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퇴근 후 일과는?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대통령의 업무시간은 사실상 하루 24시간이다.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별다른 일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관저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미처 못 다 읽은 각종 보고서를 보거나 정국구상을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6월 대통령의 일정을 챙기는 청와대 윤태영 제1부속실장이 ‘대통령의 1일 일지’라는 글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 가운데 퇴근 후의 일상을 소개한 대목은 다음과 같다.

‘만찬은 외부손님이 있는 경우에는 2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그래도 9시는 거의 만찬의 마지노선. 대통령은 빼놓지 않고 9시 뉴스를 시청하는 편이다. 피로가 덜한 날에는 뉴스 시청 이후에도 이-지원(청와대 내부 통신망) 보고서를 열람하다가 12시가 다 되어서야 비로소 잠자리에 든다.’

다른 대통령들도 큰 차이는 없었다. 일과 시간이 끝난 뒤에도 업무는 계속된다. 다만, 역대 대통령들은 별도의 만찬 일정이 없으면 관저에서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도 가졌다.

하지만 헌정사상 첫 여성 미혼 집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퇴근 후의 관저 생활이 과거 남성 대통령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같이 사는 가족이 없으니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까닭이다. 박 대통령은 서울 삼성동 사저에서 생활하던 정치인 시절에도 일과 후 저녁 약속이 없으면 곧바로 귀가해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청와대 입성 후에도 익숙해진 생활 그대로 이어간다는 게 참모들의 귀띔이다. 다만, 국정을 이끌어 가는 위치에 선 만큼 혼자만의 시간 가운데 상당 부분을 일과 시간에 미처 처리하지 못한 업무에 할애한다는 전언이다.

박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퇴근 후 관저에서의 개인 시간에 뭘 하느냐’는 질문에 “보고서 보는 시간이 제일 많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서 수시로 통화하고, 해당 사안에 대해 결정하고 나면 늦은 시간이 된다. 국정 책임을 지고 간다고 생각하면 개인시간이 별로 없다. (웃으며) 개 두 마리를 키우는데, 나갈 때와 들어올 때 꼬리를 흔들며 반겨준다.”

개 두 마리는 취임을 위해 삼성동 사저를 떠날 때 주민들이 선물했던 진돗개 ‘새롬이’와 ‘희망이’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생활의 일단을 밝힌 적은 한 번 더 있다. 지난 4월 새누리당 지도부와 국회 상임위원장단과의 청와대 만찬 자리에서다. 한 참석자가 “청와대가 이렇게 큰데 덩그러니 혼자 계시면 외롭지 않으시냐”고 물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어휴, 바빠서 외로울 새가 어디 있어요”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또 “30여 년만에 청와대로 돌아와 보니 대부분 바뀌었는데 예전에 살 때 있었던 것이 부분부분 남아 있다. 옛날 생각나게 하는 장소가 있더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지금 거주하는 관저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관저와 다르다. 그 때는 청와대 본관 1층이 집무실, 2층이 생활공간이었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1990년 대대적인 공사를 통해 본관과 관저가 분리됐다.

과거 정권에서 청와대 핵심 참모를 지낸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의 일과 후 관저 생활은 역대 대통령들과 상당히 다를 것”이라며 필자에게 그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 때는 퇴근 후에도 대통령이 수시로 참모들을 관저로 불러 이것저것 묻고 지시를 내렸다. 보통 가장들이 집안에서 입는 편안한 옷차림이었다. 하지만 여성 대통령은 그럴 수가 없지 않겠느냐. 아무래도 퇴근 후 화장을 지우면 아무리 가까운 참모라도 관저로 불러들이기 어려울 거다. 따라서 참모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도 그만큼 제한될 수밖에 없고, 그런 여건이 ‘불통 대통령’의 이미지를 심는데 한 원인이 됐을 걸로 본다.”
ilyo@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