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량 급식에 따른 식중독 파문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유흥업계에서는 ‘성병대란’에 대한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위생상태가 악화되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져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런 사태는 이미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온 것이 사실. 집창촌에 있던 여성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보건당국도 이들에 대한 관리엔 사실상 손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일 뿐 아니라 업주들은 물론, 성매매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 역시 더 이상 자진해서 성병 검사를 받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음성적인 성매매는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사정이 이렇다보니 성매매 여성 스스로의 건강관리는 물론이고 성 매수 남성들 역시 성병의 위험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점차 늘어나고 있는 유흥업계의 성병 실태에 대해서 취재했다.




최근 여관에서 아가씨를 불러 성매매를 했던 직장인 김모씨. 그는 예전에도 가끔씩 성매매를 하곤 했지만 이제까지 성병에 걸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늘 운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 그는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병원에 갔더니 임질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성병 사각지대 노출

요즘에는 웬만한 대딸방에서도 쉽게 BJ가 가능하며 오럴 섹스가 만연해서인지 구강을 통해서도 많이들 요도염에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다. 예전에도 여러 번 성관계를 했지만 한 번도 걸린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운이 나빴던 것 같다.” 하지만 김씨의 감염이 ‘우연’만은 아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 여성에 대한 집단적인 보건의료체계가 완전히 망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른바 ‘성병 사각지대’가 그 만큼 더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예전에는 집창촌을 중심으로 성매매가 이뤄지는 업소나 업종들에 한해서는 정기적인 성병 검진과 관리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강압적인 요소가 없어지자 ‘성병관리의 고삐’가 풀려버린 것이다. 오히려 그런 정기적인 검진이야말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음을 자인하게 되는 터라 정기 검진자체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각 지역 보건소에 따르면, 성매매특별법 이후 성병 검진 여성들이 크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유흥업소 밀집지역으로 유명한 대구 수성구 보건소의 조사에 따르면, 업소 종사 여성들의 성병 검진이 2004년 1,300여건에서 2005년 980여건으로 무려 26%나 줄었다. 이는 2003년도의 수치에 비하면 무려 33%가 감소한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울산도 마찬가지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울산시가 구·군 보건소 5곳을 조사한 결과 역시 27% 가량이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는 통계에 잡히는 숫자일 뿐, 이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많은 성매매 여성들의 성병 감염 여부는 확인조차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성병 감염여부 관리 힘들어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 보건소 관계자는 “이렇게 검진 수치가 현저하게 낮아지는 건 성매매특별법 이후에 나타나는 특징적인 현상 중의 하나이다”라며 “예전에 그나마 집창촌이 있었을 때는 어느 정도의 관리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그러한 관리 자체가 거의 힘든 것이 사실이다”라고 털어놓았다. 유흥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당연히 있을 법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단란주점을 운영하는 최정훈씨는 “집창촌에 있던 여성들이 먹고 살 수 있는 다른 직업을 갖는다는 건 극히 드물다.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예전 수입의 반의 반도 안 된다. 당연히 음성적인 성매매에 종사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당연히 성병 감염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유흥업계의 한 관계자는 “손님들을 위해서라도 아가씨들의 성병 검진을 받게 하고는 싶지만 이렇게 했다가는 자칫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엄두도 못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멀쩡해도 속이 문제

성매매 여성들 역시 성병 검사를 기피하고 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여자가 보건소에 가서 성병 검사를 받으면 이건 누가 봐도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으로 밖에 볼 수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 안마시술소에서 일하는 20대 후반의 김모양은 “사실 성매매특별법이 생긴 이후로 성매매가 단속이 되느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닌 것 같다”며 “예전과 거의 비슷한 성매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이는 것만 깨끗해진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김양은 또한 “특별히 강제로 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정기적인 성병검사는 받지 않을 예정”이라며 “그나마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기 이전엔 오히려 안심하고 성병검사를 받고 치료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이러한 성매매의 음성화와 그에 따른 여성들의 성병 검진 기피가 이른바 ‘성병 대란’의 궁극적인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여성들이 혹시라도 있을 단속에 대비해 아예 콘돔을 끼지 않고 성관계를 맺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찰 단속 시 성매매의 가장 결정적인 증거가 콘돔이기 때문에 성병 감염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아예 콘돔을 끼지 않는 것이다. 일부 남아있는 사창가의 경우, 업주들이 공공연히 아가씨들에게 콘돔을 끼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물론 나름대로 인상이나 말투 등으로 손님의 질(?)을 짐작하여 잘 판단해보라는 식이지만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성병 감염률이 점차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 기정사실이다.

에이즈감염자 하루 평균 1.9명

하지만 보다 무서운 것은 성병뿐만이 아니라 더 광범위한 에이즈 확산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국내 에이즈 감염 환자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하루 평균 1.9명꼴로 감염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물론 에이즈 환자 수는 그 전부터도 계속 늘고 있지만 성매매특별법 이후의 정기적인 성병 검진의 기피가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시킨 것은 충분히 그 개연성을 짐작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대딸방 업주 강모씨는 “이곳(대딸방)에서는 직접적인 성관계가 없기 때문에 그나마 낫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도 수없이 많은 여성들이 음성적으로 성매매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한번 에이즈괴담이 사실로 밝혀지기라도 하면 그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려고 하는지 정부당국자의 생각이 궁금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일반인들도 생각은 비슷하다.

직장인 고모씨는 “성매매를 없애려는 ‘성매매특별법’이 아니라 성매매를 더욱 대중화시킨 ‘성매매 대중화법’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며 “언제 어디서든 전화 한 통화, 혹은 도심 주택가에있는 이발소에만 들러도 성매매가 가능한 곳은 대한민국밖에 없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따라서 정부 당국은 지금이라도 음성적인 성매매에 의한 성병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지를 보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강압적으로 성매매를 ‘싹쓸이’하려는 공격적인 방법으로는 성병관리가 불가능한 것은 물론 더욱더 음성화되고 대중화된 성매매를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준/프리랜서 (www.dcinside.com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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