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명계남씨가 구설수에 휘말렸다. 바로 ‘사행성 게임사업 개입’ 의혹이다. 지난달 22일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명씨가 사행성 게임 사업에 깊숙이 연루돼 있다고 주장했다. 전 노사모 대표로 활동하던 친노 성향의 명씨가 성인오락실 등에서 통용되는 상품권 발행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아, 이 돈을 ‘차기 대선용’으로 쓰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한 것.

그간 주옥같은 작품에 출연,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한국영화계의 스타급배우로 명망이 높았던 명씨가 불법 성인오락실 사업 연루의혹이 불거진 대목은 세인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당사자인 명씨는 펄쩍 뛰면서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국회 법사위 한나라당 간사인 주 의원은 지난달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최근 급속히 늘고 있는 사행성 게임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명씨가 이 사업에 개입돼 있다는 의혹을 던졌다. 지난달 29일 오후,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주 의원은 “게임 및 경품용 상품권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명씨가 개입됐다는 얘기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14개 상품권 발행업체에서 8조 5,000억원의 상품권이 발행됐고, 발행업체가 받는 2.5%의 발행수수료 중 일정 부분은 명씨가 뒤를 봐주면서 리베이트 형태로 가져갔다는 게 주 의원의 주장이다.

문광부,검찰 수사 예정

이 같은 내용의 의혹제기와 관련, 주 의원 측 권태윤 보좌관은 “현재 이렇다 할 증거는 아직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며 “하지만 이날 주 의원이 밝힌 내용이 아주 근거 없는 소문만은 아닐 것”이라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한 관계자 역시 “아직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소문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라며 “이에 따라 검찰도 집중 수사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명씨와 무명시절 때부터 함께 지냈고 최근 3개월 전까지 연락을 해왔다는 최측근에 따르면 “명씨는 영화나 연극에 꿈과 야망이 많았던 사람”이라며 “하지만 번번이 실패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이어 “실제로 명씨의 주변에는 파워를 쥐고 있는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들 간에는 피드백이 되는 제안도 서로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명씨 “법적 대응은 안할 것”

한편 이에 대해 명씨는 “근거 없는 낭설”이라는 입장이다. 전화인터뷰를 통해 명씨는 “사행성 게임 사업에 대해서는 관여한 바가 없으며, 언제 어디서 이런 소문이 돌기 시작했는지 의아할 따름”이라며 “현재 나도는 소문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면책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의 망발에 불과하다”며 “정확한 팩트없이 항간에 떠도는 풍문만으로 공식 석상에서 이 같은 폭로를 하는 주 의원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하지만 명씨는 법적 소송을 포함한 대응방안 마련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내가 아니라고 반박해봤자 지금 이 상황에서 누가 내 말을 믿어주겠냐”며 “(그들이 내게 의혹을 품고 있는) 소위 정치적 발상으로 생각해 볼 때 나는 이미 ‘사형수’인 셈”이라고 밝혔다. 또 “설령 기자가 단독으로 아무리 내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를 10장, 100장 써준다 해도 상황은 뒤집히지 않을 것”이라면서 “타 언론들이 한꺼번에 들고 일어나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하면 당사자는 하루아침에 ‘희대의 범죄자’로 전락돼 있게 마련”이라며 언론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상품권 수수료가 ‘진원지’

의혹의 진위여부와 함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사행성 게임 사업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현재 성인오락실에서는 상종가를 치고 있는 신종 도박게임기인 ‘바다이야기’가 그것이다. ‘바다이야기’는 스크린 경마에 비해 ‘대박’이 보인다는 점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모니터에 상어와 고래, 인어 등이 나타나는 순간 수백만원의 돈이 굴러들어 올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힌다는 것. 이렇게 많은 인기를 얻은 결과, 바다이야기는 게임시장 규모가 4조원을 넘어서는 등 급격한 성장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에서는 경품으로 5,000원짜리 상품권을 주지만, 인근 환전소에 가면 10%의 수수료를 떼고 현찰로 돌려주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바로 이 수수료의 일부를 명씨가 리베이트 형태로 가져간다는 게 정치권 일각에서 일고있는 의혹제기의 핵심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8조 5,000억원의 상품권이 발행돼 이 중 2,190억원만이 실제 물품구입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배후에 명씨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나머지는 사행성 게임장의 환전용으로 사용했다는 계산이 나오는 셈이다. 이와 관련, 바다이야기 측으로부터는 어떠한 사실도 확인할 수 없었다. 관계자는 “나는 전화만 받을 뿐 아는 바가 없다. 실질적인 업무 관계자들은 회사에 없다”며 대답을 피하는가 하면, 꽤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명씨에 대해서도 무조건 ‘모르쇠’로 일관했다. 일단 상품권 발행의 타산이 맞지 않는 것으로 보아 분명 배후에 수수료 일부를 가로채는 누군가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게 사정기관의 시각이다.

이번에 불거진 명씨를 둘러싼 의혹들은 향후 적잖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오는 9~10월 국회국정감사가 실시되는 가운데 문광위에서 사행성 게임사업과 관련, 그동안 제기된 여러 가지 의혹들을 해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