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주총서 사명 변경…브랜드 사라져

매각 과정서 불거진 의혹은 “일방적 주장”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증권가에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용어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투자전략으로 한국의 일반투자자처럼 주식매매를 한다. 이들의 수법은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돼 2014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지목된다. 반대로 국내 기업명을 혼합해 쓰지만 실제로는 외국계 기업인 경우도 있다. GM대우, 홈플러스, 맥심 등과 같이 지분 전량이 매각된 회사도 있고, 에쓰오일처럼 지분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기업에 매각된 사실상의 외국계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국내 기업으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명이지만 지분은 외국계인 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그 서른세 번째는 동양증권(공동대표 서명석, 황웨이청)이다.


동양증권이 결국 ‘유안타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회사 설립 30여 년 만의 일이다. 동양증권은 지난 13일 서울 명동 서울YWCA빌딩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동양증권주식회사’에서 ‘유안타증권주식회사’로 변경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이날 의결권 있는 주식수 중 1억443만5473주(51.7%)가 주총에 참석해 사명 변경안을 이의 없이 통과시켰다. 오는 10월 1일부터 이 사명과 변경된 기업이미지(CI)가 적용될 예정이며 영문으로는 ‘Yuanta Securities Korea Co. Ltd.’로 표기하고, 한문으로는 ‘元大證券株式會社’로 표기하기로 했다.

동양그룹은 지난해 10월 법원이 계열사 5곳의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면서 각 회사들은 자산을 팔기 시작했고,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은 동양증권 지분 27.06%를 유안타 증권에 매각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6월 자회사인 ‘유안타 시큐리티스 아시아 파이낸셜 서비스'를 통해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이 보유한 동양증권 지분과 제3자배정 유상증자 물량을 받아 53.61%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같은 달 이사회를 개최해 서명석 대표이사 사장과 황웨이청 유안타증권 국제경영부문 수석부사장을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1962년 창립 이후부터 계속 사용됐던 ‘동양증권'브랜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모 기업도 휘청인다는 사실이다. 사실 동양증권은 일국증권이란 이름으로 설립 된 후 구 동양증권이 대우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하자 1958년에 동양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메이저 증권사에 비해 채권, 증자업무에서 강하다고 알려지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개인 브로커리지에서도 국내 1위인 키움증권만큼 높지는 않았지만 꽤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었다. 증권사 중에선 랭키사이트 순위도 한창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다음순위인 다른 업체들보다 월등함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모든 게 과거의 명성이 됐다. 모 기업인 동양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그룹 자금줄인 동양증권에 시선에 쏠렸고 과도한 CP판매로 투자자들의 울분을 사면서 이 문제는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이번 매각 과정에서도 갖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유안타증권으로 국내에 안착하기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도 많다.  이미 투기자본감시센터가 “동양증권 사명변경보다 유안타증권 출자금 의혹해소가 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감시센터는 “동양증권이 임시주주총회까지 열어 표결 끝에 ‘유안타 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하기로 했지만 ‘개꼬리 3년 묻어도 황모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동양증권이 천문학적인 기업어음·회사채 사기범죄를 저지른 사실은 은폐될 수 없다”며 “오히려 지금 시급한 것은 새롭게 대주주가 된 유안타 증권, 특히 그들의 출자금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때문에 동양증권의 해외매각은 다른 기업과 달리 부정적인 시작을 알리고 있다. 이에 대한 유안타증권의 해결방법에 시선이 쏠리기도 한다.

동양증권은 어떤 회사

동양증권은 일국증권(주)으로 설립한 뒤 1980년 유가증권 위탁판매, 1982년 유가증권 매매 등의 허가를 얻었다. 1985년 6월 동양증권(주)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1986년 사채모집 수탁업무 허가를 얻은 데 이어 양도성 예금증서의 매매, 외국에서의 증권업 등의 인가를 받았다. 1988년 1월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 후 2001년 4월 6월 투자자문업 등록을 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동양현대종합금융(주)을 흡수합병하고 12월에 동양종합금융증권(주)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2002년 10월 증권·종금 통합시스템을 개설하고 11월부터 웰스매니지먼트(WM) 사업을 본격적으로 실시했다. 2005년 10월 동양오리온투자증권(주)을 흡수합병했으며, 2008년 장외파생금융상품 거래업무 겸영과 금융투자업(투자매매업·투자중개업·신탁업) 인가를 받았다. 2009년에는 일본 도쿄사무소와 홍콩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2010년 동양선물(주)을 흡수합병했으며, 2011년 12월 지금의 상호로 변경했다가 오는 10월부터 대만계 유안타증권으로 새출발하게 됐다.

주요 사업은 금융투자상품의 투자매매·투자중개·투자자문·투자일임 및 신탁업 등 금융투자업이다. 동양그룹의 계열회사이며, 연결대상 종속회사로 동양인베스트먼트(주), 동양파이낸셜대부(주)와 필리핀, 홍콩, 캄보디아, 미국, 중국 등에 현지법인이 있다.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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