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이광재 전 지사 러시아행…안희정과 갑사 회동도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7.30 재보선 패배 이후 갈팡질팡이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정에서 소외된 채 오히려 새누리당이 유가족과 협상을 이끌며 특별법 통과에 노력하고 있다. 반면 박영선 국민공감혁신 위원장은 장외 투쟁에 나서며 특별법 제정에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당내 장외투쟁 반대 목소리까지 나와 전혀 ‘령’이 서질 않고 있다. 야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동안 합리적 중도를 표방한 김부겸, 안희정, 이광재 3인방이 최근 따로 회동을 가졌다. 야당 내 차세대 주자로 분류되는 3인방의 회동은 야당이 새롭게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당내 문재인, 안철수 대선주자와 잠재적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어 차기 대권 구도와도 무관치 않다. 강원, 충청, TK(대구/경북) ‘대망론’을 키워가고 있는 3인의 행보를 따라가 봤다.

재보선 패배 이후 안철수-김한길 체제가 붕괴되고 박영선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를 꾸릴 정도로 새정치민주연합은 비상한 시국을 맞이하고 있지만 국민들에게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위기 탈출을 위해 진보정당과 통합을 통한 외연확대를 주장하거나 조기 전대를 통한 당 지도부 교체를 주장하고 있지만 반향은 크지 않았다.

그동안 야당은 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보여줬던 당대당 통합(새정연), 외부세력 흡수를 통한 신당 창당(민주통합당), 분당을 통한 신당 창당(민주통합신당, 열린우리당)을 통해 탈출구를 모색했다.

이런저런 정치적 실험을 다한 야당으로선 현재 위기를 탈출할 묘책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19일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김부겸 전 의원, 서영교 의원은 ‘한러 미래포럼’(가칭) 주최로 공동 회장인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세연 의원과 함께 러시아를 2박3일간 방문했다.

김부겸·안희정·이광재·남경필·원희룡 공통점?

외형상 남북관계를 풀어내기 위해선 미·일·중·러 주변 강대국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취지로 방문했지만 참여 인사가 차기 대망론을 꿈꾸고 있는 인사라는 점에서 정치권은 주목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도 초대됐지만 개인 일정으로 두 광역단체장은 불참했다.

특히 이 포럼에서 주목받는 인사는 바로 김부겸 전 의원과 이광재 전 지사다. 김 전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권영진 새누리당 후보에 고배를 마셨지만 지난 총선에 이어 40%대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야권의 차기 대선 후보급으로 떠올랐다. 특히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이 호남지역 재보선에서 당선하면서 몸값이 동반상승중이다. 또한 차기 당권 도전설도 나오고 있다.

반면 이 전 지사는 정치적 백수생활을 하고 있지만 해외를 다니면서 견문을 넓히고 있다. 2011년에는 중국 칭화대에서 유학하고 ‘중국에게 묻다’라는 책을 냈고 지난 6월에는 ‘대한민국 어디로 가야하는가’라는 국내 사회 각계 원로 42인과 인터뷰 내용을 책으로 내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 전 의원이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대망론을 키워가고 있다면 이 전 지사는 ‘강원도 대망론’에 선두 주자다. 물론 김 전 의원과는 달리 이 전 의원은 2012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사면 복권이 되지 않는 이상 2022년까지 공직에 나설 수 없는 처지다.

이런 두 인사가 함께 러시아행을 동반한 것에 대해서 정치권은 이런저런 해석을 내놓았다. 특히 두 인사는 친노 강경파의 노선에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486 운동권 인사들과는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또한 새정치연합의 현재 모습으로 차기 총선과 대선은 힘들다는 입장에서 야권 재편성에 상당히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방문을 통해 58년생인 김 전 의원이 65년생인 이 전 지사보다 7살이 많지만 합리적 중도 인사로서 친노 비노 정파를 떠나 제3세력이 주도해 당의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데 기본적인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러시아 방문에 불참한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8월 22일 김부겸 전 의원 지지모임인 ‘새희망연대’가 충남 공주 갑사에서 주최한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여했다. 비록 초청강사로 참여했지만 특정인을 지지하는 정치적 회합에 바쁜 일정을 쪼개 참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새희망연대 대표로 있는 설훈 의원은 사석에서 ‘김부겸을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주장을 공공연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충남 지사 역시 ‘충청 대망론’을 등에 업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해 당당히 차기 대권 주자로 부상한 인사다. 이광재 전 지사가 노 전 대통령의 ‘우광재’로 불렸다면 안 지사는 ‘좌희정’으로 불릴 만큼 친노 그룹의 핵심적인 인사다. 하지만 안 지사는 문재인 의원을 위시한 친노 강경파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2007년 노 전 대통령이 임기가 끝났을 때 이미 안 지사는 ‘친노의 폐족’을 선언한 인물이다. 또한 문 의원이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문제가 불거질 당시 ‘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확인시 정계 은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자 “국민은 전임 대통령을 현재의 정쟁에 끌어들여 공격하는 일에 대해 옳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문 의원을 비판했다.

또한 안 지사는 언론을 통해서도 “친노가 특정 사람 중심으로 가는 것은 곤란하다”, “편가르기를 하는 정치인은 진정한 친노가 아니다”고 친노 강경파나 486 운동권과의 차별화를 꾸준하게 시도했다. 안 지사의 이런 발언으로 친노 좌장 역할을 하고 있는 문 의원을 견제할 또 다른 친노 잠룡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문재인 중심 친노 편가르기에 반발

김 전 의원 역시 문재인을 중심으로 한 친노의 편가르기에 크게 반발한 바 있다. 김 전 의원은 2013년 3월 민주당 5.4 전당대회에 불참을 선언하면서 “전대 참여하면서 제일 아픈 게 ‘김부겸은 친노의 대리 후보’라는 소리였다”며 “친노 대 반노 그리고 대선 패배 책임자 심판 구도로 짜겠다는 의도가 들어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그는 “이번 전대가 친노 대 반노 구도로 가서는 안된다”며 “그것은 퇴행이고 만날 계파로 나뉘어 자기들끼리 치고받다 망한 당이라는 소리 계속 듣다간 우리는 다 죽는다”고 불참의 변을 밝힌 바 있다.

이런 두 인사가 갑사 회동을 통해 ‘새정치연합은 이대론 안된다’는 데 역시 공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한 새희망포럼 관계자는 “김 전 의원과 안 지사는 ‘민주당 모습으로는 안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그렇다가 제3신당 창당에 동의하지도 않고 있다”며 “당내외 합리적 중도 세력을 모아서 제3세력화를 모색하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제3세력화’ 모색하는 데 당내 중진인 문희상, 유인태 의원을 비롯해 안철수 캠프 본부장을 역임한 김성식 전 의원 등 당 안팎 합리적 인사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인사는 “문제는 합리적 중도 인사들을 중심으로 야권 재편성하는데 호남이 빠져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실토했다. 김부겸, 안희정, 이광재 3인방의 정치적 실험의 성공여부는 호남이 키를 쥐고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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