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식 경제개발 핵심, 통일준비에 차기 대권 사냥도

▲ <뉴시스>

통일준비위서 “통일 위한 낯선 여정에 내비게이션 돼 달라”
연내 남북 경제협력 극적 합의점 도출…5.24조치 해제도 기대

[일요서울 | 김재현 프리랜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의 활동이 이달 초부터 본격화됨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이 본 궤도에 오를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일 오전 청와대에서 통준위 첫 회의를 주재하고 통일 미래의 청사진, 평화통일 과제, 통일 준비 방향 등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 모두에서 "오늘 첫 회의를 갖고 한반도 통일 시대를 향한 첫 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 감회가 깊다"며 통일준비위에 드레스덴 구상의 진척과 통일 청사진 마련을 요청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통일준비위가 드레스덴 구상을 실현시킬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통일을 위한 낯선 여정에 스마트하고 정확한 내비게이션이 돼 달라"는 박 대통령의 주문은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통준위는 박 대통령이 올해 초 밝힌 통일대박 구상과 지난 3월 독일 방문길에 내놓은 통일구상인 드레스덴 선언을 구체화하는 기구지만, 세월호 참사와 북한의 잇단 도발에 발목이 잡혀 공식 출범이 지연돼 왔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박 대통령이 그동안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며 준비해온 대북플랜을 본격화 할 것으로 보고 있다.

7ㆍ30 재보선 이후 정국 주도권을 확보한 데다 하반기에는 꽉 막힌 남북관계에 변곡점을 찍을 수 있는 일정 등이 예고돼 있다. 뿐만 아니라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그리고 교황 방한 등으로 한반도에 대한 국제정서가 긍정적이어서 “박 대통령이 통일 및 남북관계 이슈의 동력을 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플랜 가동과 관련, 대내외적 여건은 어느 정도 구축돼 있어 올해 안으로 남북한이 상호 경제협력을 위해 극적 합의점을 찾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협의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여권 내부에 파다하다.

실제로 청와대는 이를 위해 북한 민생인프라 구축, 문화 및 스포츠분야 교류협력, DMZ(비무장지대) 평화공원 조성 등 드레스덴 구상의 각론에 대해 세부 진척 방안을 논의, 마련해줄 것을 통준위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의 핵개발이 협력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개발을 지속한다면 비핵화를 위한 국제적 기준의 제재는 불가피하고,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안보 태세는 더욱 빈틈없이 강화돼야 한다”면서도 “정부는 대북 제재를 위한 국제 협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교류 협력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말하자면 북핵 문제와 맞닿아 있는 부분에 대한 사안과 그렇지 않은 사안, 예컨대 문화 교류 등과 같은 영역은 따로 구분해 투트랙 전략으로 발전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머지않아 ‘통일대박론’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통일 준비 과제와 관련, “융합적 패러다임 모색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뒤 수자원 공동이용과 산림녹화의 연계, 북한 지하자원의 호혜적 이용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다. 북핵문제와 별도 이 부분에 사업이 본격화 될 경우 천문학적인 부가가치가 실현될 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남북한 경제협력개발을 위해 통준위는 △범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통일헌장’ 제정 검토 △한반도 통일 시대를 견인할 신경제성장 모델 제시 △생활 속에 녹아드는 통일준비 실천과제 발굴 △민관연(民官硏)간 그물망 협업 네트워크를 통한 ‘작은 통일정책 대안’ 발굴 △탈북자 등 사회적 약자의 소외를 방지하는 통일 호민관 역할 수행 등을 앞으로의 과제로 제시했다.

북한의 경제개발 남북공동협력을 두고 청와대 주변에서는 여러 분석과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정희식 경제개발이 핵심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우리의 60년대와 70년대 경제개발 과정을 그대로 대북경제협력 프로젝트에 반영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북한의 현 상황이 당시 남한의 모습과 여러 면에서 닮아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옆에서 지켜본 박 대통령은 북한 경제개발의 요구사항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남한은 군사정권 때 경제성장을 시작했는데, 북한은 지금 군부가 장악하고 있다. 또 북한은 우리가 과거 그랬던 것처럼 해외원조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핵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모습도 박정희 정권 말기와 닮아 있다.

정부는 남북간 상시적인 고위급 대화채널을 상설하는 한편 남북간 경협차원에서 개성~평양 고속도로 및 개성~신의주 철도를 개·보수 추진계획을 지난 18일 발표했다.

최근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조짐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5·24조치 해제를 염두에 둔 구체적 대북정책들이 제시된 것으로 평가된다. 통일부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한 ‘제2차 남북관계 기본계획 2014년도 시행계획’을 통해 이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대북 경제협력 확대안도 내놓았다. ‘남북관계 진전에 따른 경제협력 확대’ 항목에서 통일부는 △개성~신의주 철도 및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를 비롯해 △임진강 수해방지 사업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북한 수산업 지원 △통일시대 대비 남북해운 활성화 등을 여건이 조성되면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남북관계를 고려하면서 △교역재개 △기존 경협사업재개 △신규 경협사업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남북관계 상황을 봐가면서”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사실상 북한에 태도에 따른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가능성을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청와대 주변에서 “남북경제협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청와대가 남북간 고속도로 연결과 철도 연결을 임기내 추진하고 있다”는 소리가 무성하다.

박 대통령이 대북플랜으로 우선 교통망 연결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어 남북한 물자 직접교류와 경공업기술협력 등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우선 ‘경제통일’을 계획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경제통일이 현실화되면 이는 통일을 이룬 독일과 비슷한 형태가 되는데, 사실상 남북통일의 주춧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준비, 차기 대권 사냥도

통준위가 활동을 본격화함에 따라 재계도 통일 이후 경제체제에 대비하는 작업에 착수해 주목을 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관련 기관 대표 23명과 전문연구자 9명으로 통일경제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전경련의 통일 관련 상설위원회는 1997년 출범했다 2005년 중단됐던 남북경제협력위원회 이후 9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회의에는 특별 초청을 받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함께 초대 위원장을 맡은 손길승 전경련 명예회장,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 김진일 포스코 사장, 윤창운 코오롱 사장 등 위원들과 천영우 한반도 미래포럼 이사장 등 자문위원들이 참석했다.

손길승 위원장은 “기업인들이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북한의 산업화를 효과적으로 일궈내는데 일조해야 할 때”라며 독일 통일 과정에서 동독기업에 대한 자료가 없어 산업구조조정 등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를 소개하며 북한경제 현황 파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통일경제위원회는 앞으로 북한 경제개발을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 및 조사연구, 북한의 개혁·개방 및 남북통일에 대한 국제 민간경제계 지지 확보, 통일비전 및 정부 통일정책에 대한 경제계 의견 제안 등의 기능을 수행할 예정이다.

전경련은 과거 남북경제협력위원회를 통해 ‘통일한국을 향한 남북한 산업지도 작성’ 등 연구 작업 외에도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적십자사를 통해 옥수수 1만1000t과 80억원 상당의 비료, 50억원 상당의 겨울내의 등을 북한에 제공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통준위를 통해 향후 두 마리 토끼사냥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남북한 통일 또는 그에 준하는 형태를 실현함으로서 정치적 입지를 확고해 정권 재창출을 이루고 이를 통해 자신이 염두에 둔 차기 대권주자에 바통을 넘겨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박 대통령이 ‘통일대박’을 실현할 경우 노벨평화상을 수상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뛰어넘는 상징성을 갖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 차기 대선에서 박 대통령이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과 청와대 주변에서는 귀를 솔깃하게 하는 소문이 돌고 있다. 박 대통령이 차기 대권주자를 이미 염두에 두고 있으며, 해당인물과 이미 대권 관련 교감을 나눴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차기 대권주자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하다. 심지어 양측이 북한 문제를 놓고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으며, 차기 대선과 관련해서도 일정부분 뜻을 같이 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5·24조치 풀 해법 막막

심지어 청와대 주변에서는 “박 대통령이 임기말 북한 경제발전과 관련해 노벨상에 도전할 수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는 노벨평화상과 직접 연관된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움직임 때문이다. 노벨상은 스웨덴이 주관하지만 노벨상의 평화상부문은 노르웨이가 주관한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국제지원금 관련 자료에서 노르웨이가 지난 5월 유엔 세계식량계획에 100만달러(10억1000만원), 스웨덴이 유엔아동기금에 91만5000달러(9억3000만원)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이 정부가 제안한 2차 고위급 접촉에 대해 응답하지 않으면서 회담 성사 여부가 유동적인 상황으로 바뀌었다. 남북 대화 재개와 관련해 최근 가장 주목되는 현안 중 하나는 대북제재 조치인 5·24 조치의 운명이다.

북한은 직간접적 채널을 통해 5·24 조치 해제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고 정부도 논의 가능성은 열어놨다. 장기적으로 5·24 조치 해제가 필요하지만 이에 앞서 대화가 필요하며 일방적 해제는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는 최근 북한에 고위급 접촉에 호응할 것을 촉구하는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은 5·24 조치부터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말로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먼저 대화 테이블에 나와서 남북 간 협의부터 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언급은 정부가 5·24 조치 해제 문제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분석된다. 5·24 조치를 고수하기보다 해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되, 이를 조건으로 북한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5·24 조치 문제를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고리로 이용하는 동시에 5·24 조치 해제 논의를 남북 대화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5·24 조치를 그대로 두고는 박근혜 대통령 대북정책 기조인 드레스덴 구상은 낙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고민도 배경에 깔려 있다.

북한의 호응이 없는 한 5·24 조치의 전면적 해제로 가기보다 개별 사업에 따라 예외를 두는 단계적 접근 방식이 정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남한 기업이 참여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고위급 접촉이 열리면 정부는 ‘남북 간 꼭 필요한 사업이 5·24 조치에 발목이 잡혀 진행되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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