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불법 리베이트 연루…기업윤리 헌장은 어디로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 10대그룹 총수들이 받아간 현금배당 총액은 2445억 원이다. 최저시급 5210원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일일 24시간씩 1년 365일 내내 일만 했을 때, 5431년 뒤에나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단, 월급을 한 푼이라도 쓰거나 잠을 한 시간이라도 잔다면 시간은 그만큼 늘어난다. 이러한 현실에 혹자는 “기업들은 부익부만을 지향하고 있는 가운데 소득재분배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을 하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자기 배만 불린 재벌들’ 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부익부빈익빈’의 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동화약품(회장 윤도준)을 살펴본다.

현금·상품권 제공 혐의, 검찰 수사 진행 중    
회사 측 무죄추정의 원칙 주장 “결과 지켜봐야”

동화약품이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가 발각됐다. 앞서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정부 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은 ‘의사와 약사 등에게 거액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동화약품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단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지난 2010년 초부터 2011년 12월까지 전국 1100여개 병·의원에 자사 의약품을 처방하도록 하고 그 대가로 현금이나 상품권 등을 사례비로 제공한 혐의다.

검찰은 동화약품 본사와 지사 등 압수수색을 실시해 회계장부와 내부 문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관련자를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이번 수사는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동화약품을 검찰에 고발한 데 따른 조치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동화약품이 해당 병원에 현금과 상품권을 비롯해 의사가 거주하는 원룸의 임차 보증금과 월세 등을 대납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일부 의원들의 경우 1000만 원 상당의 명품, 골프채와 같은 물품을 요구해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한국제약협회는 지난달 23일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실천 의지를 담은 기업윤리헌장을 채택하고 회원사별 자율준수관리인 선임 의무화와 윤리기업 인증제도 도입·시행 등의 각론을 담은 윤리강령을 제정한 바 있다.

때문에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검찰 수사 결과마저 혐의가 있음이 드러나면 동화약품은 기업의 이익에 눈이 멀어 윤리헌장을 뒤로한 채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기업 배불리기의 전형이라고 불리는 일감몰아주기와 배당금 문제도 거론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를 보면 지난해 동화약품 당기순이익은 10억1200만 원으로 2011년도 176억7900만 원과 비교했을 때 94% 낮아진 수치를 보였다.

반대로 지난해 주주들에게 지급된 배당금은 당기순이익의 2배에 가까운 19억5500억 원으로 늘어났다. 당기순이익 배당성향은 193.23%였다. 우리나라 100대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성향이 20% 수준이다.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은 지분율 5.13%로 배당금 1억 원을 받았다.

동화약품 계열사인 동화지앤피 역시 동화약품의 주식 15.23%를 보유해 배당금 2억9800만 원을 받았다. 동화지앤피는 동화약품의 의약품 병을 제작하는 계열사다. 주주는 동화개발(19.81%), 동화약품(9.91%), 윤도준 회장(8.86%)이 있다.

내부거래는 더욱 눈에 띈다. 지난해 동화지앤피가 동화약품과 거래한 금액은 103억 원으로 매출액의 6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 사업연도에도 106억 원의 내부 거래를 보였고 윤도준 회장 일가가 계열사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결국 동화약품은 기업 경영 악화에도 불구하고 고배당을 실시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고 계열사에도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동화약품 관계자는 전혀 이상이 없고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향후 행보는?

동화약품 관계자는 “리베이트는 현재 수사 중인 건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내부적인 조사를 하느냐는 질문에는 “내부적으로 조사를 하는지 안 하는지 말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일관했다.

일감몰아주기와 배당금 문제에 대해서는 “동화지앤피는 동화약품 계열사다”라면서 “배당금 역시 문제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또 락테올 사건 등 계속되는 잡음과 관련해선 “이미 전부 지난 일인데 문제될 것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8월 정장제 락테올이 생산균주가 변경됐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고 8년간 허가받지 않은 원료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해당제품에 대해 판매업무 정지 및 품목회수 행정처분을 받은 바 있다.

한편 동화약품은 우리나라 최장수 제약기업이다. 1897년 9월25일 설립돼 소화제 까스활명수와 종합감기약 판콜, 연고 후시딘 등 의약품을 생산해왔다. 자그마치 11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동화약품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애국정신을 앞세웠던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서울연통부 기념비와 일제 강점기에 나라를 위해 헌신을 아끼지 않은 제약사로도 유명하다.

특히 동화약품의 초대 사장 민강을 포함해 동화약품의 현대화 기틀을 마련한 5대 사장 보당 윤창식, 7대 사장이자 명예회장 가송 윤광열 등이 항일 운동에 앞장섰다. 물적 지원과 더불어 항일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동화약품이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선대가 지녔던 애국 또는 보국과는 사뭇 엇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동화약품이 선대들의 애국심에 누가 되지 않는 행보를 보일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hwihols@ili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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