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비대위 스님들 ‘검찰수사 봐주기 의혹’제기

‘통도사 내분 사태’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어 불교계는 물론 사회 문제로 비화될 조짐마저 일고 있다. 통도사 사건은 2003년 당시 방장이었던 월하스님 입적 후 차기 방장 선출을 둘러싼 내부 다툼에서 비롯됐다.
검찰과 불교계에 따르면 현문 스님측과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의원(스님 25명으로 구성)간 방장 선출을 두고 발생한 통도사 내분 사태다. 중앙종회 의원들은 현재 통도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비대위측은 현문 스님이 통도사 주지를 계속 맡기 위해서 방장 선출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문 스님이 통도사와 관련된 각종 이권 사업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현문 스님은 비대위의 주장을 한 마디로 일축하고 있다. 현문 스님은 “규정대로 방장 선출 과정이 진행돼 왔으며, 어떠한 이권에도 개입하지 않았다”면서 비대위측과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방장을 선임하기 위해서는 통도사 스님들의 협의체인 산중총회를 열어 방장을 추대하고 종국적으로는 조계종 중앙종회의 승인을 받아 임명된다. 현재 통도사 주지는 산홍 스님이다.
<일요서울> 취재진은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583에 위치한 통도사를 직접 방문하고 이번 사건의 핵심 사안과 검찰의 수사상황을 집중 취재했다.


울산지검으로 관할권 넘어가
대한불교조계종중앙종회의원 25명의 스님들은 지난 6월20일 부산지검에 통도사 내 각종 비리의혹을 담은 진정서를 내고 수사를 의뢰했다. (진정인: 통도사 중앙종회의원, 조계종 중앙종회 금강회 혜림 외 7명, 조계종 중앙종회 보림회 이암 외 15명) 그러나 석 달이 다 돼가도 검찰에서의 반응이 나오지 않자 비대위 스님들은 지난 9월초부터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진정취지 및 내용을 검토한 결과 피진정인들의 주소지나 현재지, 범죄지가 경남 양산시이기 때문에 9월11일에 관할지검인 울산지검으로 사건을 넘겼다”고 밝혔다.
지금은 울산지검으로 사건이 넘어간 상태다. 울산지검은 “수사와 관련한 사항에 대해서는 외부에 알려줄 수 없다”고만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스님들은 “검찰의 수사가 소극적”이라며 종권세력에 의한 수사개입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비대위 측 스님들이 검찰에 낸 진정내용을 보면 통도사 장경각 신축공사의 국가보조금 횡령의혹, 통도사 팔각정 신축공사 억대 금품수수 의혹, 조직폭력배 동원 스님 집단 폭행설, 동국대학교 이사회 회의장 업무방해, 조직폭력단과의 유착 의혹 등이다.

현문스님 주지직대 끝내
비대위 스님들의 총무원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스님들은 “총무원이 통도사에 대한 특별감사와 총림방장 사퇴과정의 진상조사를 밝혀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진정을 한 스님들만 총무원으로 불려가는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이들 스님은 또 “전임 주지직무대행이었던 현문스님이 지난해 제32대 총무원장 선거 때 현 총무원장(지관스님)의 선거대책본부에서 선거운동을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비대위 측 스님들은 “현문스님은 총무원의 총무부장직으로 임명 될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현재 현문스님은 통도사 주지직무대행 임기를 끝낸 상태다. 총무원측은 현재 일체 입을 다물고 있다. 본지 기자는 비대위 측 스님들 주장에 대한 현문스님의 반론을 듣기 위해 양산 통도사를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했고, 서울에서 전화연결은 됐지만 현문스님은 “만나야 할 이유도, 답을 해야 할 이유도 없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통도사에도 공문을 보냈지만 역시 답변이 없었다. 이 같은 통도사 내부 갈등에 대해 조계종총무원 호법부(감사부서)는 “일부 언론을 통해 알고 난 지난 9월초부터 내부적으로 조사 중”이라고만 밝힐 뿐 공식 언급은 피했다.

방장·주지 없는 사고 사찰 “2년”
이 같은 상황과는 달리 본지 기자가 만난 통도사의 재적스님들 중에는 새 주지직무대행 산옹스님과 통도사 정상화에 큰 기대를 갖는 스님들도 만날 수 있었다. 스님들은 “불교계 내부의 일을 세상에 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고 화합을 깨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행에 나쁜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통도사에 따르면 재적승은 모두 1,200여명 (비구승 800명)이다. 영축총림 통도사는 입적한 구하스님에서 월하스님으로 이어지는 문중과 경봉스님 문중으로 크게 구분된다. 그동안 경봉스님쪽 문도(제자)들은 총림운영에서 소외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축총림 통도사는 우리나라 5대 총림 (해인사, 통도사, 송광사, 수덕사, 백양사)중 하나다. 지난 2003년 월하스님(통도사 방장) 입적 후 지금까지 ‘방장’과 ‘주지’가 없는 사고사찰이다. 벌써 2년 넘게 ‘방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지’ 역시 임명하지 못하고 직무대행체제로 가고 있는 것이다. (본지 645호 16,17면 참조) 조계종 총림법에는 “방장의 부재가 1년 이상 계속될 경우 총림을 해제할 수 있다”고 돼있다.
조계종총무원장이 중앙종회에 해제를 요청하고 의결하면 ‘총림’이 해제된다. 통도사 스님들은 ‘총림해제’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산중총회를 열어 하루라도 빨리 ‘방장’을 추대하고 싶어 한다.
그 동안 초우스님을 추대해 중앙종회에 동의를 얻으려 했지만 안거경력이 기준(20안거)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보류돼 왔다. ‘안거’는 스님들이 1년에 두 번씩 석 달 동안 선방에서 일체의 외부출입을 삼간 채 ‘화두’를 잡고 집중적으로 참선에 정진하는 수행이다. (하안거:음력4월15일~7월15일 동안거:음력10월15일~이듬해 1월15일)
안거 기간동안 스님들은 오전3시 기상부터 오후10시 취침 때까지 최소 하루 10시간 이상 좌선한 채 수행정진해야 한다. 이중 ‘용맹정진’은 잠도 자지 않고 하루 24시간 중 세끼 공양시간만 제외한 18시간 이상을 참선하며 ‘화두’와 씨름한다. 과거에는 ‘용맹정진’을 석 달 내내 하는 선방도 있었다고 한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이 들어 안거를 끝내지 못하는 스님들도 있다고 한다. 이런 ‘안거’를 조계종 총림법상 방장을 하려면 20안거를 마쳐야 자격이 주어진다. 조계종중앙종회는 초우스님의 방장 추대를 미룬 이유로 20안거 부족을 들었다. 그러나 당초 통도사측은 “기록이 미비할 뿐 초우스님은 20안거를 채웠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안거수로만 수행력을 평가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는 주장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스님들의 안거경력 관리는 ‘선원수좌회’ 에서 맡아하고 있다.

“다수결에 의해 결정한다”
통도사 측의 반론을 듣기 위해 산옹스님과 어렵게 전화통화가 됐다. 산옹스님(통도사 현 주지직무대행)은 본지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방장스님을 추대하기 위한 산중총회를 조속히 열어 방장스님을 추대하겠다”고 밝혔다. 산옹스님은 또 “다수에 의해 결정할 문제이지 소수에 의해 결정될 사안이 아니다. 나는 대중의 공감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스님들이 주장하는 통도사에서의 폭력사태는 없었다. 폭력은 있을 수 없다. 다친 사람도 없다. 장경각 공사는 말썽이 많아 점검을 해 보니 내부진열대 축소와 주춧돌을 자연석으로 바꾸는 등 공사축소원인이 생겼을 뿐 예산 때문에 공사규모를 줄인 것은 아니다. 통도사에 진정이 들어온 것도 없었다. 잘못을 지적하면 달게 받겠다. 비대위 측 스님과 현문스님의 초우스님 방장추대 합의사실에 대해서는 아는바가 없다. 전직 주지스님이 한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도자본 팔만대장경’ 보관 장소인 장경각 건축 총공사비는 당초 70억원이었다. 사찰 측과 양산시가 협의 하에 48억원으로 공사규모를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에는 국비 25억원, 도비 5억원, 시비 5억원 등 총35억원을 정부가 지원하고 사찰 측이 35억원을 부담키로 했었다.
그리고 공사가 시작되고 난 후 양산시와 사찰측, 시공사, 설계사무소 관계자가 모여 공사규모 축소를 협의 결정한 것이다. 공사를 시작한 때는 지난2004년 7월이며, 통도사에 지으려 했으나 장소가 여의치 않아 결국 서운암 부근 산자락에 짓게 됐다.
양산시는 “사찰에 대한 예산지원은 적정심사를 거쳐 의회의 의결을 받아 지원했다”고 밝혔다. 절차는 시행자(통도사)가 시공사(건축업체)로부터 감리보고서를 받아 취합해 지자체에 청구하면 지자체는 현지 확인 후에 예산을 집행한다. ‘도자본 팔만대장경’ 작업은 통도사 내 서운암 주지스님(승파)이 지난1991년부터 시작해 1999년에 완료했다. 양산시는 “도자본 팔만대장경의 보관 장소가 필요해 사찰 측의 요청으로 장경각을 건축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장경각 공사에 들어간 예산은 3억9천만원(2004년 9월), 3억6천만원(2005년 2월), 5억원(2006년 9월), 2억5천만원(2006년 7월)이다. 총 지원 금액 24억원 중 현재 국비 10억원, 도비 5억원은 지급이 된 상태다. 앞으로 시비 9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나머지 24억원은 사찰 측이 자체 부담하게 돼있다. 통상적으로 국비와 도비가 지방자치단체로 내려오면 지자체에서는 예산 편성 후 의회 의결을 거친 뒤 집행하게 된다. 장경각 공사는 내년 3월쯤 완료될 예정이다. 양산시는 “사찰측이 공사비를 불법으로 과다 청구한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장경각’과 ‘팔각정’ 건축업자는 본지 기자와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고 전화를 끊은 후 더 이상 연락이 안 됐다. 최초의 전화시도에서 팔각정 공사업자는 “공사비를 안 받고 일을 할 수는 없으며, 내가 공사를 맡아 사찰측과 협의해서 공사를 하고 돈을 받으면 된다”고만 밝혔다.

피고소인 조사 받아
양산경찰서는 서울중부경찰서로부터 올해 5월22일 사건(동국대 폭력사태)을 넘겨받아 8월4일부터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했다. 양산경찰서는 동국대 이사회의장 폭력사태와 관련해 피고소인들에게 “2006년 8월16일까지 경찰서에 출석하라”는 출석 요구서를 2006년 8월4일자로 통보했다. 피고소인들은 “8월21일에 출석하겠다”는 양해를 구하고 약속한 8월21일에 양산경찰서 수사과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현문스님은 지난9월4일에 양산경찰서 수사과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 불응 1회) 경찰은 “수사가 다소 늦어진 이유는 사건을 넘겨받은 후 고소인(동국대 이사장)의 자료제출이 늦어진 것과 사건현장의 사진판독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차 수사를 끝낸 경찰은 이 사건을 지난 9월11일 울산지검으로 넘겼다. 양산경찰서가 지휘검사로부터 수사기일연장을 1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대위 측 스님들에 따르면 경찰수사결과 현문스님은 혐의가 없고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업무방해혐의(당사자들이 인정함)가 있다는 것이다. 경찰 수사(사진판독)에서 “당시 동국대 사건현장에는 현문스님은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 영축총림 ‘통도사’의 앞날은?
통도사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 제기와 폭로가 일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0월26일에는 대한불교조계종중앙종회의원 선거가 있다. 지난 9월20일에는 총무원 보직스님들이 출마를 위해 대부분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총81명의 종회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는 속세의 국회의원 선거와도 같은 중요한 선거다. 선출된 종회의원들은 총림의 ‘방장’을 선임할 수 있다. 앞으로 통도사 내 갈등해소와 ‘방장’ 선임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영축총림 ‘통도사’는 ‘방장’이 부재한 상태며, 최악에는 ‘총림해제’라는 뼈아픈 사태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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