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수익 사업 정리 위해 매각” 그 성과는

국내기업 인수의사 없었나…타기업 잇따라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증권가에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용어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투자전략으로 한국의 일반투자자처럼 주식매매를 한다. 이들의 수법은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돼 2014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지목된다. 반대로 국내 기업명을 혼합해 쓰지만 실제로는 외국계 기업인 경우도 있다. GM대우, 홈플러스, 맥심 등과 같이 지분 전량이 매각된 회사도 있고, 에쓰오일처럼 지분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기업에 매각된 사실상의 외국계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국내 기업으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명이지만 지분은 외국계인 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그 서른두 번째는 비핵심 사업부의 해외매각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그룹 계열사들이다.


LG화학은 프린터용 토너 사업을 최근 중국 기업에 매각했다. 시장 진출 25년 만의 일이다. 매각 금액은 1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LG화학은 1989년 토너 사업에 진출, 중소 카트리지 제조사를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했다. 연간 생산능력은 5000~6000천t 규모로 매출액만 700억 원 수준이다.

HP와 삼성, 캐논 등 프린터 제조업체에 공급하며 전 세계 시장의 약 10%를 차지했다. 그러나 원화강세 및 중국시장 저가제품 출하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그동안 매각을 추진해왔다.

지난달 말 관련업계와 LG화학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중국 프린터 기업 ‘후베이위엔둥’에 전라북도 익산 소재 토너 공장을 매각했다. 중국산 모조품 토너가 쏟아지면서 이중고를 겪어야 했고, 환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계속 악화돼 적자를 이어간 것도 매각 속도를 부추겼다. 

LG화학 관계자는 “회사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전부터 토너 사업 매각을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의 프린터용 토너사업 부문을 인수한 중국 기업 후베이위엔둥은 이번 인수로 기술 및 제조 설비를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연간 1천t 이상 제품 생산물량도 확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도 비주력사업부를 매각했다. 효성은 최근 미국 스탠다드차타드(SC) 사모펀드와 화학사업부문 중 패키징PU(Performance Unit) 사업부문에 대한 인수의향서(LOI) 계약을 체결했다.

효성그룹의 패키징 사업은 국내 1위 규모의 PET병(페트병) 무균충전시스템 제조설비를 갖추고, 내열병·내압병·상압병·다층병 등 음료용기를 주로 생산해왔다. 연간 매출액은 2000억~3000억 원 규모다.

효성은 지난해 말 KDB산업은행 인수합병(M&A)부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패키징PU 매각을 추진해왔다. 효성 관계자는 “첨단 화학소재를 중심으로 한 사업재편의 일환으로 경영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한화L&C는 강화천연석, 바닥재, 창호 등 다양한 건축자재가 주력인 회사였다. 하지만 몇 년 사이 소재사업 영역이 더 커지면서 사업영역이 축소됐고 첨단소재 기업 변신을 위해 건재사업 부문을 팔기로 했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지난 13일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PE)와 한화L&C 건재사업 부문 매각을 위한 본 계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매각 규모는 3000억 원이다. 다만 모건스탠리 PE가 건재사업 부문의 차입금 등을 승계하는 조건이 붙어 실제 매각대금은 1413억 원이다.

한화L&C는 이 돈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소재사업 부문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건재사업 부문 매각으로 한화L&C의 부채비율은 180%대에서 110%대로 낮아지게 된다. 한화L&C는 “인수자인 모건스탠리 PE와 앞으로 5년간 건재사업 부문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 등을 그대로 승계하는 것을 기본 조건으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업부문의 해외매각을 추진 중인 곳도 있다.

SK네트웍스는 해외자회사인 중국 북방동업(Northern Copper Industrial) 지분 매각 추진 중에 있다. 북방동업은 2007년 SK네트웍스가 광물자원공사와 함께 45%의 지분을 투자한 동광산 채굴 및 재련 사업체다. 나머지 지분은 중국 최대 동광산 업체인 북방동업이 갖고 있다.

당시 북방동업의 동(銅) 매장량은 우리나라가 2년6개월을 사용할 정도(150만t)로 추정돼 기대를 모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지난 5년 동안 SK네트웍스가 북방동업에서 거둬들인 수익은 250억 원 수준으로 지분 매입에 들어간 비용 1965억 원을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를 입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해외자원개발 사업 효율화를 위해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먹튀? 씁쓸한 산업계

업계는 이들 기업의 사업부문 매각 움직임에 대해 수익성 위주의 사업 개편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적 부진의 주요인이었던 사업부문 정비로 기업 재편은 물론 신 성장사업 발굴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풀이하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다만 국내 매각이 아닌 해외매각이라는 점에서는 씁쓸함을 남긴다. 해외 매각 후 먹튀 기업의 발생으로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인수의사를 밝힌 국내기업이 없었다는 것이 단순히 그 업체가 주는 플러스요인이 약했던 것이 아니라 국내경제의 불확실성이 한몫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산업계가 불편해하고 있다.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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