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 개입 논란

원희룡 지사, 회의에서 “경관 막는 것 재고해 달라”
지역민심 반응에 이목 집중…최후에 웃는자는 누구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지난해 소송으로 한바탕 홍역을 앓았던 SK-현대家의 때 아닌 조망권 분쟁이 원희룡 제주도지사(사진)의 발언으로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원 지사는 지난 5일 오전 제주도청 4층 대강당에서 열린 도정시책 공유 간부회의에서 SK가 짓는 비오토피아 포도호텔에 대해 “제주 개발사에 두고두고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때문에 향후 두 기업의 분쟁이 어떠한 결론을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원 지사가 언급한 현장은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에 소재한 본태(本態)박물관 인근 부지다. 박물관은 2012년 11월 3일 문을 열었다.

이 박물관은 고(故)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부인이자 전 KBS 노현정 아나운서의 시어머니 이행자 여사가 설립했다. 본태는 ‘본래의 형태'라는 의미다.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다 다다오의 야심작이다.

문제는 지난해 8월 1일 핀크스골프장을 운영하는 SK핀크스(주)가 박물관 옆에 ‘핀크스 비오토피아 휴양리조트'를 조성하면서부터다.

비오토피아 휴양리조트는 1만7400여㎡ 부지에 지하1층 지상3층 연면적 4800㎡규모로 휴양콘도(40실)와 탁구장, 수영장, 테니스장 등 운동시설을 갖추는 프로젝트다. 제주도의 사업계획승인을 거쳐 지난해 건축이 허가됐는데 본태박물관의 조망권을 막게 된다. 이 때문에 SK와 현대가가 갈등하는 양상을 보이게 됐다.

본태박물관의 가처분 신청 내용을 살펴보면 SK핀크스 비오토피아 리조트공사 공정에 포함한 연못 변경에 대한 서면 합의를 근거로 ‘합의서 위반’이란 점을 들어 SK핀크스를 상대로 제주지법에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합의서 위반 근거로는 SK핀크스가 조경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연못의 1/3을 침해하고 탁 트인 조망을 가리는 등 ‘공사 전 합의를 어겼다'는 점을 들었다.

이와 함께 그동안 본태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조망권 침해 3층 콘도 건축 반대 ▲층수 하향 요망 ▲박물관 경관의 핵심 요소인 연못 훼손 반대 ▲원형유지 요망 등 ‘조망권 침해 3층 콘도 건축 및 연못 훼손 반대’ 서명운동을 병행해 추진해 왔다. 하지만 올 초 양측 합의로 인해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그런데 원 지사가 최근 이런 갈등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또 다시 알려지게 됐다.

훈수둔 원희룡 SK만 ‘울상’

원 지사는 “일본·스위스 경우에는 건물과 건물, 시설과 시설이 서로 중첩되는 경우 10% 룰이 있다. 이는 어떤 각도에서도 전체 아름다운 경관 10%를 가리면 안된다는 것"이라며 “본태박물관의 경우 절충안이나 조정과정 없이 추진됐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원 지사는 이어 “본태박물관은 일본 안도 다다오라고 하는 생태와 디자인을 선도하는 건축가가 지은 것으로 인공호수와 산방산을 담아서 본태박물관의 메인테마를 만들었다"며 “그런데 비오토피아에서 포토호텔을 지으면서 산방산을 다 막아버렸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안도 다다오 작가가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테니 경관 막는 것을 재고해 달라고 호소했는데도 (SK가) 묵살해서 현재 빌딩이 다 올라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SK핀크스측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본태박물관 측과 수차례 협의를 거쳤고, 원만히 협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원 지사의 갑작스런 지적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SK-현대-제주도의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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