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여성 프로골퍼의 부친이 도박사건에 연루돼 불구속 기소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4월 초 ‘법조 브로커’ 윤상림과 강원랜드를 출입해 구설수에 오른 K씨 부친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만의 일이다. 이처럼 유명 골퍼의 부친들이 도박 사건에 잇따라 연루되는 이유는 무엇일까.골프업계에선 고부가가치 스포츠 산업인 골프의 경우 메이저급 대회 우승이 곧바로 경제적 성공으로 연결되면서 금전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에 도박 사건에 연루된 A씨는 자신의 사무실 등지에서 1일 평균 수백만원 이상의 판돈이 걸린 포커 도박판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금전적 손해를 입은 L씨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고, 양측은 치열한 법적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A씨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L씨가 불순한 의도로 접근해 왔으며, ‘수억원을 빌려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전말을 취재했다.




유명 여성 골프선수의 부친 A씨가 상습도박을 벌인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지난 6월 말 불구속 기소됐다. A씨는 자신의 딸을 프로 골퍼로 키우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7월 5일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자신의 사무실 등에서 지인들과 포커 도박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금전적 손해를 입은 L씨가 지난해 12월 진정서를 접수했다. L씨는 C은행 지점장 출신이다.

골퍼 부친 ‘도박사건’ 잇따라

당시 포커 도박에 동참한 인사는 A씨, L씨 등을 포함해 모두 7명이었다. 그러나, A씨를 제외한 나머지 도박 참여자들은 서류만으로 이루어지는 약식재판에 회부돼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장소를 제공하는 등 주도적으로 도박을 즐긴 A씨만이 정식 재판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이 사건을 담당한 박 모 검사는 지난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도박을 벌인 6명이 모두 기소됐지만, 누가 주도를 했는가에 따라 가중치가 다르다”며 “A씨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유명 프로골퍼의 부친이 도박사건에 연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법조 브로커’ 윤상림씨와 강원랜드를 여러 차례 출입해 구설수에 오른 여성 프로골퍼 부친 K씨는 최근에도 강원랜드를 찾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 4월 초 검찰은 K씨가 윤씨와 돈거래를 하는 등 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잡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다. 골프업계에서는 이처럼 유명 프로골퍼의 부친들이 도박과 관련, 잦은 구설수에 휘말리는 것에 대해 우려감을 표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외 굴지의 기업들의 후원을 받고 있는 선수들이 미국 프로무대에서 선전을 하고 있지만, 가족과 관련된 논란으로 인해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골프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스포츠로서 ‘메이저급’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경제적 성공이 뒤따라오게 마련이다.

A씨 사건도 지난해 12월 고소장이 접수됐지만, 미(美)프로골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가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시간적으로 배려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 선수는 LAGA 메이저급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 접수됐지만 3월 말부터 인지 수사가 시작됐다. 그 이유는 국위 선양을 하고 있는 선수가 선전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한 측면이 강하다. 검찰은 결국 6월 말이 돼서야, A씨를 법원에 기소했다.

검찰 수사 3개월 지연

제법 규모가 큰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A씨와 지인들이 벌인 도박판의 규모는 1일 수백만원대 이상으로 알려졌다. 금전적 손해를 입은 L씨도 1,500만원 이상을 잃었다고 한다. 박 검사는 “포커 도박을 벌인 것 같은데, 그 와중에 돈을 잃은 사람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A씨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A씨의 측근 윤 모씨는 “A씨에게 접근한 L씨 자체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며 “아는 사람들끼리 (포커를) 했을 뿐인데, 자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걸고 넘어진 것”이라고 일축했다.

윤씨는 “L씨가 1,500만원 정도를 잃더니만, A씨에게 2억원을 빌려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를 수용하지 않자, 검찰에 진정서를 접수했다는 것이다. A씨측은 진정서를 낸 L씨의 행위가 괘씸해 적당히 타협하기보다는 진실을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A씨는 변호사를 고용하는 등 정식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박 검사는 “기소가 됐으니까 솔직하게 재판에 임하면 금방 결론이 나올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기일은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A씨 사건과 관련된 법원의 재판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내기골프 의혹 “사실이 아니다”

일각에선 A씨 등이 내기골프를 쳤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A씨측도 이를 전면 부인했다.윤씨는 “A씨는 주로 오전에 R골프장을 찾아 골프를 치곤 하지만, 내기골프는 절대 치지 않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검찰도 “이번 사건은 내기골프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했다.A씨는 기자와의 접촉을 거부했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의 핵심 책임자는 “보고를 드리고 연락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진정서를 접수한 L씨는 C은행을 나와 현재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현 기자> dh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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