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방청 조사국장 6회…정무·기획분야 거쳐

 

▲ <뉴시스>

‘무난했던’ 후보자 청문회…21일 취임식 개최
“정치적 중립성 오해받는 세무조사 하지 않을 것”
“세정, 경제활성화 지원…역외탈세는 엄정 대처”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하루 뒤인 19일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임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같은 날 열린 김덕중 전 국세청장 퇴임식에도 참석해 선후배간 훈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관가의 훈훈한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이는 임 신임청장이 내부출신이기에 더욱 힘을 받는 행보였다. 그러나 세수부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해 임 청장이 앞으로 세무행정의 균형을 맞춰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 청장은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에 발맞추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자칫 세무행정이 경제활성화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유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하경제 양성화와 관련해서도 “OECD 선진국보다 한국의 지하경제 탈세 규모가 크다”며 “지하경제 양성화에 OECD 국가 가운데 중간 이상 올라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국세청의 지하경제 양성화 목표치는 3조6000억 원이며 달성 가능하다”고도 했다.

임 청장은 올해도 세수 진도율이 미진해 목표치를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올해 세수는 굉장히 어려운 여건”이라면서 “성실신고를 담보하는 세무조사를 실효성 있게 집행하는 동시에 고액소송에 패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다한 세무조사를 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임 청장은 “세무조사는 성실납세를 담보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세무조사를 통해 부족한 세수를 조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청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오해받을 수 있는 세무조사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행시 28회로 공직 입문

임 청장은 취임 전까지 서울지방국세청장이었으며, 1962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다. 이후 대구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 행시 28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삼척세무서 직세과장으로 국세청과 인연을 맺었다.

서울지방국세청 국제조세2과장, 조사3과장, 중부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장·조사1국장·조사4국장, 국세청 조사국장 등 조사분야를 두루 거치며 본·지방청 조사국장 6회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선이 굵고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해 8월에는 이런 경력을 인정받아 전임 청장의 사퇴로 공석이던 서울지방국세청장에 기용돼 조직 조기 안정과 함께 지하경제 양성화 등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세정에 전력을 기울였다.

임 청장은 조사 분야와 함께 정무·기획분야도 두루 섭렵했다. 특히 초임 사무관 시절에는 국세청장 비서실에서 일하며 정무적 감각도 키웠으며, 2006년에는 국세청 혁신기획관을 맡아 세정개혁 조치를 마련했다.

당시 국세청이 발간해 인기를 끌었던 ‘세금에 대한 오해 그리고 진실’이라는 책자 제작에도 힘을 보탰다. 그는 1997년 국세청장 비서관으로도 일한 적이 있다. 2006년 국세청 혁신기획관을 맡아 세정개혁 조치를 내놨다. 당시 국세청의 성과평가시스템(BSC)을 직접 설계했다고 한다.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시절엔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 실질적 혜택을 주는 지원책을 정부기관 최초로 도입했다. ‘일자리 창출기업 세무조사 제외’ ‘중소기업 세정지원협의회 설립’ 등 중소기업 지원 정책도 다수 발굴했다. 그러면서 강직하고 청렴한 이미지와 함께 검소한 그의 사생활도 일부 공개됐다.

지난 3월 관보에 공개된 재산등록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임 청장의 총 재산액은 7억988만7000원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84.5㎡의 아파트가 6억1100만원으로 재산의 대부분이다. 여기에 배우자 명의의 2010년식 라세티 차량(가액 1006만 원)을 보유하고 있다.

본인 명의 승용차는 없다. 금융 재산으로는 본인 명의로 시중은행과 생명보험에 1억2809만4000원을 갖고 있다. 배우자는 시중은행에 4173만3000원을 예치해 놓았다.

금융 재산은 1년 전에 비해 1294만6000원 가량 증가한 것이지만, 이는 차량 매각 및 보험 만기, 저축 등에 따른 것으로 임 청장은 설명했다. 모친은 임 청장이 직접 부양하지 않아 재산 내역을 고지하지 않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재산 내역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임 청장은 평소 청렴하고 자기관리가 엄격한 분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성품은 전임 국세청장의 퇴임식에서도 엿 볼수 있다. 김덕중 전임 청장 퇴임식이 당초 19일 오전 10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1시간 늦춰지면서 후임 국세청장 참석 속에 의미 있는 퇴임식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오전 10시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18일 인사청문회를 치른 임 청장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이 예정돼 있었고, 임 청장은 국회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이에 국세청은 김 전 국세청장 퇴임식을 11시에 치르기로 변경했지만, 임 청장의 참석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칫 후임 국세청장 없이 퇴임식이 치러질 가능성도 농후했던 분위기였다.

퇴임식에 참석한 일부 직원들은 “임 청장이 국회에 가 있다”며 퇴임식 불참가능성을 내비쳤지만 퇴임식이 시작된 직후 임 청장이 퇴임식장에 모습을 나타내 훈훈함을 남겼다.

퇴임식 후 국세청 로비에서도 떠나는 김 전 청장에게 고개 숙이며 악수를 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이는 낙하산 인사가 아닌 내부 인맥의 승진이었기에 더욱 아름다웠다는 평가도 많다.

최 부총리의 고교 후배

그러나 임 청장이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관계가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른다. 두 사람은 대구고 선후배 사이다. 기재위도 청문회 과정에서 “대통령, 청와대 경제수석, 기획재정부 장관, 국세청장 청장모두 대구 경북 출신으로 객관적이고 엄정한 국정운영이 가능할 수 있는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국세청 고위공직자 중 44%가 영남 출신이고 30%가 대구 경북 출신”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TK 인사 편중을 지적했다.

김관영 새정치연합 의원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임 청장은 대구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국세청장으로 지명되기 전날 누구로부터 통보를 받았냐”고 임 청장에게 물었다. 청장지명 과정에서 최 부총리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의식한 질문으로 분석된다. 국세청 고위공무원 34명 중 대구 경북 출신이 30%에 달한다는 것도 한동안 임 청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측된다.

임 청장은 이에 대해 “임명 통보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받았다”고 한 뒤 “국세청장에 취임하면 정치적 중립성을 오해받는 세무조사는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SNS상에선 두 사람의 관계에 의구심을 품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트위터리안 happy##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살판났군. 그의 대구고 5년 후배인 임환수가 국세청장이 되면, 역시 대구 출신인 안종범 경제수석과 함께 대구·경북 출신들이 핵심 경제라인에 앉게 된다. 불도저가 거친 들길이 아니라 일주도로를 고속 주행하는 일만 남았다”고 적었다.

뇌물로 구속된 전임 국세청장의 추악한 행태로 인해 저하된 직원들의 사기 충전도 급선무다. 임 청장은 전통적인 국세청 인사의 기준인 지역적 임용구분이 아닌 ‘능력과 평판’을 기초로 한 탕평인사로 조직의 대화합을 이루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열심히 일하면 최고위직까지 갈 수 있는 ‘희망 사다리’를 구축하겠다는 의중도 내비쳤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중대한 인사상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라는 풀이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 기재위는 보고서에서 “전반적으로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차질 없는 세수 확보와 직원 비리 근절, 납세자 권익보호, 역외탈세 방지 및 공정과세 강화 등 산적한 세정과제를 추진해나갈 의지와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된다”며 “준법성과 도덕성 측면에서 별다른 흠결을 발견하기 어려워 국세청장으로 적격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기재위는 다만 보고서에서 임 청장의 군 복무 기간 중에 석사과정을 수료한 문제를 지적했다. 기업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임 청장이 “세수목적 세무조사는 안 한다"라고 발언한 것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올해도 국내 굴지 대기업 등의 기업이 옥죄어 있는 상황에서 신임 청장의 정책은 기업에 가장 중요한 사안이기도 하다.

복수의 대외협력팀 직원들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세청의 수장이 바뀐 것에 대해 촉각이 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임 청장이 조사국장을 오랜 기간 역임한 만큼 비대한 수사가 이뤄질 수도 있어 더욱 주목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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