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래마을 냉동고 영아유기 사건 심층분석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서 발생한 냉동고 영아유기 사건 수사가 진행된 지 80여일 만에 범인이 밝혀졌다. 자칫 미제사건으로 남을 뻔한 영아유기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 것. 범행을 부인하던 ‘엄마’ 베로니크 쿠르조(39)가 지난 12일 ‘아기를 출산한 뒤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그의 자백으로 영아들이 두 차례에 걸쳐 출산됐음이 밝혀졌고 일단 남편은 개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건은 여전히 ‘의혹투성이’다. 남편이 진짜 몰랐는지, 베로니크가 영아를 살해한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의문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프랑스 경찰에 따르면, 베로니크는 2002년, 2003년 말께 서래마을 자기집 욕실에서 두 차례에 걸쳐 아이를 출산한 직후, 두 명을 차례대로 목 졸라 살해했다.
살해 이유에 대해 그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두 명의 아들이 있어 더 이상 아이를 원치 않았다”며 “피임약을 먹어 안심하고 있던 중 임신 4개월이 돼서야 아기를 밴 사실을 알게 돼 어쩔 수 없이 출산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또 “헐렁한 옷으로 몸을 가렸기 때문에 출장이 잦은 남편은 임신과 출산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남편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 커
하지만 이 사건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범죄 심리전문가 등은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반응이다. 강덕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범죄심리과장은 “부인이 쌍둥이를 임신했는데도 남편이 설마 몰랐을까”라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출산 한 달 뒤인 2003년 12월 중순 아내가 대학병원에서 출산 후 감염 때문에 자궁적출 수술을 받을 당시, 남편이 보호자로서 수술에 동의했던 것으로 알려져, 당시 남편은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남편이 영아 유기사건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을 거란 추측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들 부부는 3년간 방배동의 대형빌라에서 거주하다 작년 8월 서래마을로 이사했다.
그렇다면, 당시 영아의 사체도 함께 옮겼을 터. 이는 남편이 영아가 유기된 것을 알고도 함구했을 가능성, 혹은 일정 부분 역할을 담당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살해동기 불분명해 의혹 솔솔
아이를 살해한 동기 역시 초미의 관심사다. 베로니크는 “아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비닐봉투에 넣어 냉동고에 보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범죄심리 전문가는 “동기가 불분명할 때는 외도 등 부부사이에 남모를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이들 ‘부부의 사생활’ 문제에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영아 살해는 배신한 남편에 대한 복수, 아이가 장애를 갖고 있거나 산모가 산후우울증을 겪는 경우에 나타난다”며 아내의 ‘위험한 복수극’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베로니크는 남편과의 사생활에 정신적 고통을 받아온 가운데, 자신의 임신소식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무관심하자 결국 남편에 대한 분노와 심한 배신감으로 저지른 ‘엽기 살해극’일 가능성이 크다고 점쳐진다.
베로니크는 한국으로 들어오기 전인 1999년 7월 프랑스에서 또 다른 아이를 출산한 뒤 살해하고 사체를 불에 태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추가 살해와 정신질환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프랑스 수사 당국은 베로니크쿠르조씨를 긴급체포하고 자택을 수색해 컴퓨터를 포함한 관련 자료들을 압수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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