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광 국회예산정책처장 면직논란은 17대 국회 출범부터 시작됐다. 김원기 의장이 취임하면서 국회사무처 고위 정무직 공무원들에 대해 사표를 받은 후 재임명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최 처장만 유일하게 이같은 재임명절차에 응하지 않아 암묵적인 갈등이 빚어졌다. 이후 최 처장은 정부의 정책에 대해 잇따라 비판적인 보고서를 내놓고 현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이 이어지면서 ‘정치적 중립’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9월 17일 열린 금융연구원 세미나에 참석한 최 처장은 현정부의 정책에 대해 “우리 경제의 현실을 보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와는 거리가 먼 부분이 너무도 많고 자본주의를 한다고 하면서 자본주의의 근간을 뿌리째 뒤흔드는 정책을 스스럼없이 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반(反)시장적이고 사회주의적’이라고 평가했다. 문제의 발언이 터지자 김 의장은 최 처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로 자신사퇴를 권고했다. 그러나 최 처장은 사퇴권고를 거부했고 결국 김 의장이 지난달 6일 “최 처장에 대해 국회 주요 지원기관의 책임자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국회에 면직동의를 요청했다.

최 처장은 또 최근 위헌판결로 사실상 중지된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이전비용을 부풀렸다”는 의혹과 실무진의 서명을 조작해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에게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이같은 의혹에 대해 국회운영위는 조사위를 구성했고 이종걸 열린우리당 의원이 조사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최 처장은 조사과정에서 열린우리당측이 불법적인 월권 행위를 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 처장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통해 “저에 대한 면직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운영위의 이종걸 조사소위원장이 불법·탈법 활동을 했다”며 “김 의장이 적법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또 김 의장에게 면직안 철회를 요구하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진정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수석은 “최 처장의 진정서는 의장이 받을 필요가 없어 받지 않았다”며 “운영위원장실에 내라고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최 처장 면직안을 놓고 지난 4일 열린 국회 운영위는 한나라당이 참여한 뒤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최 처장 면직안은 여당의 횡포’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면직동의안 처리는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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