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은 눈치 보며 올라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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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대 정기예금 나올까…채권은 박스권 내 강보합
건설·은행·증권 트로이카 뜨고…배당주 여전히 인기몰이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한국은행이 1년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낮췄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2.50%에서 2.25%로 25bp 인하했다. 앞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지난해 5월로 당시 2.75%에서 25bp를 낮춘 후 15개월간 유지해왔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010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을 맴도는 중이다.

현재 예금금리는 그야말로 바닥을 기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가 예고되던 지난 두어 달간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는 슬금슬금 내려갔다. 각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을 살펴봐도 이제 1년 만기 상품에서는 연 2% 중반대를 찾기 어려워졌다. 기준금리 인하를 기점으로 연 1%대 정기예금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로 은행들은 이번 주부터 새로 출시되는 예금상품의 금리를 내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복수의 은행 관계자들은 일단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표면적인 입장을 내세웠지만 시장이 움직이면 따라갈 것이 명약관화다. 반면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하가 이미 선반영됐기 때문에 추가적인 하락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예금금리가 떨어지면 대출금리도 낮아지지만 이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대출금리는 은행 수신금리를 가중평균해 산출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코픽스 금리는 매달 15일 은행연합회가 은행권의 전월 신규취급액을 기준으로 산정해 공시한다. 다만 국고채·금융채 등 시장 금리에 연동되는 대출 상품은 이번 주부터 금리 인하분이 적용된다.

수신금리 선하락에 여신금리도 곧 반영

막상 은행금리 책정의 기준이 되는 채권시장 금리는 혼조세를 보였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2일 2.52%로 떨어졌다가 14일 2.538%로 올라갔다. 5년물도 3년물을 따라 반짝 상승하면서 중·단기물을 중심으로 약세를 보였다는 평가다. 이에 반해 10년 이상 장기물은 소폭 하락하면서 20년물과 함께 강보합권을 지켜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로 채권시장의 중장기 박스권 내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된 단기물의 차익실현이 끝나면 시장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한은이 추가금리 인하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이에 대한 입장은 조금씩 엇갈렸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는 예상돼 왔던 결과로 상반기 내수부진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 적극적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 정책에 공조한 것”이라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에 선반영된 만큼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시장이 약세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또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됐지만 이미 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에 선반영돼 온 만큼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다음 달 금통위까지는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각종 경기부양책에도 하반기 경기 개선세가 뚜렷하지 않을 경우 10월과 11월 중 또 한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신얼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재 채권금리가 반등 움직임을 보이더라도 이는 단기적인 움직임으로 보인다”면서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낮지만 정부 정책공조 압력이 지속되고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리는 다시 하향 안정화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선택했던 채권펀드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채권펀드로 순유입된 금액은 1조1000억 원에 달한다. 그것도 만기가 짧은 중기채권과 초단기채권에는 각각 6000억 원 이상 자금이 모여든 바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6조 원가량이 순유출된 것과 크게 대비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국내 채권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2.85%을 기록했다. 사실 수익률로만 따지면 주식형보다 다소 낮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안정적이라는 점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어필했다. 또한 두어 달 전부터 채권금리가 하락하면서 펀드 수익률도 올라갔다.

그럼에도 기준금리 인하가 현 채권시장보다는 주식시장에 좀 더 우호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 이후 채권의 추가 랠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연말까지 놓고 본다면 시장금리는 이제 반전의 시기에 다가서고 있고 이는 채권보다 주식에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시장의 기대만큼 부응한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새 경제팀 및 한은이 시장과 소통하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면서 “결과론적으로 정책 공조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코스피는 더욱 올라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과 시장의 소통 코스피 상승 기대감

이외에 주식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수혜종목 추천도 이어졌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금리 인하에 따른 할인율 하락으로 대형주 중심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2004년 금리인하 당시 강세를 보였던 건설, 전자·부품, 금융섹터의 상대적 강세를 전망한다”고 제시했다.

더불어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폭이 0.25%포인트일 때 코스피 상승폭은 67포인트로 추정된다”면서 “금리가 낮아지면 차입 부담이 줄어들어 건설사와 은행에 긍정적이고 시중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게 돼 주식거래 활성화에 따른 증권주의 실적 개선도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관련해 박연채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수혜주로는 건설·은행·증권업종 등 트로이카가 1차적으로 꼽힌다”면서 “꾸준히 3% 이상 시가배당을 하는 종목들은 상대적으로 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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