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 사이트 ‘페티쉬 코리아’의 실체 집중 취재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사이버 공간에서 음란·유해 정보가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는 현상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최근 자기 아내와 애인의 은밀한 장면들을 촬영해 음란 사이트에 올린 이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도촬(몰래 촬영)이 아닌 자작음란물을 유포한 인터넷 사이트가 적발된 사례는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무려 3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음란 사이트는 지난 2001년에 개설, 5년여 동안 경찰 단속망을 피해 버젓이 운영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사이트는 단순 포르노 사진을 올리는 수준을 넘어 강간, 불륜, 변태적 성관계 등의 장면을 적나라하게 찍은 동영상까지 제공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엽기 음란 사이트인 ‘페티쉬 코리아(이하 페코)’의 실체를 집중 취재했다.


페코가 개설 5년여 만에 회원 30만 명을 이끌 수 있었던 데는 초기 특별회원 30명의 ‘공’이 컸다. 페코 기획자 이모(39)씨에 따르면, 이 사이트는 회원 30명이 3만 명으로, 3만 명이 30만 명으로 자기들만의 결속력을 다지면서 키워 나갔다. 포르노와 페티시에 대한 주위의 편파적인 시선에 소심해지는 회원들은 ‘자기들만의 세상’을 꾸리며 ‘내통’했다고 한다. 때문에 30만 명에 육박하는 회원 수와 탄탄한 조직력·결속력을 다질 수 있었다.
하지만, 단지 이들이 뭉치는 것만으로 인터넷 성인 사이트가 살아남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닐 터. 페코가 이토록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사이트와 다른 운영방식 ‘인기’
경찰은 “전문 포르노·누드모델의 ‘연출된’ 음란사진에 싫증을 느낀 회원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선사(?)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반 여성’을 모델로 ‘자연스러운’ 음란사진을 게재해 회원들끼리 공유하고 공감했던 것. 경찰은 “실제로 회원들은 프로보다 아마추어들의 나체와 정사사진을 보고 더욱 쾌감을 느꼈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들은 지금까지 2만여 건의 음란 화상을 다운받아 감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사이트 운영방식도 인기비결 중 하나였다. 몰카가 아닌 자의·합의하에 음란물이 게시된다는 점과 활성화된 리플(댓글) 및 추천 문화, 군대계급을 패러디한 회원 등급제 등이 그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사이트에 올라오는 모든 음란물들은 타인의 사생활이나 신체의 은밀한 부위를 도촬해서 유포하는 기존의 성인사이트와 달리 자의 또는 합의하에 게시된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회원들은 이들이 게시한 사진을 평가하는 등 리플을 달고, 보다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사진일수록 추천을 한다. 강력추천을 받는 게시물의 특징은 은밀한 신체부위와 정사 장면이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는 것. 경찰은 “여기에 강간, 불륜, 엽기·변태 성관계 등의 컨셉이면 ‘최고 인기’”라며 “실제로 이런 게시물들은 주로 새벽시간대에 수십~수백 건씩 ‘경쟁하듯’ 올라온다”고 전했다.
군대계급을 패러디한 회원등급제도 인기를 얻는데 한몫 작용했다. 재미있고 신선하다는 이유에서다. 처음 가입하면 일단 훈련병이다. 이후, 리플을 다는 등 활동하는 정도와 유료결제 여부에 따라 이등병, 일등병에서 소장, 중장, 대장으로 19등급이 결정된다. 경찰은 “계급에 따라 아이콘도 제각각”이라며 “활동여부에 따라 작대기 하나(이등병)에서 별 네 개(대장)로 바뀌기 때문에 회원 간에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이어 경찰은 “실제로, 군대계급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일부 남성회원들은 진급하기 위해 음란게시물을 수시로 올리기도 했다”며 “이런 등급제가 남성들의 우월 심리를 자극, 더 활발히 활동하게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운영자-특별회원 ‘상업적 돈벌이’
문제는 이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물들이 과연 감상하고 즐기는 수준에만 머무느냐의 여부다.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특별회원 가운데 스와핑을 시도한 회원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자칫하다 ‘스와핑 사이트’로 변질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페코는 일부 언론에서 ‘포르노 사이트’, ‘스와핑 사이트’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사실 포르노적인 강력한 하드코어의 성격보다는 이른바 ‘페티시’ 성향의 사이트다. 페티시(fetish)란 성적 감정을 일으키는 대상물을 말한다. 신체의 일부분, 즉 다리나 엉덩이, 혹은 가슴 등에 대해 성적인 집착을 하거나 야외에서의 노출, 특수한 복장 착용에 대한 집착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실제로, 이 사이트는 직접적으로 특정한 성기 노출이나 성행위 자체에 중점을 두고 운영되고 있진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일부 회원들이 새벽 시간대를 이용, 음란한 사진과 엽기적인 동영상을 교환했다는 게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운영자와 회원들이 각자의 수익을 챙겼다는 게 이번 단속의 중점적인 포인트가 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이어 “이들은 ‘캐시 갤러리’라는 폴더 안에서, 회원들이 사진을 다운받을 때마다 회당 50~150원의 돈을 가져갔다”면서 “지금까지 운영자가 거둬들인 수입만 5억여원”이라고 밝혔다. 이 폴더는 돈의 절반은 운영자가,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사진을 올린 게시자가 갖는 시스템으로 운영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속 포즈 및 사용도구 ‘엽기’
경찰에 따르면, 이번 단속에 걸린 회원 중에는 대학교수, 현직군수 아들, 무역회사 대표, 증권사 직원 등 중상류층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특별회원은 아니지만, 이 사이트에 가입해 있는 일반회원 중에는 법조계 인사, 변호사, 기자, 영화감독, 작가 등도 속해 있었다.
언론과 세인들의 입방아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대학교수 권모(34)씨. 그는 아내(32)와 변태 성행위를 하는 장면과 나체 등의 음란사진을 올려 수천만원의 수익을 챙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권씨는 사진 속 인물이 자기 아내임을 증명하기 위해 아내와 딸(5)이 찍은 사진까지 게시판에 올려 충격을 주기도 했다.
또 무선 리모콘을 사용, 보다 적나라하게 은밀한 신체부위 사진을 찍는 등 엽기적인 방법을 선보여 ‘소장’ 계급이라는 명예(?)를 안기도 했다. 경찰은 “권씨는 아내 사진 7,000여 장을 게시, 사이트 운영자에게 50%의 수수료를 떼고 2,000만원을 챙겼다”며 “이 돈으로 촬영용 소품을 사거나 촬영장소로 활용할 집안을 꾸미는 등 ‘재투자’까지 했다”며 혀를 찼다.
미모의 인기강사 아내(38)를 둔 중소기업 간부 정모(38)씨는 자기 아내를 과시하기 위해 사진을 게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은 스와핑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격이 안 맞다’, ‘수준차이가 난다’는 등의 이유로 상대 부부에게 여러 차례 퇴짜 놓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현직군수 아들은 여자친구 몰래 촬영한 후, 인터넷에 올렸다가 나중에 실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자친구가 당장 사진을 삭제하라고 화내자 그제서야 사진을 내렸지만, 이후 여자친구도 동의해 지금은 재미(?)보고 있는 상태라고. 2002년 최고의 흥행영화의 작가로 알려진 시나리오작가는 무용과에 다니는 여대생과 휴대폰으로 음란사진을 촬영해 게시하기도 했다.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사진작가가 모델까지 기용해 음란물을 촬영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유명 한의원에 다니는 한약사보조사는 공공장소에서 아내와 음란한 장면을 연출, 사진을 올리고 판매수익까지 챙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공원, 유적지 등이 배경인 사진을 확인한 결과, 이들은 가슴을 노출하고, 속옷을 입지 않은 채 다리를 벌리고 찍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회원 중에서 변태성향이 가장 두드러진 회원으로 회사원 최모(26)씨를 꼽았다. 최씨는 채팅으로 각각 만난 여성 3인과 합의하에 동반 촬영한 케이스다. 그가 올린 음란물에는 여성끼리 샤워하는 장면, 여성끼리 성관계를 갖는 장면, 다리를 꼬고 엉덩이를 벌리고 사진을 찍은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심지어 비데에서 물이 올라오는 상태에서 자세를 취하는 등의 역겨운 음란물도 서슴지 않고 게시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굵은 소시지를 항문에 넣는다든가, 바나나를 넣기도 했으며, 김밥과 초콜릿까지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심지어 은밀한 부위에 거품을 바르고 면도하는 사진이 있는가 하면, 젖꼭지를 집게로 물려 아파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면서 “최씨보다 3명의 여성들의 성향이 더 의아스럽다”며 이들의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음란물 게시에 혀를 내둘렀다.


댓글경쟁 붙어 음란물 게시하기도
그렇다면 회원들은 도대체 왜 이러한 사진들을 올렸을까. 이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뉘어 진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먼저 생계형 범죄라는 것. 일단 게시된 사진의 클릭수가 많으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있던 다수의 여성들이 남자친구나 남편에게 동의를 한 후 사진을 게시했다. 특히 몇몇 신혼부부는 ‘아기 분유값을 벌기 위해서 그랬다’고 말해 당시의 어려웠던 경제적인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진을 올렸던 남성들의 또 다른 심리는 호기심에서 시작된 댓글 경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 사이트의 한 회원은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한 두장의 사진을 올렸지만 점차 조회 수가 늘어나고 댓글이 많아지기 시작하면 묘한 경쟁심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심리로 인해 보다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사진을 올리는 회원들이 많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들 거센 항변 ‘사생활 침해’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경찰의 이번 단속에 대해 ‘사생활 침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사이트의 또 다른 회원은 “몰래 카메라도 아니고 모두 동의하에 포즈까지 취해준 사진을 올리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다는 말이냐. 음란 사진은 일부 잘못된 이용자의 행위일 뿐 전체 사이트의 목적 자체가 아니다. 범죄가 성립되려면 그에 따른 피해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 사이트에서는 아무런 피해자가 없다. 피해자가 없는 범죄라는 게 말이나 되는 것이냐”며 거세게 항변했다. 일각에서는 사법당국이 대형포털의 음란 사진에 대해서는 모른 체 외면하면서 일부 힘없는 사이트만 ‘족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인터넷사이트에 남녀의 성기가 노출되지 않는 사진이 없는 곳이 어디 있겠느냐는 것.
페코의 일반회원인 구모(38)씨는 “국가나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수많은 사이트들도 게시판관리를 한동안 안하면 그런 사진들이나 광고성 글들이 올라오는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관리 소홀이 문제라면 그것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사실 딱히 이렇다 하기에는 문제가 좀 있다고 생각된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셈”이라고 말했다.
회원들의 이러한 항변 역시 일부 수긍이 가는 면이 있는 것은 사실. 실제로 대형 포털에서는 이번 단속의 대상이 된 사이트보다 더 심한 사진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으며, 비록 관리를 한다고는 하지만 그 관리의 그물망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각종 P2P사이트들은 ‘음란물의 온상’이라고 할 정도의 많은 음란물이 유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물론 페코가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해선 처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이러한 단속과 처벌이 이슈성을 위한 것이거나 혹은 실적을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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