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경영권 이전…겜티즌 ‘배신감’ 표출
계속되는 인수합병설에 사측 “절대 없다”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증권가에는‘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용어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투자전략으로 한국의 일반투자자처럼 주식매매를 한다. 이들의 수법은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돼 2014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지목된다. 반대로 국내 기업명을 혼합해 쓰지만 실제로는 외국계 기업인 경우도 있다. GM대우, 홈플러스, 맥심 등과 같이 지분 전량이 매각된 회사도 있고, 에쓰오일처럼 지분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기업에 매각된 사실상의 외국계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국내 기업으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명이지만 지분은 외국계인 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그 서른한 번째로 그라비티(대표 박현철)다.

‘그라비티’는 대한민국 게임 개발사이자 배급사다. 2005년 2월에 대한민국의 기업으로는 두루넷에 이어 두 번째로 나스닥에 직상장 됐다. 당시 미국 나스닥 공시뉴스에 따르면 김정률 그라비티 회장은 자신과 가족인 김지영, 김영준, 김지윤씨 등이 가지고 있던 그라비티의 나스닥 지분 52.4%(364만 주)를 소프트뱅크 계열 투자회사인 EZER와 테크노 그루브사(社)에 팔았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한국계 일본 기업인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회사다. 매각 가격은 주당 98.25달러로 총 매각대금은 약 4000억 원 규모다. 두 회사는 모두 소프트뱅크 계열사여서 그라비티의 경영권이 사실상 소프트뱅크로 넘어가게 됐다.

끊임없는 매각설

매각 소식이 알려질 당시 겜티즌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한 겜티즌은 “한국 게임 라그나로크를 자랑스럽게 플레이했는데, 많이 씁쓸하다”며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그라비티에서 꽤나 구현했던 게임 내의 한국적인 색채가 사라지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겜티즌은 “일본에 비해 동시 접속자도 턱없이 적었는데, 경영권까지 넘어가면 한국 서비스가 부실해지거나 한국 서비스를 중단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며 “‘온라인 게임 선진국 대한민국’의 선두주자인 라그나로크를 팔아넘기면서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한국이 밀려나는 것이 아닌가 두렵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특히나 “게임 유저들의 기대를 배신했다”며 그라비티에 대한 비판여론도 적지 않았다. 당시 분위기 상 국내서 공들여 키운 코스닥 중소형사들이 일본 기업으로 넘어가면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 터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다.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도 “일본 업체들은 주로 국내 전기ㆍ전자 부품 및 바이오 관련 업체에 관심이 높다”며 “무엇보다 힘들게 키운 코스닥 중소형업체들이 일본에 넘어가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산업기반의 역량이 이전된 것으로 아쉬움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그라비티는 합병과 매각, 상장폐지설에 시달리면서 국내 겜티즌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매각 이듬해인 2006년 1월에는 그라비티 경영진 전원이 교체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내에는 그라비티의 껍데기만 남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로 발전했다. 소프트뱅크 측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그라비티에 공동 경영진을 구성하고 기존의 임원진과 계속 그라비티를 꾸려나갈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발표는 불과 3개월도 안 돼 번복됐고 결국 김 회장에 이어 윤웅진 대표의 퇴진 등으로 이어지면서 논란은 지속됐다.

급기야 2009년 그라비티는 보도 자료를 통해 “자사 최대주주가 그라비티 주식 매각을 추진한 적도 없고, 매각 의사도 없다”며 그동안에 있었던 주변의 그릇된 시선을 불식시켰다.

게임업계에 다양한 인수합병설이 거론되면서 자사가 오해를 낳은 것 같다고도 했다. 현재까지도 이 같은 논란은 계속되지만 그때마다 그라비티 최대주주의 입장은 단호했다.

최근에는 류일영 전 그라비티 대표가 다시 국내게임업계로 돌아와 그의 행보에 겜티즌들의 그대가 크다. 그는 지난해 말 개발 멤버를 세팅해 우선 퍼즐게임을 개발 했다. 그 첫 게임이‘제로팡’이다. 현재 인기몰이가 한창이다.

그는 그라비티를 떠나 2008년 모바일 인터넷 어플리케이션 개발사 (주)제로원엠아이에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게임 쪽이 아니라 아웃도어 어플리케이션 ‘하이크메이트(HikeMate)’ 시리즈의 제작사로 글로벌 시장에서 히트상품으로 짭짤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의 열망은 게임개발이었고, 그 열망이 최근 또 다시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는 “그라비티 인수로 한국 회사가 외국 자본에 유출되었다는 말이 가장 서운했다”며 “한국 온라인게임의 우수성을 찾아내어 일본에 서비스를 했고, 드디어 한국에 와서 기쁘게 운영하고 성공하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인기몰이 한창

한편 그라비티는 전 세계적으로 폭넓은 유저 층을 확보하고 있는 MMORPG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비롯해 라그나로크 온라인2, 파인딩네버랜드 온라인, 드래곤사가, 기능성 TV게임 뽀로로 놀이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 하고 있다. 현재 대표이사는 2011년 3월에 부임한 박현철 대표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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