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서(覺書)’를 국어사전에서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내용을 적은 문서’ 내지 ‘다짐 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혼상담을 하다보면 “남편이 바람을 펴서 각서를 받아내려고 합니다. 각서를 꼭 자필로 써야하나요? 컴퓨터로 뽑아서 지장이랑 도장만 받으면 안되나요? 각서의 효력이 정말 있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인터넷에 떠도는 답변은 대체로 ‘각서가 효력이 있다’거나, ‘각서가 효력이 없다’는 등 효력 유무에 대한 답변과 ‘각서는 자필로 작성하지 않아도 되고 도장만 찍으면 된다’는 등 각서의 작성 방법에 관한 답변이 있다.

일반 거래 관계에서 작성이야 합의서 내지 약정서와 같은 내용이 많기 때문에 효력 유무나 작성 방식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혼인관계에 있거나 혼인관계를 지향하는 관계에서 주고받은 각서가 문제다. 각서를 썼다고 바람을 핀 남편이나 결혼을 약속한 이성 친구의 태도 변화를 담보할 수 있을까? 이런 경우 각서를 요구하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은 이미 혼인관계나 애정관계가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 지속되기 어려운 관계의 일방 당사자가 나중에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단하게 위 질문에 대하여 답을 하자면, ‘부부사이의 계약은 혼인 중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혼인이 사실상 파탄에 이른 경우에는 임의로 취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부부사이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 한 것은 부부사이의 특수성 때문이다.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는 하늘의 별도 따준다고 약속하지 않는가? “혼인 중 작성한 각서의 의미를 찾는다면 각서를 작성할 무렵에 각서의 적힌 내용과 같은 상황이 있었다거나, 그와 같은 각서를 작성할만한 상황이 있었다는 것에 대한 간접증거는 될 수 있다.

혼인이나 애정관계가 각서 한 장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혼인은 가장 순순해야 하는 관계다. 혼인의 ‘개시’뿐 아니라 ‘유지’를 위해서도 순수함은 요구된다. 흔히 남녀 사이의 사랑이 혼인관계를 시작할 때도 필요하지만 이를 지속하기 위한 필수요소라고 한다. 혼인에 대한 순순한 태도야말로 사랑보다 더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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