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패’ 쥔 PK문재인·안철수 VS TK김부겸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신공항 유치 놓고 새누리당 지지기반 TK-PK 갈등 재점화
여권 15대 총선 재현 조짐 ‘화들짝’…제2의 자민련 돌풍 부나

옆집 불구경하는 야권…PK 유치 시 김부겸,
TK 유치 시 문재인 안철수 ‘수혜’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새누리당의 지지기반인 영남권이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공항 유치 문제 때문이다. 이를 놓고 TK(대구·경북) VS PK(부산·경남) 간의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명박 정부 때 폐기됐던 사안에 대해 최근 정부가 남부권 신공항이 경제성이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고 ‘신공항 유치’ 문제는 한풀 꺾이는 듯 했다. 더 나아가 지난 11일, 신공항 유치 문제와 관련해 김 대표는 “예민한 문제”, “애향심보다 애국심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지역의원들은 ‘함구령’을 풀고 신공항 유치에 앞장서는 모양새다. 여권 내에선 신공항 문제가 ‘20대 총선은 물론 차기 대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선 ‘남의 집 불구경’하고 있는 형국이다. 신공항 문제가 불거지면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 경우 주목해야 될 야권 인사가 있다. 바로 영남권에 기반을 둔 문재인, 안철수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이다. 현재로선 어떤 인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야권 대선 후보로 불리는 세 사람에게 ‘꽃놀이패’라는 것이다.

“신공항 입지선정위원회에 모든 것을 맡기고 발표되기 전까지 우리 정치권은 애향심보다 애국심에 입각해 그와 관련된 발언을 일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 신공항 ‘함구령’을 내렸다. 국토교통부의 신공항 경제성 발표 이후 발언이다. PK(부산·경남)에 지역구를 둔 김 대표는 당대표로서 ‘중립’을 지켰다. 개인적인 입장을 거론하고 싶지만 당대표라는 직함과 여권의 잠재적 대권 후보라는 점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액션(?)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김 대표의 발언 취지는 단순하다. 새누리당의 지지기반에 갈등이 초래되면 20대 총선과 차기 대선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염려한 것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대선 후보로서의 김 대표는 한쪽을 지지할 경우 대권 후보로서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신공항 함구령’을 꺼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도부 ‘함구령’ 불구 20대 총선 때문에 사활

김 대표의 ‘함구령’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은 열흘도 되지 않아 이 문제를 다시 꺼내들었다. 지난 11일 부산시와 새누리당 부산시당 간 당정협의회에서 부산 지역 의원들은 부산시에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위한 인프라 조성을 촉구했다.

유기준 의원은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입지 타당성에 따라 (지역이 선정된다면) 부산시가 (선정될 신공항에) 잘 접근할 수 있도록 고속도로 등을 정비하고 준비해야 한다”며 “(신공항 건설) 준비도 안 돼 있는데 ‘(건설)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정훈 의원은 “부산시가 (유치 노력을) 해야 하고 (입지 선정을 위한) 평가기관이 어디가 될지 모르나 그 부분에 대비를 해야 될 필요성이 있다”고 요구했다. 또 박민식 의원은 “우리(부산 가덕도)가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접근성 부분도 논리개발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 지역 의원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이종진 의원은 지난 10일 공항개발예정지역의 토지소유자가 사업시행에게 토지매수청구권을 부여하도록 하는 ‘항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공항개발 예정지역 토지소유자의 재산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이 의원이 주장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신공항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대구 지역은 지역 출신인 박근혜 대통령을 믿는 분위기다.

이처럼 당내 ‘화약고’인 신공항 문제를 여권에서는 왜 계속 건드리는 것일까. 당 관계자들은 “지역 현안 중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놓치면 모두 몰살한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권 한 관계자는 “PK에서 부산 가덕도에 유치를 하지 못했을 경우 20대 총선에서 야당에 의석수를 뺏길 수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의 경우 통합진보당 고창권 후보가 사퇴, 먹튀 논란이 일면서 겨우 승리했다. 이런 상황에서 PK인 가덕도에 유치를 하지 못한다면 ‘PK지역 의원들은 무엇을 했느냐’라는 여론이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TK도 마찬가지다. 경북의 경우 신공항 사업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지만 대구 의원들이 적극적이다. 밀양에 신공항을 유치 못한다면 ‘TK를 위해서 한 것이 무엇이 있느냐’며 ‘TK 의원 물갈이론’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며 “PK와 TK에 지역구를 의원들로서는 당 지도부의 ‘함구령’을 어기고, 신공항 유치에 앞장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어찌됐든 PK와 TK 유권자들 중 한 쪽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여권 내에서는 15대 총선의 재현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치러졌던 15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참패했던 것. 대구 13개 지역구 가운데 단 2곳만 승리하는 등 충격적 참패였다. ‘자민련 돌풍’이 일어난 셈이다. 더구나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와 무소속 바람이 불었던 상황이 다시 재현될 소지도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야권은 ‘쾌재’ 부르는 중 TK소외? PK소외? 선택

여권에 신공항 문제 불똥이 튀면서 야권에서는‘불구경’만 하면 된다는 분위기다. 특히 영남권 출신 대권 주자들이 큰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PK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안철수 의원, TK출신인 김부겸 전 의원이다.

당내 최대계파를 형성한 친노계 진영의 실세인 문 의원은 차기 당권 경쟁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당권 장악을 통한 대권 행보 시나리오다. 안철수 의원은 7·30 재보선에서 패배, 정치적 입지가 줄어들었으나 야권 내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카드’다. 김부겸 전 의원 역시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면서 ‘제2의 노무현’ 길을 가고 있다는 점에서 야권에서 공공연하게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신공항이 어디로 유치되느냐에 따라 입지가 크게 엇갈릴 것이라는 정치권의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구나 호사가들은 “TK 의원들이 밀고 있는 밀양에 유치되면 PK출신인 문재인, 안철수가 혜택을 보고, 가덕도에 유치되면 김 전 의원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자신들의 지역에 유치되지 않으면 오히려 ‘역할론’이 부각될 뿐 아니라 지역에서 표를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여권 내 한 관계자는 “TK에 유치되면 문재인, 안철수 의원이 야권 내 대권 후보 경쟁에서 유리하다. 이들은 ‘PK소외론’을 강조하며 PK지역 표를 얻을 수 있다. 이에 반해 김 전 의원은 지지기반에서 표를 얻기 힘들 뿐 아니라 움직일 수 있는 폭이 좁아진다”며 “TK가 똘똘 뭉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반대로 PK에 유치될 경우 김 전 의원이 야권 대선 후보로 나서기에 유리해진다. ‘TK소외론’를 강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여러모로 영남권 대선 주자들에겐 신공항 문제가 ‘꽃놀이패’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이유로 여권 내에서는 영남권 신공항이 이명박 정부의 대선공약이었지만 새누리당 텃밭이 분열되자 백지화 발표로 불을 껐던 것처럼 박근혜 정부도 불을 꺼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20대 총선, 차기 대선을 생각했을 때는 여권에겐 결국 마이너스, 야권에겐 플러스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공항이 TK와 PK 중 한 곳으로 유치될지, 아니면 이명박정부 때처럼 폐기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7122love@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