 성향이 짙다는 세간의 오해와 달리 그는 교활하게 머리 굴릴 재간도 없는 사람”이라며 “공인으로서 이력 따위를 부풀리는 것이 얼마나 큰 과오인지 몰랐다는 것이 황씨의 가장 큰 실수였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드시 재기할 것”

탄핵 이후 그는 온라인게임 업체에 근무하며 매우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자신을 믿어주는 부모님과 친구들을 보며 흐트러지고 상처받은 마음을 다스리는 한편, ‘제2의 인생’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것. 오는 11월 온라인게임 런칭 작업을 시작으로 향후 음반을 내고 싶다는 그는 “음반에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랩’을 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세간에 좋지 않은 이미지로 알려진 만큼 좋은 음악으로 멋지게 재기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서울대 자퇴설에 대해 그는 “그 부분은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언론에 의해 또 자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까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허위이력’ 등으로 전국을 발칵 뒤집어놨던 황씨가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재기, 사회에 두각을 나타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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